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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ul 02. 2023

굿모닝


굿모닝 오늘 약속 잊지 않았지?

검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온 인사말


긴 장마의 시작이라는 멘트가

주문처럼 회색 하늘을

조각조각 부서뜨리는 아침인데


나는 그다지 굿모닝 하지가 않아


처음 만나던 날

눈 내리는 한밤중처럼

가슴은 한없이 설레었었지


단정한 미소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얼음 결정

생각하는 눈동자를 가진 너였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 안 될까


너의 매끈한 흰 손을 만지며

좁은 해협의 억센 물소리를 들었지


그럼 이따가 보자...


네가 나오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어

그러면 난 삼십 분 정도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겠지

그리곤 식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테이블에 슬픔 한 조각을 떨구고 일어설 거야


너를 만나 더 선명해지는

불안전한 나의 사랑


너도 나의 이런 모닝을 아는 걸까

화면 속 호흡은 계속 들려오는데

톡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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