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오늘 약속 잊지 않았지?
검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온 인사말
긴 장마의 시작이라는 멘트가
주문처럼 회색 하늘을
조각조각 부서뜨리는 아침인데
나는 그다지 굿모닝 하지가 않아
처음 만나던 날
눈 내리는 한밤중처럼
가슴은 한없이 설레었었지
단정한 미소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얼음 결정
생각하는 눈동자를 가진 너였어
그냥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 안 될까
너의 매끈한 흰 손을 만지며
좁은 해협의 억센 물소리를 들었지
그럼 이따가 보자...
네가 나오지 않아도 좋을 것 같았어
그러면 난 삼십 분 정도 카페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겠지
그리곤 식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테이블에 슬픔 한 조각을 떨구고 일어설 거야
너를 만나 더 선명해지는
불안전한 나의 사랑
너도 나의 이런 모닝을 아는 걸까
화면 속 호흡은 계속 들려오는데
톡은 더 이상 날아오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