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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형 Jan 18. 2021

운길산역, 겨울

새, 바람, 눈


나무 꼭대기에 앉아 

홀로 람을 맞는 어린 새

바람이라도 그 바람 없이는
수가 없다네

등짝에 솟은 두 팔을 펼쳐 보지만
아직은 바람을 휘어잡을 순 없지

날개를 바람에 벼려야만
하늘은 한 뼘 공간을 내어주리니



기다림은 이유 있는 형벌

오늘 저녁 회색빛 하늘이

기차 역사를 휘돌아 나가
강가에는 흰 눈이  내리리라



눈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신의 은총!
누구나 흰 눈을 맞이하면
모든 걸어온 길로부터 자유로와지나니


 강마저도 새 길이 되고 만다


둥지 올라선 나목 옆으로
차가 강을 건너가면

아,

성성한 눈발에  모든 풍경 또한 지워지누나



생각의 머리칼을 끊어  강에 버리고

빈 손으로 돌아서는 호젓함이여

걸었던 모든 자국마저 눈 속에 파묻고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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