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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가 되어도

맛있는 커피를 사 마실 수 있어야 한다.

by 이차람

퇴사전


아침에 일어나 출근길에 나선 나를 자축하고 잠을 깰 겸 사 먹는 모닝커피. 을지로입구역에는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지하철을 빠져나오는 직장인들이 정말 많다. 나도 그중에 한 명으로 커피를 한 손에 들고 환승을 한다. 점심시간 또는 오후 4시쯤, 습관적으로 마시기도 한다. 저녁에 약속이 생기면 또 한 잔 추가. 요즘 커피값이 밥값과 비슷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백수가 되면 이 커피를 맘껏 못 마실 것이다. 이런 사소한 행복을 위해서라도, 버텨야 한다. 회사를 그만두면 나는 뭐 먹고살 것인가. 맛있는 커피를 계속 마실 수 있다면 회사를 다녀야겠다.


아름다운 한 잔의 플랫 화이트


퇴사후


여전히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커피콩을 사서 집에서 핸드드립 해 먹거나 동네 커피숍에서 카페라떼, 플랫 화이트 등을 즐긴다. 동네 커피집이 서울의 유명 커피집, 독일의 베를린에 있는 보닌자 커피를 뛰어 넘는 월드 클래스의 맛이어서 정말이지 나는 행운아라는 생각도 들었다. 테이크아웃하면 천원 더 빼주는 센스도 있다. 예전에는 걸어가면서 출근길, 퇴근길에 습관적으로 커피를 마셨다면 요즘은 차분이 음미하며 그 순간을 즐긴다. 그러다보니 매시간마다 중독자처럼 카페인을 외치던 나의 모습도, 지출도 줄었다. 다시 취직하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도 있겠지만, 맛없는 커피를 습관적으로 먹거나, 연료 주유하듯(?) 흡입하는 모습은 사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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