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 차림식 : 아름다움, 나다움
우리 집에는 ‘각짜’ 아기가 산다.
어린이임을 강력하게 주장하지만,
사실은 42개월, 갓 아기 티를 벗은 신입 어린이다.
‘가짜’를 ‘각짜’라고 부르기 때문에,
우리는 이 어린이를 각짜 아기라고 부른다.
어떤 날은 아직 아기 같고,
어떤 날은 어느새 어린이다운 구석이 있다.
엄마 아빠가 숟가락으로 밥을 떠주려 하면,
“아이참, 스스로 먹어야지요. 안 그러면 콧구멍으로 들어가요.”
AI처럼 또박또박 말한다.
유치원 식사시간에 배웠을 법한 말투 그대로다.
잘 때는 여전히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하고,
소매 안에 손이나 발을 꼼지락거리며 넣고,
소매 끝을 만져야 안심하는 각짜 아기.
하지만 이제는 본인의 손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높은 곳에 손이 닿을 때마다 뿌듯해하는
주체적인 어린이이기도 하다.
귀여움이 한도 초과인 이 작은 사람은
본인이 ‘어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어린이날의 존재도 인식하게 되었다.
어버이란 단어는 아직 어색한지
어버이날은 ’ 엄마아빠 날‘이라고 부르지만,
어린이날은 또박또박 정확하게 말하는 야무진 어린이.
작년까지만 해도
생일과 크리스마스에만 선물을 받았는데,
이제는 선물의 의미도 제법 알아간다.
그냥 받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위해 노력할 때
누군가가 그 마음을 지켜보고 응원하며
노력이 빛을 발했을 때 받는 보상이라는 걸 안다.
어린이날도 마찬가지다.
건강하게 자라고, 스스로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선물을 받는 날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다.
우리 집 어린이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평소에는 구경만 하던 장난감 가게에 갔다.
수많은 장난감 중에서 가장 큰 선물을 골랐고,
대단히 흡족해하셨다.
아직은 ‘크고 힘센 것’이
가장 멋지고 좋은 것이라 믿는
여전히 아기 같은 어린이.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아기 같은 행동, 어린이다운 행동
그런 게 따로 있을까.
그저 나다운 행동이 있을 뿐이다.
역할에 꼭 맞는 행동을 하려다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냥,
눈 딱 감고 나답게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굳이 어른다우려, 아름다우려, 울지 않으려
애쓰지 않아도
나다운 행동 그대로도 사랑스럽고 편안할 테다.
각짜 아기만 있나
나도 오늘 하루는 각짜 어른같이 굴었는걸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