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물음표가 없는 사이

오늘의 [관계] 차림식 :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사랑

by 차림식



유년시절의 나는 끝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어린이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나의 궁금증은 엄마에게는 공포였을지도 모른다.

하나를 끝내면 바로 다시 돌아오는 질문의 연속.




물음표는 나에게는 대화 방식이었다.

물음표 없이 마침표로만 대화하는 날은

엄마가 나에게 화가 났거나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있는 날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물음표 양 옆을 괄호로 묶어 드러나지 않게 가렸다. 그리고 물음표는 마음속에 깊숙이 심어뒀다. 그리고 대부분의 대화는 마침표로 끝낸다.




딱딱하고 대체로 짧은 호흡의 대화로 효율성의 극대화가 필요했다.

오히려 질문이 나를 번거롭게 할 때가 많았다. 그렇게 물음표 살인마는 사라지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에서의 내 모습을 이 사람에게

그대로 보여줄 필요가 없어졌다.


잊고 지냈던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다시 등장했다.

순수하게 이 사람이 궁금했고, 생각을 알고 싶었고,

취향을 공유하고 싶었다.

나에게는 물음표가 관심이자 사랑이던 셈이다.




그러나 구 남자친구 현 남편은 마침표 인간이었다.



백 개의 질문에는 백 개의 대답을 성실히 한다.

다만 백한 번째 질문은 먼저 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 알고 싶은 게 없는 건가 싶다가도

대답은 성의 있고 신중하게 해 준다. 그러다가도 그 한 번의 질문이 없다는 게 어찌나 서운한지 사랑하긴 하냐고 눈물을 보일 때도 있었다.




마침표로 끝나는 극효율의 대화는 사실 깊은 배려와 조심스러움이었다.


온몸으로 너를 알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이 나였다면, 남편은 자기만의 속도로 조용하고 진중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나의 사랑은 물음표였지만, 그의 사랑은 침묵이었다.



대답을 기다리면서 조급해지던 내 마음을 몇 초 간의 고요함으로 안심시킨다.

물음표가 없이도 눈으로 나를 따라오고 행동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십삼 년째 그는 여전히 백 한 번째 질문을 하지 않는다.


여전히 눈빛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내게 묻고 대답한다.


꼬치꼬치 묻지 않아도 건네지는 마음과

눈빛만 봐도 느껴지는 사랑이 있음을 안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그가 궁금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물음표가 없는 사이가 되어가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늘도 백 개의 물음표를 우리의 대화에 차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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