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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문제 탐구: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는 역사교육 문제 9장

by 샤를마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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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과 다음 장에서는 교육 서적의 내용에 근거하여 지금까지 논의했던 것을 총정리한다. 소개할 책은 두 가지로, 수능 해킹(문호진, 단요 저, 창비, 2024.) 에밀(장 자크 루소 저, 이환 번역, 돋을새김, 2015.)이다. 전자의 서적은 현행 수능의 문제점, 사교육과 공교육의 관계를 면밀하게 다룬 젊은 교육 서적이며, 후자의 서적은 18세기에 쓰인 교육학 고전이다. 필자는 이 두 서적의 내용을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중계자 역할을 하려 한다.


『수능 해킹』에서 다루는 현행 교육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수능의 퍼즐화(=고도화), (2) (1)의 문제로 인한 사교육의 고도화, (3) 공교육의 침체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연말연초 무렵에 이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필자보다 앞서 있었다.'라고 느꼈다. 작년 10월 말에 기고된 이 시리즈의 3장에서도 (1)의 문제점을 논의했는데, 이 책에서는 훨씬 더 명료하게 교육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학생, 사교육 종사자, 교사 등의 인터뷰 내용을 실어 객관성도 보증하였다. 탁월한 책이었다. 이 탁월함은 이 시리즈의 후반부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몰라 손을 놓았던 필자에게 영감을 제공하였다. 이 장에서는 책에서 밝힌 문제점을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그간 이 시리즈는 4장을 제외하고는 실제적인 역사 지식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 지식 없이도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쉽게 이해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불가피하게 이 장에서는 (1)과 (3)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실제적인 역사 지식이 글에 가미될 예정이다. 다만, 사례로써 언급되는 것이지 글을 읽기 위한 사전 지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독자들은 필자가 제작한 시각화 자료만을 이해하면 된다. 그 점을 유의하고 역사교육을 해킹해보자.


1. 수능의 퍼즐화, 역사에서는?

깊은 의미와 총체적인 맥락을 이해하기보다는 단어와 단어가 맺는 관계를 피상적으로만 파악하는 태도를 권장하고 있으니까요. 명목상으로는 아니겠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다른 영역에서도 이런 방식의 반교육성이 거듭 나타납니다. 수학도, 영어도, 과학탐구와 사회탐구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그 점에서 수능은 반교육적인 시험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재빨리 관계를 파악하고 키워드를 이리저리 끼워맞추는 작업에는 별도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능력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수능은 아이들에게 어떤 능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능력을 기르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에서는 퍼즐식 사고라는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의문에 응답하고자 합니다. 목적 없는 추리, 형식만이 존재하는 추리를 퍼즐식 사고라고 부르겠습니다.
- 문호진, 단요, 『수능 해킹』, 창비, 2024, pp.56-59.

수능의 퍼즐화는 보편적인 문제이다.『수능 해킹』에서는 국어, 정치와 법, 화학 I 문제를 사례로 제시하여 최근의 수능 동향이 예전에 비해 많이 변화했음을 설명하였다. 변화는 '정직'에서 '테크닉'으로의 방향이었다. 최근의 수능은 어떤 개념을 충실하게 학습만 하면 고득점을 받을 수 없다. 어떤 개념의 학습에 더해 문제풀이 스킬, 평가원의 고단수를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즉, 퍼즐처럼 지식과 문제풀이를 끼워맞춰야 정확한 정답에 도달하는 현상이 일반화되었고, 이것을 수능의 퍼즐화라 지칭한다. 수능 해킹은 그 문제점을 명료하게 짚었다.

수능의 퍼즐화 사례를 다양화,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 아쉽게도 해당 책에서는 역사 과목이 수능에서 어떻게 퍼즐화됐는지에 대한 사례는 제시되지 않았다. 소수 과목의 특성상, 조명받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떤 현상을 '타당하게 일반화'하려면 구체적인 사례들이 많아야 한다. 이에 필자는 역사 과목이 수능에서 퍼즐화된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책의 주장을 뒷받침하겠다. 수능 역사는 대표적인 '정직'으로 통하는 과목이었다.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핵심적으로 언급하는 용어 또는 사건의 인과관계만 이해하면 문제를 손쉽게 풀 수 있었다. 수능의 퍼즐화도 이루어진 상태가 아니어서 별도의 테크닉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0년대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2020년대 이후부턴 얘기가 다르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역사는 학습량 부담 경감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그것이 시험 난도 향상이라는 문제점을 불러일으켰다. 수능의 퍼즐화가 일어난 것이고, 여러 유형이 나타나며 진화하였다. 이 진화 과정을 상세히 밝혀야 수능의 퍼즐화 현상을 타당하게 일반화할 수 있다.

역사 과목이 수능에서 어떻게 퍼즐화됐는지에 대한 실제 사례를 짚어보겠다. 구체적인 사례 분석에 앞서 시험지의 외형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차례대로 2020학년도(2019년 시행), 2021학년도(2020년 시행), 2023학년도(2022년 시행)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와 세계사 문제지의 외형이 제시된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009 교육과정 이래 마지막으로 시행된 수능이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2015 개정 교육과정 하에 시행된 수능이다. 이 점을 참고해서 시험지들의 내용이 아니라 '형태'만을 우선적으로 확인해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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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시행된 수능 역사에서는 제시문의 정보량 증가라는 외형적 변화가 두드러졌다. 수능 역사의 퍼즐화 현상이 일어난 본질이기도 하다. 제시문에 담는 정보량이 많으면, 간접적인 힌트가 되는 여러 개의 정보를 흩뿌려놓고, 이를 조합하여 정답을 찾는 '퍼즐식 사고'를 설계하기 유리해진다. 반면, 2010년대 수능 역사에서 퍼즐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던 이유는 제시문의 정보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시문에서 간접적인 힌트의 조합보다는 직접적인 힌트를 제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고,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도 절대적으로 짧았다. 2020학년도 수능 역사 시험지와 2021, 2023학년도 수능 역사 시험지를 비교해서 보여준 의도가 여기에 있다.

수능 역사의 퍼즐화 현상은 2021~2022학년도 수능에 과도기를 거쳐 2023학년도 수능에 완성되었다. 20 21학년도 수능 역사에서도 2020학년도 수능 역사와 출제 경향을 달리 했다. 하지만 출제 경향의 변주가 수능의 퍼즐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이전 교육과정 하에 시행된 모의평가, 수능의 출제 경향을 답습한 부분도 존재하였다. 그럼에도 2021학년도 수능 역사를 사례 분석의 주요 선상에 두어야 하는 이유는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나타나는 발단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2021학년도 수능 동아시아사, 세계사 모두 전년의 시험지와 달리 제시문의 정보량이 증가하는 변화가 있었으며, 이를 기점으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발전하였다. 2021학년도 수능 역사와 2023학년도 수능 역사를 서로 비교했을 때, 2년만에 그 변화의 정도는 실로 놀랍다.


개별 문제를 통한 구체적인 사례 분석으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을 명료히 밝혀보겠다. 필자는 아래 글박스의 내용대로 수능 역사의 퍼즐화 유형 및 분석 조건을 설정했으며, 개별 문제들의 풀이 과정을 도식화하여 수능의 퍼즐화 현상을 쉽게 이해토록 하였다. 풀이 과정에는 실제적인 역사 지식이 언급되는데, 그 지식의 내용을 이해할 필요는 없다. 풀이 과정을 표현한 도식이 수능 역사의 퍼즐화 유형과 부합하는지를 보면 된다.

<수능 역사의 퍼즐화 사례 분석 조건>
1. 사례 분석 대상: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이후의 시험인 2021학년도(2020년 시행) 6월 모의평가부터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글 작성 시점 가장 최신의 시험)까지로 함.
2. 비고:
2-1. 높은 오답률을 기록하는 킬러, 준킬러 문제가 아닐지라도 수능의 퍼즐화 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면, 사례 분석 대상에 포함함.
2-2. 2010년대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역사에서는 퍼즐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이전의 시험 문제 일부도 사례 분석 대상에 포함함.
3. 가설: 수능의 퍼즐화 현상은 2021학년도~2022학년도 평가원 모의고사/수능에서 실험적 단계를 거쳤으며, 2023학년도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이후부터 정형화, 다변화되어 난도 향상의 요인으로 작용함.

<수능 역사의 퍼즐화 유형>
필자는 아래와 같이 수능 역사의 퍼즐화 유형을 설정함. 이 유형들은 독립적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나타난다는 특성에 유의해야 함.
(1) 자료 해석 수준의 향상: 탐구 과목은 기본적으로 발문(Ex.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 발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자료(제시문) - 선지의 구성을 취하고 있음. 따라서 자료를 읽고 사고하는 과정이 중요함. 그런데 역사 과목의 경우, 자료로 '실제 역사 기록(사료)'을 제시하여 이를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데, 그 능력의 수준이 최근들어 향상되었음.
(2) 정보 조합: 책에서 지적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의 전형임. 자료에 간접적인 힌트로 제시한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정확한 정답을 도출하는 것이 특징임. 다변화가 용이한 유형으로, (1), (3)의 유형과 연계되기도 함. 지리 및 연대(연도)에 관한 정보 조합이 세계사 및 동아시아사에서 공통적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
(3) 수리 능력: 수능 역사는 수리 능력을 요구하는 시험과 거리가 멂. 그런데 최근의 시험에서는 간단한 수리 능력(사칙연산)을 발휘해서 어떤 사건의 발생 시기 및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을 종종 요구하고 있음.

<시각 자료 용어 해설>
직접적 힌트: 별도의 사고(추론) 과정이 필요없이 문제의 정답을 바로 고를 수 있는 힌트.
간접적 힌트: 직접적 힌트에서 발전한 형태로, 대명사 및 에두른 표현의 직접적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힌트.
퍼즐 힌트: 직, 간접적 힌트에서 발전한 형태로, 복수 내지 그 이상의 힌트를 찾아낸 뒤, 그 힌트들을 조합 및 추론하여 정답을 찾게끔 하는 힌트.

<시각 자료 기타 사항>
대부분 문제에 대한 시각 자료는 1. 직접적, 간접적, 퍼즐 힌트 제시 -> 1'. 간접적 힌트의 경우: 직접적 의미 파악, 퍼즐 힌트의 경우: 퍼즐 힌트 조합 과정 제시 -> 2. 문제에서 묻는 바 도출의 형식을 따르나 일부 문제는 이 형식을 탈피해 설명함. 가령 지리 정보를 조합해 푸는 문제의 경우, 실제 지리 자료를 제시하여 시각 자료가 과도하게 복잡해지는 걸 방지함.

자료 해석 수준의 향상

[동아시아사]

220918 동사 주해.png Case.1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8번 문제: 2015 개정 교육과정 하 시행된 평가원 모의고사/수능에서 처음으로 어려운 축에 드는 자료를 제시하였다.
231113 동사 주해.png Case 2.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13번 문제: 사료에 등장하는 용어를 별도로 바꾸지 않고 제시하여 쉬운 주제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난도를 올리려 하였다.
241103 동사 주해.png Case.3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3번 문제: 자료 해석 및 지리 파악이 까다로웠다.
241113 동사 주해.png Case.4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3번 문제: 오른쪽에 제시된 지도는 같은 주제를 다룬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10번 문제의 자료이다.
250607 동사 주해.png Case.5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17번 문제: 자료 해석의 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250904 동사 주해.png Case.6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4번 문제: Case.5와 같다. 오답률은 80%에 육박하였다.
251104 동사 주해.png Case.7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번 문제: 지엽적 개념과 퍼즐식 사고를 요구하는 제시문이 만나면서 해당 시험 오답률 1위를 기록하였다.

[세계사]

220909 세사 주해.png Case.8 2022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9번 문제: 어려운 문제는 아니나, 수록한 이유는 당시 기준 가장 긴 제시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래의 Case.9에도 영향을 줬다.
221119 세사 주해.png Case.9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9번 문제: Case.8과 마찬가지로 제시문이 길다. 한편, 이 문제의 '융합적 사고'에 주목해야 한다. 이후 더 발전된다.
230915 세사 주해.png Case.10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15번 문제: 제시문의 길이, 간접적 힌트의 제시, 연표 추론 모두가 두드러진다.
231110 세사 주해.png Case.11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0번 문제: Case.9에서 융합적 사고가 크게 발전된 양상을 보였다.
231116 세사 주해.png Case.12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6번 문제: 제시문 해석, 복합적인 지리적 사고 요구 모두 까다로워 오답률 1위를 기록하였다. 이 중 후자의 요소는 계승된다.
250910 세사 주해.png Case.13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10번 문제: Case.12가 계승된 대표적인 예시이다.

정보 조합 수준의 향상: 실제 사례는 지도를 활용한 문제 위주로 선정하였다.

[동아시아사]

190909 동사 주해.png Case.14 2019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9번 문제
200911 동사 주해.png Case.15 2020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1번 문제
211114 동사 주해.png Case.16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14번 문제
220612 동사 주해.png Case.17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2번 문제: 여기까지의 문제들은 단순한 정보 조합 문제들이다.
221104 동사 주해.png Case.18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4번 문제: 동아시아사에서의 정보 조합 문제 수준이 올라가는 시작점을 알린 문제이다.
230919 동사 주해.png Case.19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9번 문제: 이 유형은 Case.20-21에서 '패턴화'된다.
240919 동사 주해.png Case.20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9번 문제
250619 동사 주해.png Case.21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19번 문제

[세계사]: 세계사는 사례 유형을 범주화하였다.

(1) 지도를 활용한 경우

201116 세사 주해.png Case.22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6번 문제: 단순한 정보 조합 문제이다.
230906 세사 주해.png Case.23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6번 문제: Case.22와 달리 자료 내에서 요구하는 정보 조합의 수준이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231114 세사 주해.png Case.24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4번 문제: Case.23과 같은 형태에서 수리 계산을 요구하여 한 단계 더 정보 조합 수준이 높아졌다.
231119 세사 주해.png Case.25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9번 문제: Case.24와 형태가 같으나, 행적의 범위를 전 세계로 넓히고 중국에서의 행적을 추론하게 한 점이 돋보인다.
240916 세사 주해.png Case.26 2024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16번 문제: Case.23-25를 답습하였다.

(2) 지도를 활용하지는 않았으나, 퍼즐식 사고를 요구하는 경우

231120 세사 주해.png Case.27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20번 문제: 퍼즐식 사고의 정수로 꼽힌다.
251108 세사 주해.png Case.28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8번 문제: Case.12-13처럼 복합적인 지리 사고를 요구하나, 자료 해석보다는 정보 조합의 성격이 짙어 이곳에 분류하였다.
251110 세사 주해.png Case.29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0번 문제: Case.28과 같다.

(3) 같은 주제의 문제이나, 다루는 방식이 다른 경우

201107 세사 주해.png Case.30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7번 문제
210603 세사 주해.png Case.31 20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세계사 3번 문제
210905 세사 주해.png Case.32 2021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5번 문제: Case.30-31보다 자료 해석에서 발전된 양상을 보였다.
211114 세사 주해.png Case.33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4번 문제: Case.32와 같다.
230914 세사 주해.png Case.34 2023학년도 9월 모의평가 14번 문제: Case.31-33에 비해 제시문의 분량, 정보 조합 및 추론 수준이 높아졌다.

수리 계산 요구

[동아시아사]

220616 동사 주해.png Case.35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6번 문제: '연도 암기'가 아닌 '계산'으로 연도를 알아내는 방식에 주목할 만하다.
231115 동사 주해.png Case.36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15번 문제: Case.35에서 수리 계산의 수준이 발전하였다.
241115 동사 주해.png Case.37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동아시아사 15번 문제: 수리 계산을 파악하지 못하면, 제시문 접근에 큰 난항을 겪는다. 해당 시험 오답률 1위이다.
250616 동사 주해.png Case.38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6번 문제: Case.36-37보다는 제시문 접근이 쉬우나, 이 역시도 수리 계산을 요구하였다.

[세계사]

231109 세사 주해.png Case.39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9번 문제: 수리 계산도 주목할 점이지만, '이슬람력이 어떻게 제정됐는가?'라는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게 설계한 것이 인상적이다.
250619 세사 주해.png Case.40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 세계사 19번 문제: 자료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수리 계산 또한 가능하다.
251119 세사 주해.png Case.41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세계사 19번 문제: Case.40과 같다.

이상의 사례들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기정사실임을 밝히되, 역사 과목에서는 어떻게 퍼즐화 현상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소개하였다. 위 사례들은 개별적으로 보면, 제시문 접근과 정답 도출 방식이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이를 집합해서 전체적으로 보면 패턴이 발견된다. 필자가 설정한 가설대로, 2023학년도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역사부터 문제를 풀이하기 위한 사고 회로가 복잡해졌다. 퍼즐식 사고가 두드러진 것이다. 퍼즐처럼 흩뿌려진 힌트를 끼워맞춰 힌트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정답을 도출하는 사고 회로를 요구한 문제들이 2023학년도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역사에서 발전 및 정립된 형태로 나타났고, 이런 형태의 문제를 푸는 능력을 수험생들에게 기본 소양으로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 보이지 않는 매커니즘이 개념 학습과 교육 평가 간의 괴리를 낳으며, 공교육이 흔들리고 사교육이 성장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수 과목인 역사에도 이 매커니즘은 예외 없이 적용되면서,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역사 과목이 학생들에게 더욱 외면당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에도 문제풀이용 행동강령은 있었습니다만, 당시에는 '학생 스스로, 기출 분석을 통해 방법론을 고안하는 자기주도학습의 성격이 강했다보니 그 나름대로 사고력을 기르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반면 이제는 사교육이 생각하는 방식 자체를 규격화한 형태로 제공하게 되었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를 사고의 외주화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 위의 책, p.65.



2. 교육 현장에 맞는 교과 관련 탐구 활동 방법은?

고등학생들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ppt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자습시간을 포기해야 하고, 세특 발표를 위해서는 수업시간을 넘겨줘야 합니다. 그리고 본질적인 차원에서 올바른 지도가 전제되지 않은 정성 평가는 반교육적이기만 합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활동기록에 쓰일 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논문을 찾아 읽는 시대입니다만, 과연 이것만으로 '공교육이 진보했다.'고 평할 수 있을까요. 대다수 고등학생에게는 초록과 결론만 대강 읽은 다음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그럴듯한 문장만 옮겨오는 게 최선입니다. 이런 편의주의적 인용 행태는 자기주도적 학습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나쁜 습관을 심어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 위의 책, pp.384-385.

학생부종합전형의 이상과 실태는 극히 다르다. 위의 내용은 그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강조하는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은 올바르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역사에 관한 교육 인프라의 부족은 교과 관련 탐구 활동에서도 고스란히 문제점을 드러낸다. 사실 이에 앞서 특목고 및 자사고와 일반고라는 환경적 차이, 절대다수의 평범한 학생들보다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는 교육 문화에서 기인하는 '학생부종합전형 빈부격차'라는 문제점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논하려면 환경적 측면, 교육문화적 측면, 시스템적 측면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서는 세 가지 측면 중 시스템적 측면에서의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제점을 논의하며, 다음 장에서 나머지 두 가지 측면의 문제점을 짚어보겠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을 위한 정성평가 가이드라인이 교육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실태를 알아보자.

탐구는 체계적인 절차를 필요로 한다. 가령 탐구 보고서를 쓴다고 가정할 때, 탐구 주제는 무엇으로 선정할 지, 탐구 절차를 어떻게 서론 - 본론 - 결론의 방식으로 정리할지, 탐구에 참고할 자료는 무엇인지, 피드백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미리 정해놓아야 한다. 또한, 미리 정해놓은 절차를 스스로 수행하기 위한 시간도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등학교에서는 정석적인 탐구 활동을 시행하기 어렵다.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적 관리이기 때문이다. 성적 관리에 절대적으로 많이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성적이 아니라 다른 면으로 학생을 보겠다는' 대안적 교육문화가 형성되려면, 대안적 교육 활동을 시행할 수 있는 여건 및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행 교육에서는 대안적 교육문화 형성의 방향성만을 제시해놓고 그것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재량으로 맡겨놓았다. 정성평가일수록 모두가 납득 가능할 기준점이 있어야 함에도 말이다. 이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세우는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은 일반고에서 비체계적, 중구난방적으로 행해지기 십상이다. 단지 생활기록부를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포장 행위가 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이상과 실태가 서로 들어맞지 않는 결과를 불러왔다.

필자는 이러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생긴 간극에서 몸부림쳤다. 필자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교육에 변혁이 생겼다고 말하였다. 본래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두 번을 치르는 관례에서 벗어나 한 번만 시험을 치르는 과목도 있었고, 과정 중심 평가인 수행평가의 비중을 대폭 늘린 과목도 있었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순기능을 제대로 실현하려는 선생님들 또한 있었다. 이렇게만 보면 좋아보인다. 그런데 그 이면에 여러 부작용이 있었다. 여러 과목에서 일제히 수행평가의 비중을 늘리는 바람에 '시험 대비'가 아닌 '수행평가 대비'를 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생겨버렸고, '수행평가는 대체로 점수를 잘 주자.'는 교육 모토가 있기 때문에 도리어 시험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문제점을 낳았다. 이런 변화를 일체 받아들이지 않는 선생님도 있었다. 그런 선생님 앞에서 일개 학생이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을 들이밀어도, '공부나 더 하라.'는 답변 또는 무성의한 생활기록부 기재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에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이런 광경은 펼쳐지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의 변혁을 외쳤지만, 변혁의 물결이 교수법, 교육문화, 시스템에 확실히 침투하지 못했다. 그 간극에서 필자는 고군분투해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사례에 국한되지 않음을 책에서 방증하고 있다.

솔직히 정보 해석 능력 자체가 갖춰지지 않은 애들한테 논문을 읽으라고 하는 게 웃긴 소리고, 목표 제시도 안 해주잖아요. 아무것도 없는 데서 갑자기 알아서 생존하라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러면 내가 뭘 해야 하는 지 알 수 없어요. - 경기권 일반고 재학생의 인터뷰

일일이 논문을 찾아서 이해도 안 되는 거 억지로 보고서를 써서 내도 선생님들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요.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겨우겨우 하고 있는 건데, 대학교 눈높이는 매년 올라가니까 힘들죠. - 학생 인터뷰

생활기록부에 쓰려고 선생님들이 활동을 시켜요. 과목이랑 진로를 연관시킬 주제를 가져와서 보고서를 쓰고 발표를 해라. 그러면 논문 사이트에다 검색을 하는데 논문 찾아보는 법을 아무도 몰라요. 그냥 싹 긁어와서 발표를 한 다음 추가 지도 없이 넘어가요. - 충청권 일반고 재학생의 인터뷰

제 시절보다 수행평가가 훨씬 확대됐는데, 고등학교 다니는 동생의 수행평가 준비를 도우면서 보니, 이게 학습의 일환이 아니에요. 그보다는 교사에게 잘 보이기 위한 PPT를 꾸미는 노동에 가깝더라고요. 게다가 그런 노동이 오히려 교과 학습을 방해해요. - 직장인의 인터뷰

중간고사 끝나고 나면 한달 반 뒤가 바로 기말고사고, 기말고사 끝나고 시간 나면 '과목별로 PPT 발표하니 만들어 와라.' 이런 식이에요. 두세 과목 빼면 수행평가도 해야 하죠. 배운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은 하나도 없고, 완전히 기초가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죠. - 강원권 일반고 재학생의 인터뷰

선생님 수업 대신, 애들이 발표하고 그 내용을 생활기록부에 쓰는 시간이 있거든요. 그게 아무 의미가 없어요. '자신의 탐구과제를 발표하며 서로의 이해를 돕고' 이런 게 아니에요. 이렇게 발표 수업이 대부분을 차지하니까 정작 본수업 진도 나갈 시간이 없어요. - 학생 인터뷰
- 위의 책, pp.380-381, 383-384.

학생부종합전형의 이상과 실태가 다른 원인을 '시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결국 내신과 수능이라는 시험이 존재하고, 이것으로 입시가 좌우되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안적 교육평가로 완전히 뿌리내리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험을 완전히 없애고 과정 중심으로 평가하는 교육으로 전면 바꾼다한들,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환경적, 교육문화적, 시스템적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으면 그것대로의 문제점이 야기된다. 변혁을 할 거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변혁과 기존의 것이 애매하게 병존하고 변혁을 실제로 이끄는 방책이 없는, 작금의 교육은 학생을 혼란으로 내몰 뿐이다. 따라서 명료하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변혁의 길을 제시해야 한다.

좋은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는 첫 길목은 '분류'이다. 시스템을 이루기 위한 항목을 설정하고, 그 항목이 각자 주어진 역할을 전담하는 것이 분류의 한 예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의 비체계성 문제 해결도 이 분류에 있다. 현실적으로 고등학교에서는 정석적인 탐구 활동을 할 수 없으므로, 고등학교에 맞는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의 범위 및 학생과 교사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분류하는 게 필요하다. 분류가 선결되어야 실현 가능성 검토, 체계 마련 등으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분류는 중요하다. 필자는 아래 글박스에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의 범위, 교사와 학생의 역할, 필요한 시스템을 분류해서 제시해놓았다. 누구나 알 법한 당연한 내용이지만, 분류를 해놓았을 때 체계를 세우는 청사진이 그려진다는 걸 실감할 것이다.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의 체계 마련을 위한 분류 가이드라인>
(1)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의 범위 설정
- 교과서 내 내용을 탐구 주제의 준거로 삼고, 교과서 외 자료 탐구로 확장하는가?
- 교과서 외 내용을 탐구 주제의 준거로 삼고, 교과서 내 내용으로 끌어들이는가?
- 교과서 외 내용의 경우, 범위를 문헌 자료(책)로 할 것인가? 시각 자료(영상 매체)로 할 것인가?

(2) 교과 관련 탐구 활동에서의 학생 역할
- 교과서 내 내용을 재확인할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새로운 근거를 제시할 것인가?
- 교과서 외 내용을 교과서 내 내용으로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 교과서 외 내용을 어떻게 인용할 것인가?

(3) 교과 관련 탐구 활동에서의 교사 역할
- 교육과정, 교수법 등 교육적 지식을 갖춘 실무자로서, 학생의 탐구 동기를 어떻게 불러일으켜야 하는가?
- 교과목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학생의 '교과서 외 내용 탐구'가 적절한지를 평가할 수 있는가?

(4) 교과 관련 탐구 활동에서 필요한 시스템
- 교과서 본문 외의 시각 자료, 부연 자료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 자료, 유인물 마련: 교과서를 세밀히 이해하는 일종의 '기조'로써 학생의 탐구 활동의 동기를 제공할 수 있음.
- 탐구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형식 제공: 문서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한글, Word 등의 사용 방법을 알려주고, 학생의 사용 능력을 파악하고 점검할 수 있는 피드백의 토대 마련. 특히 컴퓨터 사용 능력이 중시되는 현 시대에서 더욱이 필요함.
- 정보 해석 및 인용 윤리 교육: 학생이 교과서 외 내용을 해석하고 비판적으로 수용해 제대로 된 탐구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학문에서 중시되는 참고 문헌 출처 표기를 숙지하여 표절 문제를 방지토록 함.

<위의 가이드라인을 역사교육에 적용할 시의 예시>
[한국사 및 동아시아사]: 임진왜란을 주제로 탐구 활동을 수행할 때
(1)의 경우
- 탐구 주제의 준거를 역사 교과서로 하여 교과서 외 내용을 참고할 것인가?
- 탐구 주제의 준거를 임진왜란을 다룬 책, 임진왜란을 다룬 유튜브 영상/다큐멘터리로 하여 교과서와 연계할 것인가?

(2)의 경우
- 역사 교과서 서술을 따를 것인가? 비판할 것인가? 새로운 근거를 제시할 것인가?
- 임진왜란을 다룬 교과서 외 내용을 교과서 본문/부연 자료와 연계해서 끌어들일 것인가?
- 임진왜란을 다룬 교과서 외 내용의 인용을 동의/반박/일부 동의, 일부 반박의 방식으로 할 것인가?

(3)의 경우
- 탐구 동기의 제시는 흥미를 유발하되, 중립적으로 제시하기: 예컨대 임진왜란에 대한 한국, 중국, 일본의 입장을 전부 제시 -> 학생의 비판적 판단 및 탐구 동기 유발
- 학생이 참고한 교과서 외 내용을 같이 확인하고 피드백

분류 이후의 교육 시스템 구축 단계는 논하지 않겠다. 위의 분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교수법, 교육행정 등의 개발 방안을 논하는 것은 필자의 역량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것이 인문학의 본령이자, 필자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의문을 던지는 행위로 생기는 영감을 실현으로 이끄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몫에 맡긴다. 다만, 아래 책에서 제시한 해결 방안은 분류가 이루어질 때 실현 가능하다는 점을 역설하고자 한다.

교육 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여기에는 탄소 분자 조립 모형이나 현미경과 같은 부자재부터 수행평가 활동 기획안 등의 가이드라인까지 모든 유형의 도구가 포함되지요. 지금처럼 교육과정, 교과서 대강화(대략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교사 재량권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특히 절실합니다.

교육부 및 교육청 차원의 중앙 기관에서 표준화된 교육 자원을 선택, 개량 가능한 형태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짧게 말하면 교육 자원 모듈화입니다. 교사가 짊어진 업무 부담을 체계적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사 개인의 역량이 반드시 필요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가 구분되어야 하지요.
- 위의 책 p.476-477.

3. 나가며

이 장에서는『수능 해킹』이라는 책의 내용을 근거로 하여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규명하였다. 여기서 밝힌 교육 현장의 문제점은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공교육이 흔들리고 사교육이 고도화된다는 점,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위해 교육 현장에서 행해지는 교과 관련 탐구 활동이 학생에게 부담과 혼란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필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을 규명하면서 책의 내용을 보완하였다. 수능의 퍼즐화 현상의 경우, 책에서 실제 문제 제시를 통한 사례 분석을 짤막하게 다뤘다. 이 사례 분석을 시도했다는 자체가 훌륭하지만, 설명 방식은 독자에 따라 약간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여지가 존재한다. 또한, 일부 과목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을 보편화하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드러나는 평가원 모의고사/수능 동아시아사 및 세계사 문제들을 선별한 뒤, 문제를 풀이하기 위한 사고 회로를 도식으로 표현하였다. 분석 결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이후의 평가원 모의고사/수능이 그 이전의 평가원 모의고사/수능에 비해 복잡한 사고 회로의 가동을 요구하는 문제 수가 많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따라서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보편적 현상이라는 책의 주장은 사실이다. 필자는 책의 주장에 역사 과목의 사례를 덧붙임으로써 데이터를 풍부히 하고, 수능의 퍼즐화 현상이 역사 과목에서 갖는 특수성 또한 밝혔다. 교과 관련 탐구 활동 문제의 경우, 책에서 필자보다 더 탁월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문제를 논의한 관계로, 필자의 고등학교 시절 겪었던 문제점이 한 개인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밝히고, 교과 관련 탐구 활동 가이드라인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정도로 그쳤다. 전자의 문제보단 자신 있게 논의할 위치가 아니라는 점 또한 하나의 이유였다.

교육 문제는 끊임없는 화두를 던진다. 이 장의 호흡이 유독 길어진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능 해킹』은 최신의 교육 문제 그리고 학생과 교사, 강사의 솔직한 생각을 얘기한 인터뷰를 담은, 흥미로우면서 시사점을 많이 던져주는 교육 서적이다. 젊은 교육 서적을 읽고 현행 교육의 동향과 문제점을 제대로 바라보는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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