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으로 가는 역사학 내비게이션 8장
이 장에서는 독서를 통한 역사교육을 기획(제안)한다. 지난 장에서는 자발적인 독서가 어려운 이유, 발췌독이 교육에서 유용한 이유를 논의하면서 독서의 본질을 탐구하였다. 이렇게 독서의 본질을 어느 정도 알아내면서 교육과 적절히 접목할 단초를 얻었다. 필자는 그 단초로 '마이크로 독서'와 '발췌독 아카이브'를 제안하였다. 이제 그것을 구체화할 차례이다.
독서와 역사교육의 결합을 논의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능동적 교육'에 있다. 지금의 교육 방향은 능동적인 학생을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진로를 일찍이 정하고, 이와 관련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서 미래를 설계할 줄 아는 인간상이 지금 교육 방향의 모델이 되었다. 모든 학생이 그런 인간상을 알아서 만든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많은 미성년 학생은 가치관 등이 확립되지 않아 능동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자세를 갖추기 어렵다. 또한, 시험 위주의 교육이 아직 공고하다. 그러므로 능동적 교육이라는 목표 달성에는 해결하기 어려운(논쟁을 낳는) 문제점에 직면하게 된다. 시험 위주의 교육이 곧 정석이고 익숙한 것으로 여기는 학교, 교사, 시험 위주의 교육이 제일 미래를 바꾸기 좋은 방법으로 생각하는 수동적인 학생들에게 능동적 교육은 허울 좋은 소리에 불과하다. 능동적 교육은 잘 이뤄지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허다하며, 실제적인 방법론(체계)마저 갖춰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필자는 이런 부분에 문제의식을 가져 글을 쓴다.
새로운 방향을 가고자 한다면, 준비가 충분히 되어있어야 한다. 지금 교육에서 추구하는 능동적 교육은 방향만 있지, 그 방향으로 가 성공적으로 종점에 도달하는 '실제적'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성공한 소수의 사례를 신화로 전승시키거나, '그냥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어요.'라는 책임 없는 희망을 불어놓곤 한다. 전자는 '성공한 소수의 사례를 따라하면 모든 학생이 성공하는가?', 후자는 '전략(방향성의 확립 등)을 잘못 세우고 열심히만 한 학생이 실패하면 책임지겠는가?'라고 물으면 답변하지 못한다. 이런 작태는 있어서는 안 되지만, 지금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충분한 준비 없이 새로운 방향만을 좇다가 실패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능동적 교육에 실제적 방법론을 고안하는 과정을 본론에 밝힘으로써, 새로운 방향을 고민하는 교육자, 학생에게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서론의 문제의식과 관련하여 아래의 글들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첫 번째 링크의 글은 본론과도 연결된다.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10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11
우선 독서와 교육이 제대로 결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능동적 교육을 추구할 때 일어나는 문제점을 짚고 넘어가겠다. 고등학교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중요한 평가 항목이 '교과별 세부능력특기사항'이다. 이를 평가받기 위한 내력을 만드는 주요한 방법은 탐구 활동이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심화, 확장 학습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겉으로 보면, 학생의 능동성을 함양하는 교육 방식 같다. 더불어 학생이 어떤 주제,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 탐구 활동은 그저 '스펙 부풀리기'라는 수단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체계적으로 대비해 주는 시스템(예: 자사고)이 없다면, 학생의 탐구 활동은 '자료를 짜깁기한 그 무언가'가 되고, 교사는 이를 포장한다. '자료를 짜깁기한 그 무언가'라는 말은 학생이 탐구 활동을 위해 공들인 노력을 짓밟는 것 같지만, 냉정한 진실이다. 독서 습관이 내재되지 않은 채로, 자료를 읽고 보고서를 쓰는 건 사상누각이기 때문이다.
"의대에 지원할 성적을 충족한 학생인데도 실제 면접에서 학생부에 써 있는 책에 대해 물어보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감명 깊게 읽었다고 언급되는 책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인데, 이 책의 강점과 한계에 대해 말해보라고 하면 제대로 얘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 한 의대 교수의 인터뷰
배우지 않은 것을 배웠다고, 관심도 없는 주제를 깊이 파고들었다고, 요식행위에 가까운 교내 행사조차 엄청난 탐구라고, 컨설팅의 산물을 자신이 고민한 결과라고 거짓말하는 일이 '세특을 채워 넣어야 한다'는 미명 하에 정당화되는 상황입니다.
- 문호진, 단요, 『수능 해킹』, 창비, 2024, pp.387-389.
잠시 필자의 과거를 되짚어보겠다. 필자 역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고자, 위에서 말한 보고서 작성 활동을 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수업, 수행평가에서 학생의 능동성을 파악하고 유도하는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과별 세부능력특기사항 기재를 가장 확실하게 보장받는 방법이 보고서 작성 활동이었다. 어떤 가이드라인도 없이, 수업과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내 생각을 붙여넣는 작업을 수 차례 반복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억지로라도' 교과목과 내 진로, 관심사를 연결짓는 게 내 생각을 붙여넣는 작업이었다. 교사들 눈에 돋보일 만한 성적이 안 나오는데,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이 문제를 돌파해갔다. 반면,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에 소속된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개별적으로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당연히 전자의 학생들과 후자의 학생들 간 격차가 클 수밖에 없다. 탐구 활동의 결과물도 자료를 짜깁기한 그 무언가와 체계와 수준이 있는 소논문으로 갈린다. 불편한 일반고의 학생부종합전형 준비 과정의 진실을 꺼내보았다.
성적만으로 학생을 보지 않겠다면, 성적 외의 요소를 학생이 스스로 챙기고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이 스스로 뭔가 하려는데 미숙하다면 충분한 도움을 줘야 한다. 그런데 되짚은 필자의 과거에서 보듯 일반고에서는 그것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된 학생들을 위한 보험'으로 삼고 보통의 학생들은 방만하게 내버려두면, 그냥 시험으로 줄세우는 게 낫다. 불공정으로 보이는 격차를 용인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없기 때문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순기능을 믿기 전에, '사회는 이렇게 더럽구나.'라는 씁쓸한 인상만이 남는다. 필자도 그랬다. 학생부종합전형의 순기능은 학업 성적이 뛰어나지 않아도 다른 방면으로 재능이 있는 학생을 대학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면으로 재능이 있다는 걸 보여줄 기회 중 하나가 탐구 활동이겠다. 하지만 이 기회를 대다수에게는 주먹구구식으로 주고, 소수에게는 어드벤티지(advantage)를 부여하는 작태가 과연 옳을까?
물론 이상적인 학교에서는 기초 역량 배양과 추가 지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런 곳에서의 학습은 학생 개인의 다채로운 성향을 존중하며 지식의 폭을 넓혀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상적인 여건이 갖춰졌으며 학교 생활이 수시 대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지방 일반계 고등학교들은 대개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고, 이른바 사교육 특구의 고등학교들은 대입 실적에 눈멀기 일쑤입니다. 또한 학교별 편차를 최대한 줄이고 교사들의 지도 역량을 끌어올리려는 제도적 개입은 부족했지요. 결국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행정편의주의와 미비한 지도에 그대로 노출되고 맙니다.
결국 내신과 활동기록이라는 두 요인이 입시 경쟁과 결합하며 나타나는 현상들은 세 가지 차원에서 문제적입니다. 첫째는 정보 접근성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며 양극화가 극심해진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실 없는 활동과 지도 없는 탐구가 거듭되는 가운데 교육이라는 본령이 사라진다는 것이며, 셋째는 학교 생활과 희망 진로 사이에서 주객전도가 발생하며 기만적인 태도가 배태된다는 것입니다.
- 위의 책, pp.386-387.
능동적 교육을 위한 교과별 탐구 활동이 제대로 행해지려면, 독서와 교육을 일체시키는 걸 고려했어야 한다. 독서 습관이 없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글을 제대로 읽고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탐구 보고서를 써오라 하면, 앞에서 말한 '자료를 짜깁기한 그 무언가'가 된다. 자료가 짜깁기되었다는 건, 곧 학생의 탐구 활동은 '능동적'이 아니라 '수동적'이었다는 증거이다. 학생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이고, 교사가 학생들에게 '알아서 탐구 보고서를 써와라.'라고 무성의하게 대하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교사가 학생들 책 읽는 것까지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반문이 들어올 것이다. 답변하자면, 가르쳐야 한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서가 유용한 행위라는 사실은 시대를 관통하는 진리이다. 둘째, 독서가 유용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풍조가 미약하다. 셋째, 교과별 탐구 활동이 제대로 행해지려면 독서 능력을 필요로 한다. 독서를 필요로 하지 않아도, 학생들의 잠재력을 잘 보여주는 교육법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교육법을 구상하기 위해서라도 책을 찾아봐야 한다. 지금 교육에 필요한 건 독서라는 탈을 쓴 기계적인 비문학 독해가 아니라, 능동적 교육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한 진정한 독서이다.
독서를 교육에 녹여내는 핵심은 '자연스러움'이다. 억지로 엮은 것 같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억지로 엮은 것의 폐해가 위에서 지적한 '겉치레식' 교과별 탐구 활동이다. 지금부터 자연스러우면서 배워가는 것도 있는 독서와 교육의 실제적 결합 방법을 짚어보겠다.
먼저 '읽기 방식'에 대해 검토해봐야 한다. 독서는 글쓰기처럼 내향적 표현 활동이다.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독서가 제격이겠지만,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외향적 성격의 소유자에게 독서는 지루한 행위이다. 사람의 특성에 따라 독서의 선호도가 갈리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독서는 공부처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소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짧고 굵은 것',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을 원하는 신세대 학생들에게는 걸맞지 않다. (과거의 필자를 비롯한) 많은 남학생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지난 장에서 독서를 부담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게 독서를 교육에 녹여내는 원초적 조건이고, '마이크로 읽기'가 하나의 해결책임을 밝혔다.
마이크로 읽기를 실제 교육에서 적절히 구현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선 마이크로 읽기의 출발점부터 구상해보겠다. 첫째, 읽는 방법에 변주를 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말없이, 가만히 앉아서 글을 읽어야 하는 걸 싫어한다면, 그 싫어하는 특성을 완전히 없애볼 수도 있다. 빔 프로젝터나 모니터 화면에 읽을 텍스트를 띄워놓고 읽게 시킨다거나, 텍스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각 자료를 첨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읽는 방법의 변주이다. 여윳돈이 있다면, 사탕 같은 간식거리를 마련하고 대표 읽기를 수행한 학생들에게 줄 수도 있다. 그러면 사탕이라도 먹기 위해서 글을 읽어보려는 학생이 있지 않겠는가? 둘째, 퀴즈를 수업 중간에 삽입하는 것이다. 요즘은 Kahoot!과 같은 온라인 환경에서 실시간 퀴즈 게임이 가능한 수단들이 있다. 학생들에게 가볍게 독서를 시킨 뒤, 퀴즈로 그 내용을 확인시키게 하자. 분명히 독서한 내용이 더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이 방식으로 교육을 지도하는 건 비교적 간단하다는 장점도 있다.
역사교육에서도 마이크로 읽기는 접목하기 좋다. 요즘은 교양 수준으로 역사를 쉽고 재밌게 풀이한 서적들이 많이 출판되었다. 교육자는 학생의 눈높이에 적절한 역사 서적을 선정한 뒤, 그 내용을 교과서(교육과정)와 수업 진도를 고려해서 마이크로 읽기의 방법으로 녹여내도 된다. 이 간단한 절차만으로도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 시간 내서 독서해보려는 학생이 많이는 아니더라도, 조금씩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역사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내용 전달에 치중하는 역사교육 교수법이 역사를 무미건조한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화수분과도 같은 역사의 특성을 살려, 여러 이야기와 여러 관점으로 살을 붙여서 역사의 인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게 더 좋은 교수법이라고 본다. 논문, 전문 서적을 읽힐 필요도 없다. 쉽게 쓰인 교양 수준의 역사 서적을 마이크로 읽기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읽히게 만들면, 훨씬 더 좋은 역사교육 교수법이 행해질 것이다.
다음으로 검토할 것은 '독서의 의미'이다. 학생들이 독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면, 이를 매개로 한 활동을 고안해야 한다. 독서의 의미를 찾아내는 게 마이크로 읽기의 '확장점'이다. 확장점은 곧 독서(읽기)를 말하기, 쓰기 등으로 변환하는 활동이다. 역사교육에서는 이 확장점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첫째, 쟁점 토론이다. 역사학이 학문의 성격을 가지는 이유는 학자들의 다양한 견해와 학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반된 견해들이 쟁점을 만들기도 한다. 역사학에서의 쟁점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교육의 영역으로 끌어오기 좋은 요소이다. 아래 예시처럼 쟁점 토론을 위한 교육 절차를 구성 및 시행한다면 학생들에게 역사 공부의 의미를 부여하고, '독서가 뒷받침되어야 역사학의 세계를 거닐 수 있다.'라는 깨달음도 줄 수 있다.
[역사교육에서 독서를 매개로 쟁점 토론을 행하는 방법]
1. 역사 서적 또는 다른 형태의 읽을거리에서 쟁점을 추린다.
2. 관련 쟁점에 대한 배경지식을 충분히 설명하여 원활한 토론을 유도한다.
3. 학생들에게 마이크로 독서의 방식으로 쟁점에 대한 자료를 읽히게 한다.
4. 쟁점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5. 필요에 따라, 토론의 결과를 글로 정리하여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 기재에 활용한다.
둘째, 융합 방안 제시이다. 역사는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요소를 대부분 포괄한다. 역사 없는 분야, 학문은 없다. 그것이 곧 역사학이 근본적인 학문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와 문학을 엮는다든지, 역사와 과학을 엮는다든지 등의 방법으로 역사는 '융합 학문, 융합 교육'으로 적합한 대상임을 보여줄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그러지 못한 형편이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그걸 설명하는 게 이 장의 핵심 주제는 아니어서 생략하겠다. 세계사를 좀 공부한 사람들은 세계사 공부가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점에 동의할 것이다. 세계의 지리를 어느 정도 익힐 수 있고, 여러 종교와 문화의 특징도 파악 가능하며, 시민 혁명과 같은 정치 변혁을 불러온 사건을 통해 오늘날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구조, 국제 정세 등에 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세계사 학습은 곧 융합 자체라 할 수 있는 인간 사회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만 공부한다면, 역사와 다른 분야를 엮을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역사와 타 분야의 융합을 독서로 이뤄낼 수 있다. 설령 꼭 세계사가 아니더라도, 한국사에서도 융합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한국 근현대사만 보더라도, 중국 및 일본, 서구 열강과 엮였던 일이 많았다. 한국 근현대사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사, 세계사를 자연히 접할 수도 있고, 어떤 특정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 수도 있는 법이다. 결국 역사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타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는 '확장'이 일어나는 셈인데, 독서로 확장 과정을 잘 받쳐줄 필요가 있다. 동아리와 같은 비교과의 영역에서는 장기간에 걸쳐 일정한 결과물을 내는 프로젝트로도 발전시킬 여지가 있다.
[역사 융합 탐구 활동 예시안]
a) 수업의 경우
1. 타 분야와 연결성이 있는 역사 서적 또는 읽을거리를 탐색한다.
2. 1.의 내용을 학습 유인물과 같은 별도 자료로 구성한다.
3. 학생들에게 마이크로 독서의 방식으로 관련 자료를 읽히게 한다.
4. 3.을 바탕으로 토론 및 간단한 글쓰기 활동 등을 진행하고, 필요에 따라 교과 세부능력특기사항
기재에 활용한다.
b) 비교과의 경우
1. 타 분야와 연결성이 있는 역사 서적 또는 읽을거리를 탐색한다.
2. 마이크로 독서 + 토론의 방식으로 1.의 자료를 조금씩 소화해낸다.
3. 독서 및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및 수행한다. (Ex. 캡스톤디자인 제작, 교육 자료
개발법 모색 등) -> 필요에 따라 교사는 개별 지도를 진행한다.
4. 완성된 프로젝트를 공유 및 발표한다.
의외로 평가원 모의고사, 수능 문제 자료에서 역사와 타 분야를 융합한 모델을 제시한 경우도 있다. 평가원 역사 모의고사, 수능에 사용되는 자료들은 학문과 교육과정의 접점을 절묘하게 맞춘 것들이 많다. 필자 역시 집필진으로 있었을 적 모의고사를 출제할 때, 학문과 교육과정을 접목하는 프로세스로 문제 자료를 많이 제작했었다. 정답은 그냥 선지 한 줄로 표현하면 끝이지만, 정답을 도출하기 위한 풀이 과정의 설계는 영감과 연구가 필요하다. 영감과 연구의 원천 중 하나가 독서이다. 책이나 사료를 읽어보며 교육과정과 연결하기 좋은 학문적 지점을 찾는 데 좋다. 그래서 평가원 모의고사, 수능 문제 자료는 알고 보면, 실제 학교 현장 교육에 활용하기 좋은 아이디어의 집합이기도 하다. 아래 예시들을 살펴보면, 왜 그러한지 마음에 와닿을 거라 본다. 위에서 논의한 내용의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사
동아시아사
세계사
이상의 논의로 능동적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실제적 방법론의 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지난 장의 서론에서 독서와 교육의 일체를 위해서는 단계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절차대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지난 장에서는 독서의 본질과 그에 관한 인식, 발췌독의 장점을 고찰하였고, 이 장에서는 독서를 교육에 녹여내는 방법을 '마이크로 읽기'를 중심으로 교수법의 변화, 아이디어를 줄 수 있는 몇몇 예시를 통해 살펴보았다. 이렇게 독서와 (역사)교육의 관계를 긴밀하게 연결하는 작업을 거쳤다. 부디 이 글이 학생들에게는 독서의 유용성을 깨닫고, 교과별 탐구 활동을 준비하는 가이드라인이, 교육 현장에서는 형식, 불공정만 있었던 능동적 교육의 실태를 반성하고 내실을 갖추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한편, 발췌독 아카이브에 관한 논의는 유보하였다. 이 장의 분량이 너무 길어져서 끊어낸 것도 있고, 지난 장 말미에서 살짝 언급했듯이 후속 시리즈를 통해 발췌독 아카이브의 실제를 보여주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이 들어서이다. 대신 필자가 발췌독 아카이브를 구상하는 것의 모델이 된 한 가지 사례를 아래에 소개하겠다. 필자는 교육에 관한 문제의식 제기, 해결법 제시에만 그치지 않고, 제시한 해결법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한다.
이 네이버 블로그는 '아카이브'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서양사에 관한 많은 글이 축적되어 있다. 글들을 보면, 왼쪽 정렬 설정 상태에서 정보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핵심적인 내용만 간단명료하게 정리되어 읽는 것에 부담이 없다. 또한, 내용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시리즈도 있지만, 몇 개만 뽑아서 읽어도 무방한 시리즈도 있다. 발췌독의 특성과 유사하다. 이상과 같은 점에서 발췌독 아카이브의 한 모델이 되겠다고 생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