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역사교육 Note: 문답 #2
이 장에서는
제3지대 교육에서 제작하는 교재의 유형,
교재를 만들 때 거치는 과정을 다루며
일반 독자들에게
제3지대 교육의 구조를 쉽게 이해시키고자 한다.
지난 장에서는
'균등성'을 주제어로
공교육의 문제가 무엇인지 다뤘다.
필자는 공교육이 기회의 균등성을 가지나,
과정의 균등성이 보장되지 않아
결과의 불균등성으로 인해 받는 책임을
온전히 학생이 부담하고, 좌절하게 되는 것을
문제점으로 제기하였다.
사교육은
공교육이 과정의 균등성을 보장하지 않는 결점을 노려
대립항으로 성장했고,
특히 제3지대 교육은 교재로 대표되는
교육 인프라 구축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제3지대 교육에서
어떤 교재를 제작하길래
교육 인프라 구축의 역할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답하는 것이
이 장의 핵심이다.
그렇다고 그 물음에 대한 답변이
'사교육이 우월하다.'라는 식의 선전은
아님은 분명히 하고자 한다.
수험용 교재를 구성하는 요소는
'유연한, 구조화된 학습 개념',
'문항'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두 요소는
학생이 학습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학습 정도를 평가하는 단계까지
'자기 주도적 학습'에 긴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이다.
이 글에서는 그걸 '중간 과정'으로 부르고자 한다.
학교에서 어떤 교과목의 학습이
시작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선생님이 교과서를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수업할 때이다.
학교에서 어떤 교과목의 학습이
끝나는 순간은 언제인가?
선생님이 지정된 시험 범위에서
출제한 시험을 마칠 때이다.
어떤 교과목 학습의
시작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을 뺀
나머지가 중간 과정이다.
중간 과정을 이끄는 책임은 학생에게 있다.
평소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의 시험 성적에서
생기는 차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학생에게 중간 과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우는 걸 정당화하면 안 된다.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며
각자가 가진 개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조적 수단으로
학생이 중간 과정을 잘 운영하게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곧 교육 인프라이다.
보조적 수단의 예시는 많다.
공교육에서는 방과후 학교가 대표적이다.
사교육은 이 보조적 수단을
공교육보다도 치밀하게 공략한다.
사교육은 교육이라는 이름을 빌려
시장 경제에서의 이익을 추구하므로
당연한 결과이다.
제3지대 교육에서는
학습 개념의 쉬운 이해를 돕는 교재,
실제 시험과 '가장 유사한' 문제집&모의고사를
주로 제작한다.
대형 학원은 그것을 대대적으로 선전해
많은 매출을 끌어모은다.
이 교재들은
공교육의 시험 대비를 위한 교재는 아니다.
99%의 경우, 수능 대비를 위한 교재이다.
그러므로 학습자 입장에서 보이는
사교육, 제3지대 교육이 구축하는 교육 인프라는
수능이라는 전국 단위의 교육 평가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측면에서의 인프라인 셈이다.
그러므로 사교육계에서는
학습 개념을 유연화, 구조화시켜서
학습자가 쉽게 그것을 이해하는 교육 방법론보다도
학습자가 개념 학습을 충분히 마쳤다는 전제 하에
개념 응용력,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개발하는
교육 방법론을 더욱 중요히 여긴다.
필자 역시 제3지대 교육에 있었을 때
개념서를 집필하고 편집하는 업무보다는
시험지를 제작하는 업무를 훨씬 많이 수행했었다.
수능 대비는
학교의 정기고사를 대비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험난한 여정이다.
'명문고'라 불리는 학교의 정기고사를
보지 않은 필자의 섣부른 추측일 수도 있겠으나,
일반적으로는 수능을 더 어려운 시험으로 여길 것이다.
수능은 1년에 단 1번만 보는 데다,
어떤 교과목의 전체 내용을 이해한 상태로
문항들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을 발휘해야 한다.
일부 학교의 경우만 제외하면,
수능은 일반 학교의 정기고사보다 어려운 시험이 맞다.
따라서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의
중간 과정은 매우 길다.
짧게는 반년(일명 '반수'라 하여 대학생이
6~7월부터 수능을 준비하는 경우)부터
길게는 1년이다.
'현역'이라 불리는 고3은
수능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수능 공부에만 전념해도 되는 재수생, N수생과 달리
고3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단련된 학생이라면
수능은 효과적인 보험으로 작용하지만,
그저 그런 학교에 다니는 학생, 특히 중위권 학생이라면
가급적 수시(학교 내신 성적, 학생부를 반영하는
대입 전형)로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
필자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이론적으로는
공교육이 수능을 대비하는 중간 과정을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에게는
수능으로 '만회할' 기회를 줘야 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그 전형의 선발 과정이 불투명하므로
'투명한 선발 방식'이라는 보험을 제공해야 한다.
수시가 잘못됐고, 수능이 옳다는
이분법적 사고로 이러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방법을 택하게 되겠지만,
과정적으로는 두 방법 모두를 준비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은 일반고에서는
가급적 수시 전형으로 대학에 갈 것을 당부하고
일부 교사는 수업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하지 못하게 막기도 한다.
그렇다고 수능 대비를 위한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졌느냐고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경우가 다반사이다.
분명히 어딘가에 존재하는 공교육의 그늘이다.
(수시는) '학생들에게 가하는 영향력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는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합니다.
우선 방임적인 교사들은 아예 교실 통제를 포기하고
보신에만 전념하곤 합니다.
수업시간을 모두 자습으로 돌리거나
흥밋거리 퀴즈 따위로 때운 다음 시험문제는
프린트만 외워도 풀 수 있는 수준으로 출제하지요.
그리고 세특은 학생들의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여
써줍니다.
반면 어떻게든 자신의 존재 의의를 증명하려는 교사들,
학생들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교사들은
야합을 택하게 됩니다.
이 시스템이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자리를 좁히고
사교육에게 먹이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어쨌거나 교실 내에서는 자신의 전권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야합을 택한 교사들은 수시를 유도하는 동시에
정시를 택하는 학생들을 도외시하곤 합니다.
때로는 지도에 소홀한 수준을 넘어, 적극적인 방해를
시도하기도 하고요.
수시라이팅이라는 신조어가 인터넷에 널리 퍼질 정도입니다.
교사들이 수시를 강권하는 수준이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가깝다는 겁니다.
그러나 수능은 교육과정을 토대로
국가기관에서 출제하는 시험이자 엄연한 공적 제도입니다.
통제에서 벗어나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학생들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학생이 단순히 '정시를 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교사에게 적대시되는 상황은 부당합니다.
그것은 성인이 청소년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고,
스승이 제자에게 해서는 더욱 안 될 일입니다.
- 문호진, 단요, 『수능 해킹』, 창비, 2024, pp.398-400.
공교육이 학생의 중간 과정을 책임지지 않으면
자연히 사교육으로 눈을 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학생이 '공부할 의지'가 있다면,
사교육의 다양하고 체계적인 교재들로
중간 과정 운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제3지대 교육은 그 중간 과정 운영을 교육적으로 관장한다.
학생의 중간 과정 운영을 돕는 교재를 제작하는
제3지대 교육의 집필진 역시
중간 과정을 겪고, 잘 운영해내야 한다.
그것을 일반 독자가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도 많다.
필자도 제3지대 교육의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했다.
그 고민을 시각 자료로 풀어냈는데,
부디 독자들에게 잘 해석되기를 바란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최근의 사교육계는
문항을 개발하는 방법론을 중시하고,
그와 관련한 업무의 중요도도 높아졌다.
제3지대 교육은 이를 전담한다.
따라서 제3지대 교육의 구조는
'문항 개발 시스템'으로
간단히 정의할 수 있다.
문항은 제3지대 교육 구조의 기본 단위이다.
제3지대 교육의 구조는 이 기본 단위를
창출하고, 차등화하며, 알맞게 조립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
위의 자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창출하고 차등화하는 과정은 ①, ②에
알맞게 조립하는 과정은 ③, ④에
해당한다.
(이하 글에서 문항 개발 시스템 절차는
모두 숫자로 표시.)
①~④ 중 가장 어려운 건 단연 ①이다.
창조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자격증 시험 문제처럼
질은 신경쓰지 않고 양만 충족하면 되는
문항을 제작한다면 ①의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사교육, 제3지대 교육이
목표로 삼는 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평가원 모의평가/수능과 구분이 어려운
질적인 문항'을 제작하는 것이다.
문항이 교육과정을 준수하는 걸 넘어
누구도 모방하기 어려운 독창성,
깔끔하다는 느낌을 주는 심미성 등을
갖춰야 한다.
위의 내용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38
https://brunch.co.kr/@charlemagnekim/42
요리도 재료, 양념, 도구
모두가 있어야 할 수 있듯이
문항을 제작할 때도
재료, 양념, 도구가 있어야 한다.
문항의 재료는 '각종 참고 자료'이다.
역사 교과목 문항을 출제하는 경우라면,
각종 역사책, 사료 데이터베이스 등이
문항 개발을 위한 재료인 셈이다.
재료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문항의 양념은 '전처리'이다.
재료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가령 어떤 사료에서 역사 문항을 출제할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a) '이 사료에 해설을 달아 교육과정 준수
여부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겠다.'
b) '2인 대화나 책 일러스트를 활용해
문항의 심미성을 높여야겠다.'
c) '이 사료를 약간 윤색해 변별력 있는
문항으로 만들어야겠다.' (차등화에 해당)
등의 구상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한다.
문항의 도구는 '편집'이다.
여기서 ②가 필요해진다.
필자가 속했던 학원에서는
평가원 시험지와 똑같은 형태의 편집 양식을
제작 및 배포해 각 교과목 콘텐츠팀이 쓰게 하고 있다.
①에서 문항 개발을 위한 구상의 가닥이 잡히면
문서 프로그램을 통해 ②의 과정에 돌입한다.
따라서 컴퓨터를 다루는 능력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①, ②를 통해 결과물이 나오면,
어떤 이의 제기도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그 결과물을 계속 다듬는다.
'한 번에 통과되는' 결과물은 거의 없다.
최소 3번은 손본다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에 집필진끼리 손보고,
두 번째에 집필진끼리 손본 결과물을
검토진이 살펴본 뒤 의견을 주며
세 번째에 검토진의 의견을 반영해
결과물을 다시 손보는 과정이 일반적이다.
오탈자 따위의 수정이라면
손보는 건 간단하지만,
문항에 활용한 자료에 전면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식의 지적을 받으면
손보는 것도 큰일이 된다.
특히 역사 과목은
문항에 활용되는 자료에
'역사적 왜곡', '고증'의 오류가 없는지를
더 엄밀히 따져야 하므로
업무의 난도가 높아진다.
문항 검토 과정까지 마쳤다면,
완성된 문항은 교육 콘텐츠에 바로 수록되거나,
후일에 활용하기 위해 문제은행에 보관한다.
이처럼 문항 개발은
많은 정성과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 정성과 절차가 곧 중간 과정인 셈이다.
맛있는 음식도
더러운 접시에 담거나,
각각 먹으면 맛있는 음식을
한데 섞어놓으면 맛없어진다.
문항 역시
어떻게 한 시험지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엉성한 집합체가 될 수도 있고
기승전결이 완벽한 집합체가 될 수도 있다.
③은 문항을 알맞게 조립하는 절차이다.
필자는 그 예시로 N제, 실전 모의고사를
자료에 써놓았다.
N제는 이전 글에서도 정의했듯이,
문항을 대량으로 실은 교재이다.
보통의 N제는
쉬운 난도부터 어려운 난도의 문항까지
총망라해서 실은 교재이며,
'학습자의 취향에 따라' 변주를 줄 수 있다.
상위권 학생들을 공략한다면
고난도 문항만으로 이뤄진 N제를,
중하위권 학생들을 공략한다면
무난한 문항만으로 이뤄진 N제를
제작하면 된다.
N제는 실전 모의고사에 비해
문항 배치의 엄격성이 높지 않다.
그보다는 문항 주제 및
문항 풀이법의 중복이 있는지를 살펴본다.
반면, 실전 모의고사는
문항 배치의 엄격성이 높다.
실전 모의고사의 제작 목적이
'평가원 모의평가/수능과 다름없는
시험 시뮬레이션을 경험'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실전 모의고사에서만
특별히 적용되는 ①의 과정이 있다.
'경향 분석'이다.
당해 평가원 모의평가/수능 문제를
미리 예측하고 적중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이때는 사전 토의로 몇 가지 약속을 정해놓는다.
a) '오답률이 높았던 N월 모의평가
N번 문제 스타일의 문항은 꼭 만들자.'
b) 'N월 모의평가에 어떤 소재가
강조되는 것 같은데, 이를 활용하자.'
c) 'N월 모의평가 기조를 살짝 비틀면
수능 문제지와 흡사할 것이다.'와
같은 게 약속이라 볼 수 있겠다.
문항 배치도 사전 토의에서 결정된
내용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만약 '20XX학년도 수능 문제지'를
실전 모의고사를 제작하는 데 참고한
시험지라고 가정했을 때,
20XX학년도 수능 문제지의 문항들이
'어떻게 배치'됐는지도 참고 사항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평가원 모의평가/수능 출제진도
문항 개발 과정을 마치면
문항을 한 시험지에 배치할 때
여럿이 참관하는 가운데 이뤄진다는 얘기를 들었다.
③의 절차까지 있어야
문항은 기본 단위에서
단일한 집합체로 변모할 수 있다.
문항 개발은 많은 노력을 요하기 때문에
매 시험지마다 '100% 신규 문항'을
수록하는 건 무리가 있다.
따라서 ④의 과정이 필요하다.
집필진의 업무 부담감을 줄여
업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목적도 있지만,
특별히 잘 만들어진 문항을
'일회성'으로 활용하고 끝내기에
아까워서 그런 것도 있다.
문항을 100개 만든다고 치면,
개중 몇 문항은 '고전'이 된다.
언제 어디에 써도 들어맞는
'고전'과 같은 문항 말이다.
다시 만들기도 힘들다.
그런 문항은 많으면 3~4차례 재활용된다.
또 한편으로는 '그저 그런' 혹은
'미처 잡지 못한 오류가 있는' 문항도
있는 법이다.
이런 문항은 보통 일회성 활용으로 그치지만,
어쩌다 보니 재활용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는 'Remake'가 이루어진다.
그것을 자료에서는 '수정 재활용'으로 명명했다.
재활용의 비중도 각기 다르다.
한 시험지를 이름만 바꿔서 그대로 다시 쓰는
'100% 재활용'도 있는가하면,
옛날 시험지의 몇몇 문항만 선별해
신규 문항과 혼합해 쓰는 '부분 재활용'도 있다.
보통 후자의 재활용이 많다.
문제은행에 보관된 문항을
쓰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재활용이다.
그런데 만들어놓고 어디에도 쓰지 않아서
신규 문항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만약 N제나 실전 모의고사를
구매하려는 학생들이 이 글을 본다면
문항 재활용에 관한 사항은 꼭 알아두길 바란다.
N제는 재활용할 문항을 정해둔 상태에서
신규 문항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제작되고,
실전 모의고사에서 '100% 신규 문항'을 내세운다면,
모든 문항이 실전 모의고사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시기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일부 문항은 문제은행에서 갖다 쓴다.
그럼에도 제3지대 교육에서는
매해 신규 문항을 몇백, 몇천 단위로 제작하기에
재활용한 게 크게 표가 나지 않는다.
평가원 모의평가/수능을 출제할 때도
예비 문항을 제작해둔다고 한다.
아래 링크는 문제은행, 문항의 재활용과 관련해 참고하면 좋은 유튜브 영상이다.
제3지대 교육의 문항 개발 시스템은
사교육의 지원에 힘입어
고도로 발전한 상태이다.
이 시스템은 '균등성'을 담보한다.
사람의 출신 성분에 상관없이
이 시스템에 숙달되면
'표준적으로 쓸 만한' 문항을 개발하고,
시험지를 제작할 수 있다.
꼭 어떤 교과목과 관련한 전공을 하지 않더라도,
그와 관련한 교육 업무에 종사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스템의 힘이자 과정의 균등성이다.
반면, 개념서 집필이나
중하위권 학생을 공략하는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제3지대 교육이 밀리는 감이 있다.
애당초 수능 대비 콘텐츠가
상위권 학생에 초점을 맞춰 제작되는 데다가,
개념서는 유명 강사가 꽉 쥐고 있다.
유명 강사는 '강의'를 하기 때문에,
개념서를 세심하게 집필하는 편이다.
그래서 제3지대 교육은
문항 개발에 특화된 것이다.
쟁쟁한 교육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
나름의 입지를 구축한 셈이다.
우리나라 중등교육,
특히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에서의 수업 및 교육평가와
수능이 따로 논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만 충실히 들으면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무리가 없다는
수능날 평가원장의 브리핑을
진실로 믿는 학생은 없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롯이 공교육의 힘으로 성공을 일구는 게 가능할까?
요즘은 아닌 것 같다.
정말 역설적이게도
사교육이 과정의 균등성을 담보하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구축한 상황이다.
사교육 억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만들어놓은 시스템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교육은 이를 역수입할지,
아니면 공교육만의 독보적인 시스템을 구축할지의
기로에 놓여 있다.
확실한 건 지금처럼 공교육에서
과정의 균등성이 보장되지 않고,
대입을 위한 두 가지 선택지(수시, 정시)를
모두 대비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면
공교육이 사교육을 이길 방도는 찾기 어렵다.
물론 공교육의 잘못만을 탓하는 건 아니다.
과열된 교육열, 대학 서열화와 같은
사회 문제도 얽혀 있다.
그런데 공교육을 바로세우는 작업은
우선순위로 둬야 할 것 같다.
제3지대 교육의 구조를 소개한 이 글이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