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성과를 이룰 수 있었나요? 크기가 작더라도 '주체적으로 이룬 성과'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 만일 당신이 사라지고 당신과 똑같은 능력을 갖춘 사람이 그 자리에 온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어떤 점을 가장 그리워할까요?
나는 굼뜨고 둔하다. 처음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는 성향의 사람이 아니다. 내가 어떤 성취나 실적을 얻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오늘 간단히 몇 가지 이야기해본다.
1. 과거와 현재의 Data
2.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능력
3. 리더가 목표로 하는 것
4. 게임의 법칙 (문제의 원인, 업계의 상황)
5. 성과에 대한 기댓값 (일 또는 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6.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1. 과거와 현재의 Data
일은 반복된다. 하늘 아래 완전히 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예전 누군가는 해왔던 일이고 그 Data를 기준 삼아 더 나은 성과를 얻고자 노력한다.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종이라도 하나 있는 게 좀 덜 아프다.
2.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과 능력
거창하게 시너지를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구성원의 능력을 제대로 안다면 그들에게 업무를 아웃 소싱할 수 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하고, 다른 사람이 잘하는 건 그 사람에게 부탁한다. 나는 부탁을 잘하기 때문에 가끔 베짱이 같기도 하다.
3. 리더가 목표로 하는 것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힘들여 일하고 성과도 났는데 리더는 신경도 안 쓴다면 허탈하다. 그래서 일하기 전에 리더의 관심이 중요하다. 꼭 물어본다. 필요 없다면 하지 않고, 만약 꼭 필요한 일인데 리더가 모른다면 그 필요성을 알리고 업무 수행의 당위성을 인정받은 후에 일을 시작한다. 칼퇴를 꿈꾸는 직장인이지만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쓰는 건 스스로 생각할 때 부끄럽기 때문이다.
4. 게임의 법칙
세상은 일정한 룰대로 돌아간다. 답이 정해지지 않는 것은 리더의 의향대로 진행하고,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은 인과관계를 바탕으로 답을 찾는다. 답이 없는데 인과관계와 논리적인 사고는 의미가 없고, 답이 있는데 리더의 의향은 쓸데가 없다.
다행히 내가 주로 하는 업무는 답이 있는 일이다. 명백한 전/후 인과관계가 있고, 그것들을 찾으면 성과가 난다.
5. 성과에 대한 기댓값
예상되는 시간에 얻을 수 있는 기댓값이 내가 정한 기준보다 높으면 그 업무를 시작한다. 하지만 그 기댓값이 낮다면 다른 일을 찾는다. 떳떳하게 일하기 위해, 칼퇴하면서도 당당하기 위해 성과가 나지 않는 일들은 지양한다.
6. 일을 통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
가끔 힘들고 벅찬 일을 할 때가 있다. 일이 어렵지만 배울 것이 있는 경우다. 사실 성과보다 중요한 것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직장생활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면 실력은 기본이다. 실력은 항상 같은 일을 할 때 생기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어렵고 힘든 일을 겨우 이뤘을 때 생긴다. 그래서 뭔가 배울 점이 있고, 영감을 받을 것이 있으면 손을 들어 내가 맡는 편이다.
나는 슬로 스타터지만 지금 회사에서 14년 동안 일했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 농담 삼아 '내가 해보지 않은 일 없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법이 없다'는 말을 후임들에게 할 때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일 유형의 불량이 계속해서 발생되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엔지니어들이 문제 해결 업무를 진행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원인을 알지 못했고 당연히 리더와 경영진의 질책이 계속되었다.
나도 그 문제에 흥미가 생겨서 내가 맡지는 않았지만 문제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제조업 엔지니어라면 다 아는 5M + 1E, 현장의 관찰, Step별 관찰을 통해 원자재의 문제라는 것을 밝혔고, 원자재 업체와 장기간의 줄다리기 끝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경험이 있다.
나는 일에 있어서 실패를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실패를 회사에서는 실험이라고 지칭한다. 나는 실험을 많이 하는 사람이다. 회사의 자금으로 test 제품을 만들어 의도적인 불량을 내고 그것으로 데이터를 추출한다. 그런 데이터를 모아서 나만의 데이터 베이스를 만들고 자발적으로 그 인과관계를 정리하곤 한다.
나의 성과는 많은 실패로 이루어졌다. 20번도 넘는 실패를 통해 얻게 된 1번의 성공으로 인정받은 경우도 많다. 내가 성과를 얻는 방식은 많은 시도를 하고 많은 실패를 통해 '게임의 룰'을 파악하는 것이다.
실패를 인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고민하기보다는 적은 실험 비용으로 빠른 피드백을 받고 그것을 제대로 정리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실패 비용을 낮추고 계속 휘두르는 것, 더 빠르게 휘두를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결국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에게 휘두르게 시키는 것... 내가 성과를 얻는 비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