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작년 부서 회식을 주관하는 중책(?)을 맡았다. GWP(Great Work Place)라고도 하고 CA(Change Agent)라고 불리는 일이다. 천성이 내성적이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싫어했지만 다행히 나와 달리 관종끼(?)가 있는 동료가 함께 했었고 그와 함께 1년간 부서의 대소사를 관여했다. 관종 핵인싸 직원은 진행을, 나는 회식 준비하는 것으로 업무 분장을 마쳤다.
강제로 술을 마시게 하는 분위기의 회식은 싫다. 하지만 최근 괴롭힘 방지법과 올바른 술자리 문화의 정착으로 회식자리가 부담스럽지 않고 회사 비용으로 맥주 한잔 하는 것도 만족스러워서 회식을 피하지 않는 추세다.
예전처럼 신입사원에게 춤이나 노래를 시키는 일은 없다. 하지만 회식자리는 즐거워야 하기 때문에 뭔가 이벤트가 필요했다. 가만히 앉아서 술만 마시다가 끝나는 회식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래서 동료들을 위해 뭔가 준비하기로 했다.
1. 술병 표지 프린트
술병을 감싼 종이에 갖가지 프린트를 했다. 부서의 이름도 넣고 구호도 넣어 봤다. 별다른 노력 없이 판촉 하시는 분께 연락드리면 필요한 수량만큼 라벨을 준비해오셔서 술병에 붙여주신다. 다만 라벨 붙인 술은 다 구매해야 한다.
- 평가 : 노력 대비 사람들의 호응도가 높았다. (★ ★ ★)
2. 공로상 수여
그동안 고생한 인원들에 대해 상장을 준비했다. 주목받지 못하고 음지에서 묵묵히 일한 인원들에 대한 배려와 응원을 위해 준비했다. 생각보다 호응이 좋았고 상장을 수여하신 부장님도 기분 좋으시고 받은 직원들도 기분 좋았다. 전체적으로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 평가 : 준비하는 과정이 민망했지만 상장을 주시는 분과 받는 분 모두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 ★ ★ ★)
3. 선물 이벤트
회식을 준비하면서 왜 모든 행사에 선물 이벤트가 빠지지 않는지 알았다. 사람들은 공짜를 좋아한다. 그리고 술 마시고 기분 좋을 때 받는 공짜 선물은 그 순간을 기분 좋게 만든다. 회식 입장할 때 사람들에게 번호표를 나눠준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이벤트로 선물 추첨을 하는데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사람들을 몰입하게 만들고 기분 좋게 도와줬다.
- 평가 : 공짜는 언제나 옳다. (★ ★ ★ ★)
4. 버스킹 이벤트
여러 부서 GWP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공원에서 진행하는 판촉행사에 참여했다. 야외 행사였는데, 맥주와 음식을 공원 한 켠에 먹고 마시며 얘기 나눌 수 있는 이벤트였다. 행사가 심심할 것 같아 고민하던 중 버스킹 아이디어가 나왔다.
공원에는 다행히 버스킹을 위한 무대가 있었고, 버스킹을 보면서 회식을 진행했는데 역대 회식 최고의 호응을 얻었다. 공원을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부러워했다.
- 평가 : 추억에 남는 멋진 이벤트였다. (★ ★ ★ ★ ★)
회사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부서원들에게 봉사하는 일을 맡았다. 본업과 별개인 부수적인 업무였지만 함께 일 하는 동료들이 즐거워하고 웃는 것을 보며 나도 기뻤다. 그들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술 마시며 맛있는 안주를 먹었던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코로나 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중이다. 일체 회식을 금하고 있다. 빨리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어 함께 술 한잔 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