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리오빠 Sep 05. 2018

부동산 시장에 부는 '소확행'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소확행과 가심비,
과연 일시적 트렌드?

약 1~2년 전부터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의 트렌드로 떠오른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정도입니다. 인간 생활의 기본 요소인 의식주를 기준으로 보면, 확실히 의(衣)와 식(食)에서는 이런 트렌드가 지금의 20~30대들에게는 삶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도 1인 주택 시대가 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난번 포스팅으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고가 아파트 수요 증대' 현상 뒤에 잔잔하게 퍼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소확행' 트렌드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런 트렌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특정 현상을 포착해 상품화해 공급하는 형태의 비즈니스가 다수 등장해야 합니다. 최근 주목할 점은, 주거 쪽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사업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수요 창출의 잠재력이 있기에, 투자뿐만이 아니라 내 집 마련에 있어서도 꼭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동산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다른 상품에 비해 장기성을 띄기 때문에 투입 자금 대비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 효과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확실히 '소확행' 트렌드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초소형 공간'의 공급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건설사, 통신사, 증권사의 임대 시장 진입

예전 건설사들은 초소형 아파트를 마지못해 지었습니다. 당시에는 수요가 없다고 판단했으니까요. 정부에서 소형 평형 의무비율을 규제해 어쩔 수 없이 가구수에 편입했습니다. 2005년 입주한 잠실 리센츠는 가구 중 일부를 27m² 사이즈로 분양했습니다. 당시 분양가가 약 1억 9천만 원 수준이었지만, 결과는 미분양이었습니다. 거실 1개와 방 1개가 전부인 이 평형대는 2018년 현재 8억 원 가까운 시세를 보여줍니다.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향후 우리나라의 가구 구조상 이 규모의 가구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합니다.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소확행'이라는 키워드가 젊은 세대들을 장악하고 있지요.


최근에는 '소확행' 트렌드가 주거 문화에도 지배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사업자들이 임대 사업, 소위 월세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대우건설은 2018년 2월 부동산종합서비스 '디앤서(D.Answer)'를 선보였는데, 이를 통해 시행부터 시공, 분양 등 기존 진행방식에 더해 임대 관리와 매도까지의 과정에 필요한 금융, 법무, 회계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현재 '동탄 행복마을 푸르지오'에 처음으로 적용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코오롱 글로벌은 주택 임대 서비스 브랜드, '커먼 라이프(COMMON Life)'를 내놨습니다. 코오롱에 속한 각종 계열사들이 개발, 임대, 운영, 시설 관리, 투자 등을 일임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통한 공급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1인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자들 (출처: 커먼 라이프)


롯데자산개발은 1~2인 가구에 특화된 도심형 주거 임대사업 브랜드 '어바니엘'을 출시하고, 통신사인 KT는 KT의 종합부동산회사 KT에스테이트를 통해 부동산 전 영역을 아우르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 또한 서울 합정역 인근에 24층짜리 1인 가구용 임대 주택을 올리고 있고, 하나금융그룹도 폐점한 은행 지점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교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수익 획득을 위한 사업자들의 투자 이전에, 인구학적 변화와 '소확행' 트렌드가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확신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자들의 공통점은 건설과 금융, 서비스 부문이 별개였던 기존 방식과 다르게 모든 고객의 여정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일체화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이제는 가능한 마이너스 재건축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에게 마이너스 재건축을 제안하는 건설사가 철퇴를 맞던 시절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존 중대형이나 대형 평형을 중소형 평형 위주로 교체하는 마이너스 재건축은 평형이 축소되는 단점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구 수가 늘어나고 사업성도 높아지며, 평당 가격이 소형 평형대가 높아질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실현 가능한 재건축 형태입니다. 이 또한, 소형 혹은 초소형 평형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며 조합원들의 인식도 바뀐 덕인데, 초과이익환수제 등 넓은 평형으로 재건축 진행 시 발생하는 추가분담금의 부담도 덜 수 있어 조금씩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현재 마이너스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거나 예정 중인 지역 중 송파구 오금동 가락 상아 1차 아파트, 삼환 가락 아파트 등이 고려 중이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향후 아파트에 투자나 실거주를 고려 중인 분들은 오히려 평당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대형 평형대를 매수해 향후 마이너스 재건축을 통한 상대적 이익을 확보하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겠습니다. 실거주 측면에서도 적당한 사이즈에 거주가 가능하고, 충분한 수요로 인해 매도 시에도 빠른 현금화와 시세 차익도 가능합니다. 현재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 때문에 리모델링 위주로 사업이 진행되는 분당 같은 1기 신도시가 재건축 중심의 사업으로 진행되는 시기가 오면, 엄청난 매수세가 이어질 것을 누구나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는 파급력이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1년 분당 아파트 가격이나 추가된 투기지역들을 고려하면 리모델링 이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결과가 벌어지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베드타운 역할을 한 1기 신도시들은 당연히 중대형 평형대가 많습니다 (출처: 경향DB)


초소형 상가와 오피스의 등장

상가와 오피스에도 '다운사이징' 트렌드가 반영되고 있는데, 이 또한 '소확행'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만큼, 1인 창업과 기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위워크(Wework)와 같은 공유 오피스는 말할 것도 없고, 2~5인 규모의 스타트업도 섹션 오피스에 입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1인 창업은 2013년도에 7만 개 수준이었으나, 2016년 26만 개로 급증했습니다.


나 홀로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최적화된 소규모 점포의 창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 공급된 상가 1층 면적의 90% 이상이 전용면적 50m²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상가 권리금이나 분양가가 비싼 이유도 있지만, '머무름'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은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사업 전략일 수도 있지만, 트렌드가 그런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출처: 빠아앙 홈페이지)


'소확행' 트렌드가 소비 트렌드에서 벗어나 일상 전반에 적용되고 있는 지금. 그 뒤에는 물가 상승률 대비 낮은 임금 상승률과 소득 불균형 심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에만 나타나는 특이 현상이 아닌 점을 생각해보면, 이런 트렌드가 생각보다 장기적으로 그리고 깊게 우리 행동 양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향후 '내 집 마련'이나 '투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미칠 잠재력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언급하려고 했던 '도시형 생활주택'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정부는 향후 1~2인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공급자에게는 사업성을, 수요자에게는 여러 혜택을 제공해 수요를 창출하려 했는데, 현실적으로 빌라 등과 같은 형태로 진행하는 바람에 미분양이나 공실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협소주택과 같이 '소확행'과 더불어 '가심비'까지 충족시키는 나만의 공간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고 있으니, 향후에는 도시형 생활주택에 꾸준히 입주자가 늘겠지만 수요나 인기가 크게 생기지는 않을 것 같은 것이 안타깝습니다. 뜬금없지만 Houzz 서비스가 떠오르는데, 협소주택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이왕 주거 형태를 '소확행'으로 가져갈 것이라면, 외관도 나름 부족하지 않고, 인테리어도 내가 원하는대로 하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작가의 이전글 부동산 시장의 신호와 소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