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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Sep 04. 2018

부동산 시장의 신호와 소음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통계학과 미래 예측의 슈퍼스타로 평가받는 네이트 실버의 역작, '신호와 소음'은 하루에도 몇 퀸틸리언(조의 1만 배, 100경)에 달하는 정보가 생산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3 테라바이트(3,072기가 바이트)의 저장 능력을 가진 인간의 뇌가 현명한 판단과 예측을 하기 위해 정보를 유의미한 '신호'와 불필요한 '소음'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합니다. '빅데이터'와 '통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개인적으로 '신호와 소음'이 시사하는 큰 그림은 아래와 같습니다.


신호란 통계와 직관, 예측을 넘어선 진리이며, 소음은 신호로 착각하게 만드는 무작위적 패턴을 말한다

인간의 뇌는 반복 양상을 포착하도록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언제나 특정한 신호를 찾고 있으며, 이를 위해 소음을 구분해 내야 한다

인간은 판단의 한계가 있음을 예측하고 인정할 필요가 있으며, 기존의 관점보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며 지혜를 얻자

사람은 각자의 경험, 가치관, 지식을 결합해 경험적으로 판단하는데, 이것이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자기 과시의 경향을 보일 수 있다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해석할 때 자신이 해석하기 편하거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방향으로 해석한다(인지적 지름길)

자료가 풍부할 때는 양상을 파악하기에는 용이하지만, 그 양상에 신호와 소음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판단하는 사고의 틀이 중요하다

맞이해 본 경험이 없는 경우, 지난 데이터로 논리를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여기서 말한 신호의 의미는 결국 적절한 정량적 빅데이터 구성(데이터 크롤링, 전처리 등)을 통해 선입견을 거두고 여러 관점을 통해 발전적인 사고의 틀과 인사이트를 구축(알고리즘 구축, 인사이트 도출 및 머신러닝 최적화 등)을 역설하는 의미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바라볼 때, 누구나 이런 식의 접근이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전문 기술 및 능력이 부족하다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 빅데이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신호'와 '소음'을 구분해야 할 일이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어떤 정보가 '신호'이고, '소음'일까요?


신호 1. 추가된 투기 지역

최근 발표된 8/27 부동산 대책은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은데, 발표된 대책 중 하나는 종로구, 중구, 동작구, 동대문구 등을 투기지역으로 추가한 내용입니다. 기존에도 강남 4구를 포함, 마용성과 강서, 양천, 영등포, 노원구가 투기지역이었습니다. 작년에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던 지역은 한강을 기준으로 남쪽은 직주근접(일자리와의 교통 접근성)에 용이한 9호선과 2호선, 7호선이 지나는 지역입니다. 북쪽은 마포, 용산, 성동구와 같이 재개발 이슈가 있거나 교통 등 호재가 존재한 지역입니다(노원구는 강북에서 거의 유일하다시피 학군이 형성돼 있는 주거 지역이라는 점이 다른 강북권과 차별점으로 작용했습니다). 다시 해석하면 이 지역들은 애초에 주택 수요가 탄탄한 지역이었고 정부가 이를 재확인해 준 모양이 됐습니다.


서울에서 살 만하다고 하는 지역은 모두 투기 지역으로 설정된 모습 (출처: 연합뉴스)

이번에 추가된 종로구와 중구, 동작구와 동대문구의 경우는 어떨까요? 이전 포스팅에서 서울 지역 평균 평당 아파트 가격과 함께 저평가된 지역으로 동대문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적 있었는데, 동대문구가 투기 지역으로 지정된 이유는 재개발의 결과가 현실화되는 시점에 왔기 때문이며, 더욱 자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동대문구는 가장 변화가 큰 지역이 될 것입니다.



중구는 최근 서울시의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정된 남산타운 아파트의 시세 및 호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향후에도 상승할 여력이 있습니다. 5,000세대가 넘는 대단지에 역세권이라기에는 아쉽지만 실거주 만족도가 매우 높은 단지인 중구 남산타운 아파트는 어떠한 형태로든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된다면 중구의 확실한 대장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산타운 리모델링 이슈와 더불어, 신당동 재개발 사업이 몇 군데 빛을 보고 있는 부분도 이번 투기 지역 지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작구와 종로구는 투기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로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 용산 마스터플랜 발언과 홍파동 경희궁 자이 2단지의 시세 상승, 아현 뉴타운 등 주변 시세의 영향 등 매우 명확한 이유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이번 투기 지역 추가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하더군요.

국토교통부에서 밝힌 추가된 투기지역의 최근 시세 변동률

투기지역이 된 이유를 알아보는 것도 좋지만, 결국 이 또한 정부가 주택 수요가 꾸준해 시세 상승이 여전한 지역들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모양새입니다. 현재 투기지역은 1. 수요는 꾸준한데 신규 공급 물량이 정책적으로 제한돼 있거나, 2. 재건축 및 재개발을 통해 신규 아파트 물량이 공급될 예정인 지역이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이 공통점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수요를 창출할 모멘텀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집값 잡기가 이 정도로는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투기지역 = 시세 상승 지역'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성립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신호 2.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정부는 작년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취득세, 종부세, 건강보험료, 양도세 혜택 등을 내세운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을 내놨었습니다. 최근 국토부에서는 임대주택 활성화 방안의 세제 혜택이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수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밝혀져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혜택이 과도한 탓에, 현금이 넉넉한 다주택자들이 신규 주택을 구매해 임대주택으로 등록해 오히려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는 많은 분들의 예측이 현실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가 어떤 신호를 줄까요? 


지난해 7월 약 23만 명이었던 전국 임대주택 사업자는 정부의 유인책으로 올 6월 기준 약 33만 명으로 증가했고, 등록된 임대호수도 115만 호를 넘었습니다. 문제는 다주택자가 '신규' 주택을 구매해 임대 등록을 한 비율이 높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공급은 부족하지만 꾸준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새 아파트'의 공급이 제한됐다는 점입니다. 당연히 이는 시세에 반영됐습니다.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정점을 찍고 있는 지금, 주택을 매수하려는 입장에서 신규 아파트 매수를 주저해야 할  이유입니다. 더 오를 가치가 있다 하더라도, 지금 시점에서 상승된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는 것보다는 현금 비축 기간을 더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토부는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출처 : economad)


신호 3.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

미국의 2018년 2분기 경제 성장률이 4.2%를 기록했습니다. 경제 성장률은 현재 한국의 2018년 경제 성장률 예측치 2.9% 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며, 이와 더불어 18년 만에 소비자심리지수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은 괄목할만합니다. 미국 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은 유력해 보입니다. 2018년 여러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한 연준이기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한은의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연내 변화는 충분히 예상되지만, 미국이 금리 인상기로 접어든 시점에서 다소 의외의 결과이자, 현실적인 판단이기도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시점에서 원화 강세를 유지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럽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업 부문의 경기실사지수가 2014년 이후로 최저 수준이며, 수출 부진으로 인한 국내 주식 시장의 조정이 우려되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싣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건설업은 국내 주식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여 높은 영향력을 끼친다 (출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여기서 참고할 부분은 결국 우리나라는 연말 혹은 내년 중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시점이 온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등 대출 금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변동금리를 적용해 대출받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는 금리 상승기에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몇 분들이 대출을 받으려면 금리 오르기 전에 받고, 단기에 해결할 수 있는 대출이면 고정금리로 진행하라고 조언하는 이유입니다.


수많은 뉴스 중에 이와 같이 신호로 판단해야 할 것이 있는가 하면, 소음으로 구분해야 할 정보도 반드시 존재합니다.


소음 1. 탈서울 현상과 전세

최근 지속적으로 탈서울 현상에 대해 언급하는 정보들이 많은데, 일부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일부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8년 상반기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주한 인구는 18만 명에 이르는데, 서울로 진입한 경기도민은 6만여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면 서울에서 인구 유출이 일어났습니다. 다만, 이를 집값과 전세가 상승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적 있지만, 탈서울 현상은 최근 재건축 이슈로 인해 수도권으로 잠시 이동하는 인구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일부 대단지의 경우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이 하락하는 현상을 보이는데, 이 현상만을 보고 입주할 경우, 세입자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적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갖고 전세자금 대출까지 받아서 온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소음 2. 평균값의 함정

평균의 오류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 있습니다. 평균은 지역별 평당 가격 파악을 통해 내가 관심 있는 지역의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뿐입니다.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이 7억을 돌파했는데, 7억이라는 수치만 놓고 자금력이 부족한 매수 희망자가 서울 입성을 포기한다는 논리와 같습니다. 자금이 부족하면 서울 지역에서 미래 가치가 보이는 저평가 지역을 골라내려고 노력하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입지 선정 기준과 지역 리스트이며, 이후 지역별 평균 가격을 놓고, 해당 지역의 대장주와 저평가된 단지 혹은 매물을 확인한 후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소음 3. 지인의 묻지 마 투자

사실 가장 큰 소음은 '카더라'입니다. 꾸준히 언급한 대로 '묻지 마 투자'는 형태적으로도 가장 위험한 투자 방법입니다. 최근 3년 간은 부동산 상승기였기 때문에 딱히 부동산을 몰라도 돈 번 사람이 있었고,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겠다는 실거주자들이 많아질 때가 '묻지 마 투자'의 가장 위험한 타이밍입니다. 지인의 투자 권유가 맞는 제안일 수도 있겠으나 본인의 판단 기준 없이 투자할 경우 조정장을 겪을 수 있습니다. 수요가 꾸준한데, 조정을 겪는 경우 상당 기간 마음고생만 하면 시세가 회복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수요가 꾸준하거나 호재가 있는지는 투자자 본인이 직접 확인할 사항입니다. 입지 분석부터, 해당 단지의 대장주 대비 시세, 3년 간 전세가 및 매매가 흐름, 호재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도 집값이 상승세일 경우, 정부에서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 대책을 시작으로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생산될 것은 불 보듯 뻔합니다. 여전히 상승장이냐 하락장이냐를 놓고 투자를 판단하기보다는 적어도 현 정부의 집권 기간만큼은 내가 관심 있는 지역과 매물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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