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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Sep 24. 2018

부자들이 부동산을 팔지 않는 이유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KB에서 매년 발간하는 부자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자료로, 금융 자산 규모만 이 정도라니, 전체 자산 규모를 생각해보면 20~30억 원은 거뜬한 부유층이 설문의 주요 대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총 자산 규모가 10억 원~50억 원 사이 부유층만 해도 약 13만 명쯤 되고 10억 원 이상 부자는 약 30만 명쯤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발전된 나라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소득 양극화가 우리나라라고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가 내놓는 많은 대책들로 시끄럽기도 하고, 방향도 잡기 어려울 때는 다른 여러 자료를 참고해 나만의 생각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습니다. 맞든, 틀리든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2018년 버전으로 발간된 KB 부자보고서를 바탕으로 부자들의 투자에 대한 생각과 인식을 알아보고, 향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있을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부자들은 자신이 금융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투자 성향도 적극성을 띕니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부동산을 언급하기 앞서, 부자들이 기본적으로 투자 관점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아무래도 '가처분 투자 금액'이 높아,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일반인보다 공격적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위 그래프를 보니 일반인 대비 실제로 그렇긴 합니다. 본인이 금융지식에도 이해도가 높다고 생각하며, 이를 바탕으로 실제 투자에 있어서도 '그런 편'입니다. 특이점은 그렇다고 해서 '공격 투자형'은 아니라는 점이네요. 일반인 대비 '적극성이 있는 투자'와 '안정추구형 투자'가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일반인 대비 이율이 낮은 '안전빵' 투자는 지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런 부자들이 최근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는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올해 주식 자산을 크게 줄이고, 유동성 자금 확보에 나선 부자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투자에 적극적인 부자들이 지난 1년 간 주식 자산 비중을 줄이고 현금과 예적금 등 유동성 자산 확보에 나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자들이 기본적으로 현금 흐름을 중요시한다고는 익히 알고 있지만, 최근 이와 같은 움직임이 더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2017년 오를 만큼 오른 주식 시장에서 주식 자산을 처분한 영향도 크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실제 현금성 자산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아래 그래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부자 10명 중 7명이 현금 유동성 확보의 필요성을 느낀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그런데, 아래 그래프를 보니 다소 놀라운 부분이 있습니다.


주식 자금을 빼는 부자가 많음에도 주식 기대 수익률이 올해도 매우 높습니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주식 자금에 대한 비중을 크게 낮췄음에도, 2018년 주식 시장의 기대 수익률이 지난 3년 간 가장 높은 수치로 응답했습니다. 중앙값 기준으로 2018년 기대 수익률 20% 이상을 응답한 비율이 무려 절반을 넘습니다. 그럼,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현금 확보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자들은 2016년부터 부동산 자산을 늘렸는데, 서울과 수도권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이 표가 힌트 정도는 될 수 있겠습니다. 이 그래프를 단순히 보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한 부자들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난 3년 간 부동산 자산을 늘려왔고, 당분간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수도 있겠군.'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자세히 보면 좀 더 해석 가능한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 2016년 대비 2017년 서울 부동산 매입이 줄다가 2018년 급격히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부동산 정책 강화 기조 속에서 재건축, 재개발을 통한 신규 아파트 수요가 '똘똘한 한 채' 트렌드로 향할 것을 알고 움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지속적으로 인기(수요)를 창출할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나눠, 부동산 침체기가 와도 꾸준한 수요를 통해 시세 상승이 가능한 단지를 가려 투자한 셈입니다.


둘째, 경기/인천 지역의 부동산 매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우리가 생각해볼 때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리던 동탄2신도시를 비롯해 공급 과잉으로 투자나 매입 경고가 있던 단지들이 수도권에 많았습니다. 김포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 빨간 불이 켜졌던 곳이 많았죠. 반드시 언급한 지역에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입지가 좋아 미래 가치가 예상됐거나, 특정 지역 주변에서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있던 지역은 마이너스 피를 대부분 털어내고 프리미엄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대규모 택지지구 입주의 경우, 입지가 괜찮으면 처음에는 미분양이 나도 수요가 따라붙는다는 경험적 인식과, 신규 아파트 수요가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을 인지하고 광역 교통망의 확충과 주변 지역의 신축 수요를 감지한 본능적 인식이 모두 작용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정부에서도 인정했지만, 최근 시세 상승은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이 수요에 적절한 '공급'을 하지 못했던 것이 컸다는 건 이제 모두 알고 있습니다.


재건축 아파트가 부동산 유망 투자처라는 응답이 높게 나타납니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임대 수익이 가능한 상가와 일반 아파트, 오피스텔보다 오히려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부자들의 수요가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높습니다. 추가적으로, 이 조사 이후에 나온 임대사업자 관련 내용을 참고하면, 주택이든 상가든 임대사업자에 대해 혜택을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면서 오히려 주거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더 커지지 않았을까 우려스럽습니다. 결과적으로, 향후 5년 정도는 서울 및 일자리 접근성이 좋은 재건축이나 재개발 아파트는 완전히 핫템입니다. 더군다나, 부동산으로 지난 3년 간 큰 이익을 본 부자들이라, 기존에 소유한 부동산도 처분할 계획이 없을 것입니다. 아래 그래프처럼 말입니다.


여전히 부동산 수익률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출처: KB 2018 부자보고서)



부자들이 가진 투자에 대한 인식과 부동산에 대해 알아본 이유는 부자들을 시기하거나 부러워하라는 목적이 아니라, 향후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도 지적했듯, 주택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때문에 미래 가치가 있는 부동산 매물이 등장할 경우 부자들이 거침없이 먼저 접근해 시세를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그 시세가 그 지역의 시세가 되는 과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9.21 부동산 공급 대책만 봐도, 부자들이 자금을 부동산에 더 투입할 여력을 만들어줬습니다.



오늘 살펴본 바에 따르면, 원체 일반인보다 공격 투자 성향이 강한 부자들의 수와 자산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 최근 3년 간 폭등한 부동산 자산 증대가 큰 영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좋은 입지의 부동산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똘똘한 한 채' 트렌드가 생겼었고, 신규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향후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구 성동구치소 부지와 개포 재건마을 외 추가적으로 서울 내 9곳의 신규 공공주택 공급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미니 신도시급의 공급이며, 주거형 부동산뿐만 아니라 인프라 등 기반시설들이 새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돈의 흐름'을 주도하는 부자들의 유동성 자금이 여전히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현실입니다.


결과적으로 몇 가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그냥 살다보니 투기 지역, 투기 과열 지역으로 지정된 재건축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실거주자'는 일단은 버틸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10년 초중반에 서울 및 주요 수도권 거점 신규 아파트에 입주했거나 최근 청약받아 입주하는 실거주자'는 5년 정도는 맘편히 지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연식 10년 내 아파트는 향후 몇 년간은 해당 지역 시세를 이끌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난 3년 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주택 매수 희망 무주택자나 1주택자'는 대출을 일으켜 '똘똘한 한 채'를 매수할 수 없다면 애매하게 매력적인 아파트를 매입하느니 조정이 시작되고 대출 규제가 다소 완화될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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