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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Mar 10. 2019

주택 시장의 안정과 왜곡 사이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주택 시장 안정화를 다짐한 정부의 새해 첫 3개월 성적표는 양호한 것처럼 보입니다. 연일 주택 가격과 주택 매매 심리 지수가 하락하고 있다는 여러 지표가 그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주택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상황들은 외부에서 보기에 정부의 목표대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가고 있는지 조금만 살펴본다면 이후에 벌어질 현상이 더욱 걱정됩니다. 


단기적인 안정화를 위해 장기적인 주택 가격 폭등 가능성을 알면서도 간과하고 있다는 강한 느낌. 왜 때문일까요?


인위적인 공급 억제,
누적되는 재건축 대상 주택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있으나 그 방향성이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및 광역 교통망 대책 등을 발표하며 주택 신규 공급에도 신경 쓰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공급까지는 시차가 존재할뿐더러,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이 대다수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지역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 현재 재건축 및 재개발 정책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추후 노후 주택 급증으로 발생될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부분입니다. 신규 택지 개발이든 재건축이든 매년 꾸준하게 진행해 결과적으로는 고른 시세 분포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입니다. 결과적으로 노후한 주택은 재건축을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그 시기를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한 것이죠. 

서울 주요 재건축과 재개발 로드맵, 서울에도 공급이 필요합니다 (출처: 직방)

부동산 시장은 사이클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향후 완화적 정책으로 기조가 바뀐다고 해 양도세 인하, 분양권 전매 가능, 재건축 연한 완화 등 정책이 등장하기 시작할 경우 억압됐던 수요가 분출되며 주택 시장이 교란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주택자 수요 억제가
오히려 추가적 공급 억제로

정부는 위에 언급한 대로 물리적인 공급을 억제했을 뿐만 아니라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의 주택 수요를 감소시키면서 결국 주택 공급을 추가적으로 억제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정책 중 하나는 임대사업자 등록과 양도세 중과 정책입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통해 꽤나 많은 다주택자가 주택을 8년 이상 장기보유주택으로 전환하면서 매물을 감소시켰습니다. 여기에 양도세 중과까지 더해져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주택 매매를 하지 않는 시장이 된 것이죠. 


현재 시장은 주택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합니다. 공급을 억제하면서 주택 시세를 안정화시킨다는 것은 매우 왜곡된 해석입니다. 언급했듯 공급은 꾸준히 이뤄지는 상태에서 시세가 잡혀야 진정한 주택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주택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면 오히려 양도세를 인하하고, 재건축과 재개발을 현재보다 활성화시켜 주택 공급은 활성화하고 이에 대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공시 가격과 금리 부분을 조금씩 상승시켜 수요를 조절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주택 시장 안정화의
본질적 고민을 잃다

여러 부침이 있을 수 있지만, 주택 시장 안정화는 궁극적으로 꾸준한 주택 공급 내에서 판을 짜야합니다. 우리나라 주택 시장은 주식 시장만큼이나 불투명한 시장이 돼버렸는데, 이런 이유로 부동산 시장이 하나의 투기 시장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정부가 속전속결로 주택의 공급과 수요, 방향성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2년 간 주택 가격 추이, 참여 정부 초기와 비슷합니다 (출처: KB경영연구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정화의 궁극적 목표는 전국 집값의 평준화가 아니라 입지별 적정 집값을 찾는 것입니다. 정부의 역할은 입지가 좋아 인기가 높은 주택과 그렇지 않은 주택의 합리적 시세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 핀셋 규제나 국민 대다수에게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주택 시세가 위태롭게 붙들려 있는 형국을 만든 탓에, 이후 언젠가 부동산 시장 규제를 푸는 정책으로 전환하게 될 경우 주택 시장 양극화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과연 많은 분들이 그런 모습을 눈 뜨고 봐야 할까요? 



솔직히 최근 집값이 잡히는 것 같다, 하락세로 돌아선 것 같다며 기뻐하거나 정부를 칭찬하는 기사나 발언을 볼 때마다 정말 미래를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해 중장기적 미래를 버리는 것만 같은 지금 부동산 정책을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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