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열역학, 배열, 미시적, 거시적...
엔트로피로 검색하면 나오는 단어들이다.
극한의 문과생인 나는 보기만 해도 눈앞이 아득해진다.
종종 일상생활에서 혼돈 상태, 무질서도가 높은 상태일 때 엔트로피가 높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다. 어느 정도는.
엔트로피의 개념을 느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려면 정의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르게 접근해야 할 듯하다.
우리 우주가 태어난 빅뱅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빅뱅 직후가 우주 역사상 가장 엔트로피가 낮았던 시기이다.
뭐... 아무것도 없던 시절이니 엔트로피든 뭐든 높은 게 이상하다.
그 뒤로 태양이 만들어지고, 지구가 만들어지고, 다른 행성들도 생기고, 생명이 탄생하면서 엔트로피는 점점 높아졌다.
이해를 위해 엔드 오브 타임에서 든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우리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면 수증기가 화장실을 가득 채운다.
어느 한 구석에만 몰려있지도 않고 화장실 골고루 퍼져 있을 것이다.
이 상태가 자연스럽고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반면 샤워 후에 세면대 아래로 발목 높이의 수증기가 동그랗게 모여있다고 생각해 보자.
아무도 이런 경험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누가 강제하지 않는 이상 벌어질 수 없는 일이다.
부자연스럽고 발생 확률도 낮다.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오븐에서 빵을 구웠을 때 구운 빵의 냄새가 오븐에서 시작되어서 집안 전체로 퍼져나간다.
여기서 빵 냄새가 오븐 근처에 있을 때가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
빵 냄새가 집 전체에 퍼졌을 때가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이다.
정리해 보면
부피가 크고 분자의 수가 많으면 고 엔트로피,
반대로 부피가 작고 분자의 수가 적으면 저 엔트로피 상태이다.
제목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왜 과거로 갈 수 없을까?
엔트로피는 낮은 상태에서 높은 상태로 변한다.
집안 전체에 퍼져 있던 빵 냄새가 다시 오븐으로 밀려들어가는 일이 현실로 벌어지리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영상의 뒤로 가기에 해당하므로 발생활 확률이 0에 가깝다.
이 책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은 과학자인지라 끝까지 0이란 말은 안 한다...
그래서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엔드 오브 타임에서는 말하고 있다.
엔트로피는 빅뱅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엔트로피가 줄어들 확률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엔트로피가 최대치에 달하면 그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은 하는데, 그 미래가 썩 밝지는 않다.
그런데 언제 최대치에 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우주의 나이가 137억 년에 태양의 나이 46억 살. 앞으로 산 만큼 더 산다고 봐도
46억 년이 남은 건데 그전에 최대치에 도달하게 될지 안될지도 알 수 없다.
제대로 엔트로피에 대해서 말하려면 앞에서 언급했던 열역학, 배열, 미시적, 거시적 이런 단어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제대로 엔트로피에 대해서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그저 엔트로피란 게 있고 증가하고 있으며 섭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문과 스타일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1~2분 글 하나 읽고 하나의 지식을 얻는다면 남는 장사 아닌가 싶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뭉텅이로 생략하고 책에서 든 예시를 중점으로 정리했다.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엔드 오브 타임, 엔트로피로 검색하면 보다 정확하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