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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언 May 12. 2020

아이와 산에 첫 발을 디디다

매주 아이와 산을 오른다는 것

걷는 것은 좋아하지만 산에 자주 오르지는 못했다. 등산화를 구비해놓고 자주 가겠다 다짐했었지만 늘 시간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다 포기할 만큼 산이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세상엔 관심이 가고 하고 싶은 일이 늘 많았으니까. 그랬던 내가 엄마가 된 지금, 매주 산에 올랐다. 올라가다가 왜 또 오르기 시작했냐며 속으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앞 뒤로 아이들을 한 명씩 데리고 있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혼자였으면 못했을 일을 산을 잘 아는 선생님과 함께라 겁도 없이 시작할 수 있었다.

휴직과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도 나도 한 뼘씩 자란 우리들의 이야기.



2019년 12월, 육아휴직을 시작하고 집안 일과 아이들 픽업으로 매일이 빨리 흘렀다. 호기롭게 준비했던 휴직 중 투두 리스트는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말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일을 우선시하던 워킹맘이 살림과 육아에 적응하는 건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린 것 같다. 출근 준비에 서두르지 않고 출퇴근길에 시간을 버리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겨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방학에 지인과 함께 산에 갈 건데 나이가 비슷한 우리 아이들도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겨울방학에 뚜벅이 엄마는 외출이 힘들다. 막상 가고 싶은 곳은 이미 방학 전에 예약이 끝난 상태 거나 너무 멀었다. 주말만 기다리던 나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아이들이 따라줄지 예상이 안되었다.

고민하다가 '한 주만 해보자'란 생각으로 따라나섰다. 그때는 아이들과 산에 가는 것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만들어줄지 전혀 알지 못했다.

세 번째 산행 북한산 원효봉 가는 길

첫 산행은 북한산 둘레길이었다. 대중교통으로 불광역에 도착해 우리의 산행을 이끌어주실 선생님을 만났다. 등산은 등산화를 신고 가고 싶은 산에 그냥 가면 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게, 여성 에베레스트 등정자인 곽 선생님은 등산의 기본은 산을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라는 진실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해 주셨다.

이제 막 아홉 살이 된 아이 두 명과 열둘과 열셋 언니들까지 여자 아이 다섯, 그리고 나와 지인 그리고 곽 선생님 이렇게 8명의 '이불 밖 원정대'가 시작되었다.


등산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서울에 이렇게 멋진 둘레길이 다양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사실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우리나라 지형은 산이 많아 우리는 예부터 산과 함께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작은 나라에 등산인구가 꽤 많다. 산이 예쁜 계절에는 등산을 위해 산을 찾는 사람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나에게 등산은 연세 많으신 분들이나 회사에서 단체로 가는 것이 떠오른다. 막상 산을 찾았을 때 어린아이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산행을 꾸준히 하다 보니 아이들이 어설픈 어른보다 산을 더 잘 오르고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깊이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부모조차 산을 어려워하거나 흥미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산에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산에 가는 것을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도 돌아오면 뿌듯하고 행복했지만,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다음에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곤 했으니까. 산이 많아 산을 즐기는 우리지만 막상 어린 시절 산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어린 시절 동네 산에서 뛰어놀았던 어린 시절을 가진 부모라면 내 아이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함에 대한 미안함이 가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가까운 산으로 아이와 함께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서울과 서울 주변에 이토록 아름답고 멋진 산들이 얼마나 많은지 신기했다. 그 모든 산이 이름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역사와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움을 느꼈다. 더불어 그 많은 산들의 이름을 알고 그 산이 어디와 연결되어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신 선생님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산의 ㅅ도 모르는 등린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나 아이들에게 그동안 가르쳐주고 싶었던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산에서 산과 함께 산에 관해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이와 함께 가는 산은 조심스럽긴 하다. 우리에겐 없어진 산길도 찾아줄 전문가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초보자는 두려울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택에 도움을 주고 조심해야 할 것과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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