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서 나의 외손자는 우리나라 나이로 7살이다. 딸아이가 외손자를 임신하였을 때, 딸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간추린 것이다.
네가 아이를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나도 할아버지가 될 것이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설레는구나.
부모가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성스러운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하면 생명의 탄생은 만물이 생존하는 근원이자 천지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땅 위에는 만물이 생존하고 사라지는 가운데 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나는 천지자연의 기본 원리는 조화와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사나운 폭풍이 천지를 파괴하여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할 것 같지만, 여전히 지구에는 만물이 자라고 아름다움이 펼쳐지고 있다. 사나운 폭풍도 천지조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꽃, 깊은 산속에 부끄러운 듯이 자라는 이름 모르는 풀, 여름에 시원하게 부는 바람 등 천지자연의 조화 가운데, 조금만 생각하여 보면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이 많단다.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 아니겠어. 우리 인간이 하는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 가운데 하나가 출생이겠지. 왜냐하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란 천지자연의 조화에 인간이 직접 참여하는 것이니까. 나는 우연히 소학 책을 보면서 생명의 탄생이 매우 성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다시 느끼면서, 너에게 태교에 관한 것을 말하고 싶었다.
소학 입교편 제일 처음 나오는 것이 열여전에 나오는 태교에 관한 것이다. 이것을 보면서, 인터넷으로 태교를 검색했어. 그런데 놀랍게도 태교에 관한 것이 너무 많던구나. 사실 나는 너희들을 키우면서 아는 것이 없었어. 엄마가 혼자 거의 다 하였어.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는 과정에 즐거움도 많아. 하지만 불안과 화가 나는 일, 힘든 일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 그 어려운 일을 나에게 내색하지 않고 너희 엄마가 혼자 다 했다고 생각하니 너희 엄마에게 정말 미안해. 그래서 너희 엄마에게 미안한 생각을 하면서 이 글을 쓴다.
열여전에 나오는 요점은 이러하다. 부인이 아이를 잉태한 후 자리에 눕고, 앉고, 서고, 먹고, 보고, 듣고 하는 데 조심하고 삼가며, 밤에는 시를 외우고 좋은 글을 읽으면, 용모가 단정하고 재능이 뛰어난 아이가 태어난다는 것이란다. 그리고 주석에는 태아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선하고 악한 감정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더 설명하고 있단다. 내가 소학과 인터넷 검색을 통해 느낀 것을 너에게 적어 보내고자 한다.
내가 느낀 첫 번째는 태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일찍부터 태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강조하였다. 현대 과학기술이 발전한 후에도 태교의 과학적 증거는 많이 연구되고 발표되었다. 태교의 과학적 증거는 유전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도 태아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소학집주 주석에 보면, 태아는 엄마의 뱃속에서 감정에 민감히 반응한다고 한다. 선한 것을 느끼면 선한 것을 생각하고, 악한 것을 느끼면 악한 것을 생각한단다.
다음으로 내가 느낀 두 번째는 태교 방법이다. 인터넷을 통해 태교 방법을 살펴보니 복잡하고 많던구나. 내가 생각하는 태교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성실하고 삼가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양하는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먼저 성실하고 삼가는 것은 잘못이나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성(誠)과 경(敬)을 중시했다. 성이란 말을 실천하는 것으로 거짓이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 경이란 전일(專一)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이것은 잡되고 헛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 것이다. 이 두 가지가 바로 성실하고 삼가는 것의 중요한 내용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음으로 마음을 긍정적으로 고양하는 것이다. 삼가는 것이 소극적인 것이라면 이것은 적극적인 것이다. 긍정적 고양은 창의적이고 풍부한 사고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 태아는 기억력을 갖고 있단다. 하지만 태아와 엄마 간에는 신경의 연결이 없기 때문에 엄마의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직접 전달되지 않는다. 그러나 독서나, 시 암송, 엄마와의 대화 등을 통해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고 말하면, 태아는 엄마의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것이다. 신체가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것도 필요 없다. 신체가 건강할 때 정신도 건강하단다. 신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운동과 충분하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나보다 네가 더 잘 알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하지 않겠다.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운동이다. 아무리 바쁘고 피곤하더라도 산모에게 해롭지 않은 운동을 하루에 30분 정도 하여 주기 바란다.
네가 다 알고 있는 내용을 내가 너무 장황하게 말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끝까지 읽어서 고맙다.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