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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May 18. 2024

28. 1학년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미래보다 현재

1학년을 가르칠 때 시간 개념이 어렵다.


5분 남았다고요?”

시간의 측정보다

선생님 목소리 크기로 양을 짐작하고

종이접기 원래부터 잘했는데요.”

과거는 생각않고 뻐기기도 한다.

할머니가 어떻게 아빠를 낳죠?”

시간은 모두에게 흐른다는 것을 놓치기도 하고

이 옷 6학년 때까지 입을 것이에요.”

시간이 흘러도 자신은 그대로일거라 믿기도 한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느낌이 달라진다.

혼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10분은 오래 걸리고

친구와 노는 10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시간은 이름이나 특징이 일정하지 않다.

‘옛날’은 한 달 전, 5년 전, 1000년 전일 수 있다.

‘샤워 시간’은 2시일 때도 있고 8시일 때도 있다.

‘저녁’은 어둡기도, 밝기도, 석양이 보이기도 한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세상은 계속 변한다.

당장이 순식간에 과거가 된다. 내일이 오늘이 된다.

시간은 긴 연속에서 내 위치를 찾게 만든다.

시간의 이해는 몇 시인지 아는 이상의 의미다.


지금 자신에만 집중하는 시야를 시공간으로 넓혀주기 위해 가정에서 사진을 보며 아이를 중심으로 많은 이야길 나누면 좋겠다. 시간 흐름을 온전히 경험하도록 일과를 규칙적으로 지키면 좋겠다.


생활 패턴으로 하루를 예측하고 매일의 반복으로 요일과 달에 익숙해지며 계절을 오감으로 느껴 일 년을 깨우친다. 동생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성장을 이해한다.


10년도 덜 산 녀석들과 20년, 100년을 논하겠나.

내일, 앞으로, 어른을 약속하지만 미래는 비현실이다. 8살에게는 새로운 사건으로 가득한 현재를 기억하며 힘껏 살아내는 일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나는 어린 거예요? 다 큰 거예요?”
최선을 다한 지금이 모여
너의 시간이 된단다.”

갸우뚱대는 녀석들에게

어릴 때 가장 이해할 수 없던 말을 덧붙인다.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하게 될거야.”

말하고 듣고 새기는 순간마다 자란다. 아이들 모습이 시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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