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선령 May 03. 2024

27. 1학년의 눈썰미

거짓이없고 숨기지 않는다


선생님 입술 왜 낡았어요?

전날 입술을 좀 뜯었더니 아이들이 묻는다.


선생님 배에 아가 있어요?”

오늘 급식 두 그릇 먹어서 그래.


선생님 오늘 출장 가요?”

기분 내려고 귀걸이를 해봤더니.


선생님 눈이 흐리멍텅해요.”

늦잠 자서 눈썹을 안 그렸더니.


옆반 선생님처럼 머리 길면
결혼할 수 있을텐데.”

선생님 걱정되니? 옆반 샘은 25살이야.


오늘 선생님 몸이 좁아요.”

동생 결혼식 가려고 급히 5키로 뺀 티가 나구나.


선생님한테 아빠 냄새 나요!”

어제 막걸리 한잔 했더니! 항상 들킨다.


선생님 옷 뒤집어졌어요. 엄마 없어요?”

칠칠 맞지? 옷매무새 봐줄 엄마 멀리 있긴 있어.


차차샘이 혼낼 때
마음에 천둥 번개가 쳐요.”
어젯밤까진 선생님한테
말 안 걸려고 했어요.”

선생님 생각 많이 했구나.


차차샘이 가르쳐주면
귀에 쏙쏙 들어와요.”
내일 수업도 오늘처럼
재미있게 준비하세요.”

준비한 노력을 귀신같이 알아주네.


8살의 눈썰미는 거짓이 없다.

숨기지 않고 내뱉는다.

그들 눈에 비쳐진 나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그 관찰대로 정확하다.


8살의 눈썰미는 피할 수 없다.

내 쪽을 항상 바라본다.

믿을만한 어른으로 기억되도록

넉넉한 웃음으로 눈맞춤 준비한다.

이전 26화 26. 어린이는 옳은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