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영상 31도.
이른 오후 곤죽이 되어 돌아온 모두는 말이 없다.
한 사람 장지에 남기고 돌아오는 길, 쪽잠을 자던 삼 일 밤낮도 결국 끝이 났다.
떠난 이는 더는 없고 남은 이는 초상을 끌어안아 집으로 들어선다.
여름이 시작되었다.
망각이 가엾은 바람처럼 들고 나고 우리는 살아간다. 마른 장작처럼 기대어
살아간다. 매미가 운다.
어느 여름 지나고 다시 어느 여름 지나
도로 찾아온 슬픔. 떠난 이 노래한다.
- 먼 길 가는 친구여. 이 노래를 들어요.
나 가진 것 하나 없어 이 노래 불러요.
한 세상 작은 점이 되어 거목巨木의 노래에 실려 날아간다.
떠나간 이 남기고 간 영원한 목소리에 손을 흔들며,
- 잘 가시오. 친구여.
부디 안녕히.
매미가 운다.
이 글에 나오는 노래 가사는 아름다운 예술가 김민기의 '잘 가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