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의 딸>
할아버지는 아빠가 드디어 이뤘다고 생각하셨다.
가장 똑똑한 아들이, 다시 집안을 일으켰다고.
그리고 그 희망은 자연스레
나에게로 옮겨왔다.
주위에서는
“큰딸이 아빠를 닮아서 공부를 잘한다며? “
“너는 꼭 느이 할아버지 원 풀어 드려라”
그런 말들을 하곤 했다.
나는 내가 잘해서 그런 줄 알았다.
사실
그런 말은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의례적인 말들 중
하나일 뿐인데 말이다
한 살 터울 사촌동생은 나와는 좀 달랐다.
공부에 소질은 없었고,
멋을 부리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땐 좀 ‘날라리’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런 동생은 날 참 좋아하고
따랐다.
“우리 언니는 최고야.
진짜 똑똑해
선생님들도 우리 언니만 좋아하잖아! “
그 애는 늘 나를 주위에 자랑했고,
나는 그런 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나는 ‘잘하는 아이’였으니까.
칭찬은 자존감만 키워주는 게 아니었다.
때로 그 안에 못난 우월의식도
함께 키워준다.
사촌동생과 함께 다니면 대부분
나를 칭찬하며 동생을 비교했다
언니를 본받으라고.
동생은 멋 부리는 걸 좋아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을 뿐
남을 괴롭히지도 않았고, 못된 애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나와 있으면 그 앤 그냥 비교당했다.
나는 칭찬을 먹고 자란 아이였지만,
한편으로는 비교를 먹고 자란 아이이기도 했다.
동생은 내가, 나를 돋보이는 수단으로
자기를 이용하는 걸 몰랐다.
그리고 나는
그런 못된 , 내 맘을 모른 척했다.
딱! 고등학교2학년 1학기초까지였던 거 같다
학생회 간부도 하고, 성적도 잘 유지하며
가장 평범하고 행복하다고 여길만한 날들을 보낸 건...
내 유년 시절은 거기까지였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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