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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독립 20년째

<부모님의 최애는 누구일까?>

by 차유진
어버이날 아들램에게 받은 카드


“엄마랑 나는 진짜 안 맞는 거 같아.

내가 진짜 올해는 땡빚을 내서라도 독립한다, 독립해!”


이 레퍼토리 몇 년째냐고?

묻지 마셈… 나도 창피하니까.

엄마랑 싸울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정말 집을 나간 적은 없다.


엄마 아빠의 안락한 지붕이 너무 편안해서 ><

… 난 틀렸어.


딸 셋 중에 엄마랑 제일 성격 다르고, 제일 안 맞아서

성인 되자마자 독립할 것 같던 내가,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결혼 빠꾸도 하고,

... 아직도 여전히 엄마랑 같이 사는 걸 보면,

인생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가족 안의 관계, 특히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20년 넘게 연구한 수이터 교수의 말에 의하면,

부모는 자녀를 확실히 편애한다고 한다.


그리고 놀라운 건,

편애하는 자녀가 , 노후에 꼭 함께 살고 싶은 자녀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부분 자녀들은

“우리 부모님은 날 제일 좋아할 거야”

혹은

“날 제일 싫어할 거야”

라고 확신을 갖지만,

그 생각중 열의 여섯은 틀리다고 한다.


그리고 감정적으로 가까운 자녀일수록,

유대가 깊을수록

부모는 자녀를 돌보는 데서

더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하는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고 말이다.)


그건 아마도…

가까우니까 더 많이 기대하고,

실망도 쉽게 하고,

서운함도 더 오래 남고,

그래서 갈등이 더 깊어지기 때문 아닐까.

하고 나는 그 이유를 한번 짐작해 봤다.


옛날 사진 이미지


우리 부모님에게 나는 과연 어떤 딸일까?

한때 자랑스러웠던 적도 분명 있었겠지만… 흠.

지금은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처지가

못되는것 같다.


아픈 손가락이 혹까지 데리고

엄마 아빠에게 빌붙어 있다고나 할까.

하지만 난 여전히 큰소리는 치고 산다.

내가 기죽으면 엄마 아빠 속상할까 봐.

(…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음 >. <)



교회에서 권사님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장으로 가던 길이었다.

엄마와 나는 일정이 달라 따로 가게 됐고,

나는 목사님 사모님과 차 안에 나란히 앉게 됐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사모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장로님(우리 아빠)은 다른 딸들이랑은 못 살아도

큰딸(나)이랑은 살겠다고 하시던데?”

“정말요? 엄마 의견도 물어봤대요?”

했더니 막 웃으셨다.


아니 그렇잖은가.

엄마랑 나랑 맨날 툭탁거리는 걸

눈앞에서 보는 아빠가 그런 말을 했다는 게…

어쩐지 좀 믿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엄마도, 나도

서로한테만 보여주는 얼굴이 있긴 하다.


엄마의 다른 딸들처럼

턱밑에서 조잘조잘 웃고, 티키타카는 못 하지만,

엄마랑 소리 내서 싸우고,

매일 얼굴 마주하고, 여전히 곁에 남아 있는 딸.

그래서 좀 얄밉고, 그래서 더 애틋한.


얼굴만 보면 잔소리가 생성되는 기능(?)이 있지만

이상하게 하루라도 안 보면 서운한 딸.

사이 안 좋은 자매처럼 매일 싸우면서도,

매일 보고 싶은 딸.


식탁에 차려진 엄마손맛 느껴지는 반찬들


우린 여전히 안 맞지만, 함께 살며 함께 밥 먹는 사이다.

그리고 난 입으로는 여전히 독립을 외치고 있지만

사실 올해도 내년에도 독립은 안할 거 같다.

아마도… 영영? 그렇지 않을까


수이터 교수의 연구처럼

부모님이 가장 편애하는 자녀는 내가 아닐 순 있겠지만,

부모님이 가장 의지하고 싶은 자녀는

내가 맞는 것 같으니까 말이다.


사랑도 가족도..

어떤 말이나 한 번의 따뜻함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매일 같이 밥 먹고, 싸우고, 그리고 화해하고

또 밥 먹고, 같이 살아가는 것.

그 반복되는 생활들이...

우리가 일상에서 주고받는

이 자잘한 모든 것들이...

비로소

사랑도 되고 가족도 되는 게 아닐까?


옛날 사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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