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오셨군요. 참 정확도 하셔라...
“여보, 저녁 뭐 먹을까?” 무엇이든 맛있게 잘 먹는(때우는) 나와는 달리 매 끼니 신중하게 메뉴를 정하는 아내가 나의 물음에 쉽사리 답을 하지 못한다. 나침반처럼 항상 원하는 음식을 가리키던 아내의 감각이 갑자기 방향을 잃었다.
‘아, 입덧이 시작되었구나.’
“그냥, 차고... 좀 신 거?” 매번 구체적인 메뉴를 자신 있게 제시하던 아내가 기운이 떨어진 목소리로 답한다. 나는 순간 ‘냉면’을 떠올렸고, “여보! 여의도에 ‘정인면옥’ 있어. 내가 포장해올게.” 큰소리를 쳤으나, 여러분 알고 계셨습니까? '정인면옥'은 토요일 휴무.
“총총이 때도 입덧을 이렇게 했었나. 불과 3년 전 일인데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얘기를 아내와 주고 받고 있는데 총총이는 자기와 놀아달라며 떼를 쓴다. 총총이 가졌을 때, 아내와 나는 고요하고 우아하게 출산 이후의 일들을 얘기하며 설레고 웃고 즐거웠다. 지금은 그런 여유는 꿈도 못 꾼다.
‘총총이 때와는 상황이 또 다르구나.’ 세상 모든 부모님들이 다시 한 번 위대해보였다. 옆자리 앉은 애 둘 엄마인 동료에게 아내의 임신 소식을 알렸다. 첫 마디는 “어머, 축하해요.” 였고, 두번째 말은 “기어이…” 였다. 웃으며 우는 듯한 복잡한 얼굴이었다.
궁금하다. 아내와 나 그리고 총총이, 이 셋으로 완전하고 충분하다고 느끼는 지금 우리 가족의 상황이 둘째가 생김으로 인하여 어떻게 바뀌어갈지. 지금 이렇게 입덧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보면, 작은 변화는 아닐 것 같다. 나의 마음은 변함없다. 아내가 건강하길, 아이도 건강하길.
이렇게 아빠가 쓰는 출산일기,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찾아보니 총총이 때도 입덧은 했던 것으로. 시기도 비슷했다. https://brunch.co.kr/@chchpapa/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