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학교는 즐겁다는 아이 — 대체 뭐가 다르길래?

(1) 한국이 돈을 1.6배 더 쓰는데 왜?

by 글 쓰는 총총파파


/* 이 글은 호주에서 1년 아이는 어떻게 자랄까 글의 후속 시리즈 */


이제 다음 주면 아이들의 호주 학교 첫 Term이 끝난다.


3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2개 학기로 운영되는 한국 학교와 달리, 호주는 1월 말부터 12월까지 4개 학기로 운영된다. Term 하나가 끝날 때마다 짧은 방학이 주어지고, 마지막 Term이 끝나고 다음 학년이 되기 전까지 아주 긴 여름방학이 있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마치고 호주로 온 첫째 아이의 Term 1 적응은 순조롭다. 순조롭다 못해 학교 다니는 게 즐겁다고 말하는 지경이다.


슬프지만 한국에서 3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아이가 학교 가는 걸 즐겁다고 표현한 적은 정말 드물었다. 대체 뭐가 다른 걸까?


일단 가설 세 개


첫 번째 가설은 아이의 성향상 새 환경, 새 친구, 새 학교... 새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말이 된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새로운 환경을 불편해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까.


두 번째 가설은 계절 요인. 호주의 여름이 한국의 겨울보다 낫다는 것이다. 이것도 말이 된다. 호주의 파란 하늘과 햇살. 한국의 잿빛 하늘과 미세먼지. 호주의 너른 들판과 자연. 서울의 빌딩숲. 차이가 난다.


세 번째 가설은 모처럼 엄마와 매일 함께 붙어산다는 것이다. 원래 아내는 일을 하느라 주중에는 다른 지역에 가 있었고, 나 역시 출근 전/퇴근 후에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위 모든 가설에 일리가 있다. 하나도 빠짐없이 작용하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걸 다 걸러내고, 순전히 학교 생활의 차이라는 점만 놓고 내가 관찰한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국 학교가 질 이유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리적인 교육 환경 자체는 한국 쪽이 더 좋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호주 학교는 공립학교(state school)인데,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한국 학교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 학교는 지역 유기농 식자재를 쓰는 급식을 하지 않나. 호주는 모닝티 간식과 점심 도시락을 매일 집에서 챙겨가야 한다. 사 먹는 경우에도 솔직히 부실하다.


숫자로 봐도 그렇다. OECD 통계 기준, 한국은 학생 1인당 초등~고등 정부 교육지출이 연간 약 $21,000(USD PPP)으로 OECD 최상위 2~3위권이다. 호주는 약 $13,000으로 중간 수준. 한국이 1.6배를 더 쓴다. 그런데 그 돈의 상당 부분이 시설과 건물에 간다. 한국의 자본지출 비중은 OECD 2위. 깔끔한 교실, 냉난방, 최신 기자재. 건물은 확실히 좋다.


교사 선발도 한국이 더 까다롭다. 교대 4년을 나온 뒤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서울 기준 경쟁률이 2~3:1이다. 교대 졸업생 중 절반이 교사가 되지 못한다. 호주는 4년제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교사 등록을 하면 되고, 한국 같은 경쟁 시험은 없다. 오히려 교사가 부족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니까 돈, 시설, 선발 경쟁률. 표면적인 지표에서는 한국이 호주를 이긴다. 그런데 우리 아이는 호주 학교가 즐겁다고 한다.


숫자에 뭔가 빠진 게 있다는 얘기일까.


다음 편에서는 그 "빠진 것"의 첫 번째—시간에 대해 쓰려고 한다. 한국 초등학생은 연간 655시간, 호주는 1,000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더 오래 있는데 왜 덜 지칠까.

호주 학교는 즐겁다는 아이 시리즈

① 대체 뭐가 다르길래? ← 지금 글

② 655시간 vs 1,000시간

③ 다섯 개의 하우스

④ 교실의 공기


사진: Unsplash의 Nathaniel 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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