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언니 정예슬 Jan 18. 2022

그 날이 오기까지 그렇게 그렇게-

어김없이 찾아오는 주말. 추워서 아무데도 나가기 싫은 마음과 눈썰매라도 신나게 타고 오고 싶은 마음이 팽팽하게 대립한다.그동안 전자의 손을 잡아줬지만 오늘만큼은 후자의 손을 잡기로 했다. 아마도 토요일 하루종일 누워서 뒹군 덕분이리라. 충전완료!


"우리 눈썰매 타러 갈래?"

"와아~"

두 아들은 신이 나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책을 읽던 남편도 어영부영 챙겨 입고 따라나섰다.


정오 무렵 갑자기 집을 나선 우리는 행선지도 정하지 않고 초록창에 의존하기로 한다. "서울 눈썰매장"을 입력하자, 가장 가까운 곳에 눈썰매장이 개장했다는 후기가 나왔다.

"얘들아, 오늘은 여기다!"

이미 목적지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고 있을 시간이라 그런지 도로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그러나 눈썰매장 주차장은 만차!! 다행히 임시 주차장을 열어주어 출입문과 한참 떨어진 곳이긴 하지만 차를 댈 수는 있었다. 돌려보내지 않는 게 어디냐며 감사한 마음으로 주차를 했다.


그렇게 도착한 눈썰매장엔 예상보다 많은 인파로 줄만 서다 끝날 판이었다. 주차장이 만차였음에도 설마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눈썰매를 타러 왔을까 싶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 다더니. 그래도 파란 하늘과 하얀 눈을 구경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눈썰매를 어떻게 타나 유심히 지켜보았다. 살짝 긴장된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이 귀여움을 더했다.


드디어 우리 차례! 둘째와 함께 눈썰매를 타는데 왜 이렇게 재미 있는지. 짧은 슬로프가 아쉬울 따름이다. 더 타고 싶은 엄마 마음 따윈 안중에도 없는 둘째가 배고프다고 징징거리는 통에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뜨끈한 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무인 메뉴판에 '품절'이라는 표시가 떴다. 사람들 마음은 다 똑같나보다. 소떡소떡이랑 집에서 싸온 간식들로 대충 배를 채우고 아이들에게 물었다.


"눈썰매 더 탈까?"

"아니요! 놀이기구 탈래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첫째는 초딩이라고 작년 가을부터 제법 빠른 것들을 타기 시작했다. 둘째는 아직 유아용만 가능한 까닭에 둘로 나뉘어 다니기로 했다. 첫째가 타자고 하는 것들은 모두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것들이라 나는 둘째와 함께 매우 정적인 기구들을 골라탔다. 원래가 놀이기구를 잘 타는 편은 아니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을 정도로 느리고 느린 것들만.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는 비행기를 타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둘째는 내 손을 꽈악 잡고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직 아이는 공중 부양만으로도 무서운가보다. 어느새 나는 타지도 못하는 스피드의 놀이기구를 첫째가 타기 시작했듯이, 둘째도 곧 그렇게 따라 크겠지. 아직은 내 품안에 아이들인데, 언젠가 하나 둘 떠나갈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저리다.





그림이 재밌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 '그렇게 그렇게'가 떠오른다. 아들과 엄마가 세월의 흐름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좇아가다보면 어느새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는 자라 어느새 훌쩍 곁을 떠날 것이다.



그렇게 울보였는데

그렇게 헐렁했는데

그렇게 투닥였는데

그렇게 껌짝지였는데

언젠가

이렇게 사랑하고

이렇게 슬퍼하고

이렇게 뜸해지고

이렇게 멀어지겠지



아짇 오지 않은 그 날까지

우리 그렇게 그렇게

하루하루 함께하자 :)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 손은 약손 아기 배는 똥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