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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Feb 01. 2022

행복은 지금 이 순간 씹고 뜯고 즐기고 맛보는 것!

새해부터 인라이팅 클럽 작가분들과 공동 매거진을 발행하기로 했다. 첫 번째 주제는 '내 생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다. 쉽게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차일피일 미루었더니 마감일까지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행복했던 순간이 없었냐고? 아니, 너무 많았다.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고 그중 하나만 고르면 될 터였다. 하지만 '가장'이라는 단어에서 그만 턱턱 걸리고 마는 것이다.


수많은 행복 중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대체 언제인가? 시가에 가는 차 안에서 빠르게 테이프를 되감기 시작했다. 시간 동안 머릿속으로 회고록을 쓴 셈이다. 결국 내가 원했던 단 하나의 장면은 찾지 못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오빠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야?"

"......"

"글쓰기 모임에서 하나의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데 이번 주제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거든. 그런데 모르겠어."

"......"

"오빠는 대학 합격했을 때인가?"

"그때도 좋았지. 이직 성공했을 때도 좋았고..."

"맞네. 명동성당 가서 기도도 하고 그랬잖아."

"그땐 정말 간절했지. 그런데 꼭 하나만 써야 해?"

"그러게... 그래서 다들 행복했던 순간 여러 개를 나열했나 봐. 나는 하나만 쓰고 싶었는데..."


남편이 룸밀러를 보고 아이들이 잠든 걸 확인하더니 우리 노래로 바꿔 틀었다.

"자기한테 불러주고 싶은 노래였는데 한 번 들어봐."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주겠네
이리저리 둘러봐도 제일 좋은 건
그대와 함께 있는 것


익숙했던, 그러나 잊고 있었던 노래가 흘러나왔다.

"나는 이게 그냥 행복 아닌가 싶어. 우리 함께 하는 길에 아침 햇살이 비치면 행복하고, 잠결에 내 손을 잡고 나한테 파고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고..."

"나도 잠결에 오빠가 내 손 잡으면 좋더라."

"결혼식 축가로 무조건 사랑한다고 떠드는 것보다 이런 노래가 정말 좋은 것 같아."

"그러면 결혼 10주년 때 불러주면 되겠네!"

"하하. 그래. 오랜만에 기타 연습 좀 해야겠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이 노래를 흥얼거렸다.  




행복이란 자신에 국한되지 않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는 데에서 싹트는 것이다.
/윌리엄 조지 조던




나에게도 분명 영예를 누린 일들이 있고, 당연히 결혼과 아이의 탄생처럼 기쁜 순간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긍정의 추억들이 내게 최상의 행복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때마침 친정집 TV 광고에서 이런 문구가 나왔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것. 이것이 행복이다." 이 글의 뒷부분을 마무리하려고 폰을 열었는데 어쩜!


행복은 특정한 시간에 머무르는 이 아니라 '지금'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최상의 행복인 . 더 나아가 그 즐거움이 나를 통과하여 타인과 함께했을 때 행복은 더욱 증폭된다.


남편과 처음 손을 잡았던 날, 아이가 처음으로 엄마라고 부른 날 등등 수많은 기쁨의 순간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지금 이 순간' 벅차오름을 느낀다. 


러니 행복은 거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 :)


며칠간 과거 어느 날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아 헤매었던 나는, 바로 내 앞에 놓인 행복에 감사하게 되었.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해 준 인라이팅 클럽에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오늘도 다만 지금 행복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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