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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Sep 21. 2022

쓰는 사람의 가을 기분

가을가을해

이맘때 이비인후과에 가면 꼭 듣는 말이 있다.


"창문 열고 주무셨죠?"


아차차.

백발백중!


그도 그럴 것이 잠들 때만 해도 추운 줄을 모른다.

낮 시간에는 살짝 땀이 배어나기도 하고 여전히 여름의 끝자락이다.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생각지도 못한 차가운 공기가 스며들 때면 놀라고 만다.


아, 가을이구나!

환절기 감기가 극성인 가을.

그래도 나는 짧디 짧은 이 계절을 사랑해마지 않는다.

가을 하늘을 보며 상념에 빠지려던 찰나,


우다다다다다다ㅡ


"엄마!!!! 코피이이!!!!!!"

"아이고 코 파지 말라니까~~~"


둘째가 코피를 쏟았다. 뚝뚝 걸어온 길이 보인다. 자국을 지우며 가습기를 꺼내야겠다 생각한다. 콧 속도 건조해지는 계절이다.


때마침 오늘 개교기념일이라 근무교가 쉰다. 아이들은 가고 나만 홀로 남은 이 지금. 정말 귀하디 귀한 시간이다.


며칠 전부터 할 일을 계획해두었는데 청소가 하나 추가되었지만 뭐가 대수랴ㅡ 기쁜 마음으로 첫째를 깨운다.


"아들아!! 학교 가자~~~"





읽을 책을 한 아름 안고 뭐부터 읽을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오이도 가자. 해물 칼국수 먹으러~"


예정에 없는 나들이가 생겼다. 갑자기 둥실 떠오른 마음. 설레었다.


그사이 오랜만에 동네 엄마 북클럽 멤버들과 줌 미팅이 있었는데 1시간 반 가량 알차게 이야기를 마치고 부랴부랴 친정으로 향했다.


발령 대기 중인 사촌 동생이 신혼집으로 나가고 비어있는 남동생 방에 머물고 있다. 여자 셋이 오이도로 향했다.





오이도 명물 빨간 등대 앞에서 엄마랑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었다. 가을 하늘이 고맙다. 집에서 나를 불러내 준 엄마에게도 감사하다. 잔뜩 가을 기분에 젖어들었다.


마구 쓰고 싶은 마음. 이토록 소소한 일상도 언젠가 가슴 시리게 보고픈 시간이 될 것임을 알기에. 무엇이든 기록하기로 한다. 쓰는 사람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이 순간을 글로 쓰고 나누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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