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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언니 정예슬 Mar 11. 2024

방과후 추첨 하나 떨어진 것? 대수로운 일이다!!

오늘 유독 글 완성이 어렵다. 엄마 건강 검진 마치기를 기다리며 하브루타 책 한 권을 뚝딱 읽었고, 집에 오자마자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미루고 미루던 샘플 원고를 열심히 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거의 다 끝나가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네 어머니 여기 00초에요. @#₩%_@#₩%?"


"네에?!?!? 아니 어떻게....."



3년 내내 로봇과학 추첨에서 떨어진 적 없었던 첫째가 이번 방과후 교실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만 붙었는데 둘 다 와서 놀란 나머지 전화를 걸어오신 로봇과학 선생님. 오늘은 왔으니 그냥 수업에 참여하게 해주는데 다음주부터는 어렵다고 하셨다.


아니 몇 년을 해온 아이를 떨어트리다니... 사 놓은 교구는 어쩌란 말인가? 너무 황당했다. 이건 좀 아니지 않냐고 민원을 제기했다. 솔직히 맞벌이라면 정말 곤혹스러울 것이다. 3월 첫 주에 방과후 수업을 뽑고 주말 동안 발표를 하다니...


맞다. 이 학교는 그렇다. 그래서 첫째가 2학년이던 무렵 학원 뺑뺑이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집에 도착하는 5시 반 피아노 학원이 마지막 행선지였다.


그 해 12월 마지막 주 첫째는 구토를 양껏 하고 아무것도 먹지 못하면서 모든 학원과 이별을 고했다. 그래도 방과후 로봇과학만은 놓지 않았는데... 오래 다닌 친구도 형제도 우선순위가 될 수 없으니 엄마 입장에서는 참 곤란할 뿐이다.




하아....



융통성도 시스템도 부재한 상황이 참 싫다. 교사 개인이나 학교를 탓할 수 없음을 잘 안다. 나도 그곳에 10년 넘게 몸 담았으니 운영 방식도 안다. 그래서 더 화가 난다. 학교마다 그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시대에 역행한다는 생각은 어쩔 수가 없다.


엄마 입장에서 방과후 수업이 공교육은 아니지만 (방과후 부장이 관리를 한다며 내게 민원 응대 전화를 해왔으니 결국 공교육 탓을 하게 되네) 아이를 맘 편히 맡길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일하는 엄마는 사교육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늘봄이 생긴다기에 학교 그냥 다녀도 되었겠다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역시 졸속 정책일 뿐임을 실감한다.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다.


방과후 교실 추첨 하나 떨어졌기로소니 이런 푸념을 하는 게 말이 되냐 싶겠지만... 솔직히 심장이 쿵_ 내려 앉았다. 거꾸로 둘째가 떨어지고 첫째가 되었으면, 하필 예정대로 내가 복직을 했으면 어쩔뻔 했나. 돌봄 교실도 추첨에서 밀리고 방과후도 밀려 혼자서 매주 2시간을 집에 있어야 한다면? 또 꾸역꾸역 학원을 보냈겠지.


의원면직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와도 괜찮을테니까. 우선은 다음주부터 로봇과학 수업을 못 듣는다는 말에 훌쩍이는 첫째를 달래야 했다. 내 입에서 "엄마랑 둘이서 로봇과학 조립하자!!" 라는 말이 나오고서야 울음을 그쳤다. 후아...


여러모로 이 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아니다. 대수롭기 그지없는 일이다~~~!!!






*대수롭다: 중요하게 여길만 하다


암... 그렇고말고....





덧.

애 많이 낳으라고 하지 말고

뭔 대책을 좀 제대로 세워주세요.

학부모 총회 때 사교육 줄이기 영상 같은 거 보여주지 말고 진짜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합니다.

누구를 위한 아우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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