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은 차기 퀸이야!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by 정예슬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아들은 방과후 수업에서 체스를 배우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들과 체스 파트너가 되어야 했다.

체스와 장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대략의 움직임만 파악하고 게임을 했다.

그런데 아들은 게임을 할 때마다 막무가내로 폰을 직진하기 바빴다.

끝끝내 아들의 폰이 내 진영의 끝에 다다라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상대방 진영의 끝에 도달한 폰은 킹을 제외한 모든 기물로 승급할 수 있다!

폰을 한 칸 한 칸 전진해 결국 퀸을 얻어내고야만 아들의 의기양양한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체스와 조금 가까워진 삶을 살아서인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체스를 두는 장면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이 책에서 주인공 노라는 삶과 죽음의 사이에 놓인 '자정의 도서관'에서

그녀가 가보지 못한 인생을 살아볼 기회를 얻게 된다.


그와 결혼했다면?

수영 선수로 성공했다면?

유명한 록큰롤 가수가 되었다면?


몇 가지 삶을 경험했지만 고통과 슬픔만 느끼게 되었다 생각한 노라.

결국 원하는 삶을 찾지 못할 거라며 주어진 기회를 포기하려는 그녀에게

사서 선생님 엘름이 하신 말씀이 인상 깊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체스판에 폰이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그 경기는 끝난 게 아니야.
설사 네가 폰이라고 해도, 아마 우리 모두 그럴테지만,
넌 폰이 마법 같은 기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해.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폰은 절대 그냥 폰이 아니니까.
폰은 차기 퀸이야.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그러다 반대편 끝에 도달하면 얼마든지 다른 기물로 승급할 수 있어. _379쪽




분명 폰의 승급 규칙을 알게 된 이후에도 나의 관심은 온통 비숍과 룩에 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들과 체스를 둘 때 폰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질 것 같다.

폰은 다른 기물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 바쳐도 되는 하찮은 존재가 아니다.

차기 퀸을 품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다!!


나도, 대부분의 우리도 그렇다.

평범함 속에 분명 위대함을 품고 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깨닫지 못할 뿐이다.

평범해 보이는 지금 이 순간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위대한 결실을 이룰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한.

오늘도 한 발자국 내딛어보려 하얀 백지에 내 마음을 담아본다.

계속해서 읽고 쓴다.

KEEP GO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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