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화와 소련 (2)

닫혀 있는 천안문 광장을 거쳐

by 서초패왕

현재 한국에서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중국 동방 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선택지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에는 대한항공과 아에로플로트 직항편이 존재했으나, 전쟁이 발발한 후에는 국제사회의 제재 및 교류 감소 등으로 노선이 잠정 중단된 상태이다.


항공편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현재 러시아 내에서는 국제 제재의 여파로 러시아 외의 국가에서 만들어진 신용카드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은 러시아 현지에서 체크카드를 만들거나, 현금을 환전해서 사용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나는 상해를 거쳐 모스크바로 입국해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출국하는 동방항공을 통한 여정을 선택하였고, 2천 불 정도를 환전하여 현금으로 지니고 러시아에 방문하게 되었다.


오래 고대했던 러시아 방문은 쉽지 않았다. 여행 당일, 14호 태풍 버빙카가 상해를 강타해 40만 명의 주민이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인천發 상해行 항공편은 당연 취소되었다. 북경을 거쳐 하루 그곳에서 숙박을 한 뒤 북경發 모스크바行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으로 여정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20년 만에 방문한 북경은 거대한 통제사회 그 자체였다. 정해진 숙박 장소 외에는 외국인 숙박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였고, 공항이나 호텔에서 제공하는 공공 와이파이로는 중국 정부가 허가한 어플리케이션과 사이트 외에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또한 기차뿐 아니라 지하철을 통해 이동하더라도, 입구서부터 공안의 철저한 수색과 사진 등록을 거쳐야했다.


통제사회의 가장 단적인 예시는, 닫힌 광장이다. 군중이 모이는 것 자체가 두려운 것인지, 중국의 상징과도 같은 천안문 광장은 공안에 의해 대중과 완전히 유리되어있었다. 광장은 미로처럼 이어진 펜스로 주변 건물 및 도로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고, 지하철 역에서부터 천안문 광장 안쪽까지 수차례의 검문·검색이 이어져, 대기하는 인원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결항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북경에 떨어지게 된 나로서는 이런 중국의 통제 환경이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3곳의 호텔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거절당했고, 공공 와이파이로 구글맵, 호텔 예약 사이트 등을 이용하지 못해, 8일치 짐을 가지고 천상 노숙을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를 안타깝게 여긴 한 중국인의 도움으로, 외국인이 머물 수 있는 호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노숙을 피하게 되어 정말 다행이었다. 결항에 노숙 위기까지, 모스크바로 들어가는 여정은 확실히 쉽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북경까지 왔는데 그냥 모스크바로 떠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새벽 같이 천안문을 방문하고자 했다. 하지만, 출국시간이 빠듯했던 터라, 상술했듯 닫힌 광장 상황에 기함한 채로, 광장 근처 공안의 검색 대기줄에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20년 만에 방문한 북경에서는 공산당의 통제와 차단 외에 경험한 것이 없다. 레닌의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 혁명은 자본주의가 성숙한 유럽국가에서는 전혀 성공하지 못하였고, 중국·베트남·쿠바 등 농업 국가에서만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그나마 혁명이 성공해 지금 남아있는 공산주의 국가들은, 혁명의 순수성은 모두 잃어버리고 1인·1당 독재를 유지하는데 공산주의를 이용하는 상황이 되었다. 통제가 아니고서는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심지어 지금 중국은 계획경제를 사실상 폐기하고 자본주의를 100% 받아드리기까지 했으니, 공산주의 국가라고 부를 이유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그저 공산당이 통치하는 독재국가에 불과하다.


인민의 지지를 받았기에 중국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중국공산당의 통제와 감시는 인민의 지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통제와 감시의 자기모순에 빠진 소련과 동구권이 결국은 몰락했듯, 중국과 북한의 통제 사회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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