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기 (8)

프리다 칼로와 레온 트로츠키

by 서초패왕

오후에는 열음씨와 만나기 위해 프리다칼로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이동 과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었다. 지하철로 이동하고자 했지만 지하철 운행 이상으로 중간에 내려야했고, 중간에 내린 곳이 얼마나 복잡한지 택시를 30분이나 잡지 못했다.


역시나 프리다 칼로의 인기는 남편인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한 멕시코의 어떤 벽화 운동 작가도 따라갈 수 없어보인다. 아마 멕시코 출신 인사들 중에서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지 않을까. 미술관의 값비싼 표 값과 시간별로 촘촘히 예약을 나눠받는 시스템 등이 이를 증명한다.


택시를 못 잡으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프리다 칼로 미술관은 예약시간에 늦으면 못 들어간다며, 숙소 사장님이 강조했기 때문이다. 겨우 택시를 잡아 프리다 칼로 미술관에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였다. 일찌감치 도착해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는데, 점심은 역시나 거르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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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기 위해, 시간을 아껴 다니다 보면 식사를 거르게 되는 게 일상이 된다. 20대 유럽여행, 미국여행을 할 때는 젊어서인지 아무리 식사를 걸러도 문제가 없었지만, 30대인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 몸은 예전 같지 않은데 여행지에서의 열정은 여전하니 문제가 생긴다.


심지어 멕시코 현지 음식이 나랑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혼자 돌아다니는 일정까지 많으니 더더욱 식사를 거르게 되었고 이는 위장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프리다 칼로는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멕시코의 작가로, 후천적 장애와 남편의 여성편력으로 고통 받은 자신의 비극적 삶을 고귀한 예술로 승화시킨 거장이다. 그녀가 수 십년간 거주한 파란집(Casa de Azul)에는 프리다 칼로의 예술적 취향이 그대로 느껴졌다. 다양한 석상부터 그녀의 작품, 가족들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고, 당시의 거주 환경이 그대로 보존되어있었다. 자동차 사고 이후, 장애를 감추기 위해 특별히 고안된 프리다 칼로의 드레스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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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프리다 칼로의 비극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그녀의 집을 본 순간 당시 멕시코 대다수 민중과 얼마나 동떨어진 귀족적인 삶을 살았는지 계급적 한계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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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미술관 바로 근처에는, 소련의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가 비극적 죽음을 맞이한 장소가 있다. 트로츠키가 2년간 거주했던 안가였고 지금은 트로츠키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장소가 그곳이다. 멕시코시티의 혁명성을 강화해주는 주요 박물관으로, 나에게는 꼭 방문해야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레온 트로츠키는 레닌의 핵심 심복으로 활동하며, 소련 혁명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소련 적군 창건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고, 이후에도 당군 관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레닌의 뒤를 이은 2인자였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레닌 사후에 후계자 다툼에서 조직 담당이었던 스탈린에게 밀리게 된다. 이후 그는 스탈린의 대숙청을 피해 전 세계를 떠돌게 된다. 이스탄불, 스톡홀름, 파리 등을 거쳐, 혁명도시 멕시코시티가 그의 마지막 망명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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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츠키의 멕시코 망명 이면에는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디에고 리베라와 프리다 칼로 두 사람의 역할이 있었다. 부부의 제안으로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트로츠키는 프리다 칼로의 저택에서 한동안 거주하다, 주변의 안가에서 스탈린을 비판하는 저술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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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만명을 숙청해 죽이고, 동토인 시베리아로 유배를 보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던 스탈린이 트로츠키 암살을 시도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트로츠키는 1941년, 스탈린의 암살자에게 얼음도끼로 후두부를 강타 당해 사망하였다.


일국사회주의를 주장한 스탈린과 달리, 트로츠키는 코믠테른을 중심으로 한 만국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일국사회주의 논리로 신경제정책(NEP)·공업화로 소련의 발전을 이룬 반면 폐쇄적인 독재로 사회를 위축시킨 스탈린이 아니라, 만국사회주의론의 트로츠키가 정권을 잡았다면 소련은 어떤 방식으로 발전했을까?


마당의 트로츠키 기념비 앞에서, 혁명 영웅을 조용히 추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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