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2)
생각해 보니 전날이 설이었기에, 아침에 집에 전화를 하였다. 여행에 취해 설날도 잊어먹고 있었다. 종범이는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집에 전화하니 아빠는 집에 있었고 엄마와 동생은 외할머니 댁에 가있었다. 외할머니 및 이모들과 통화를 하였다. 그전 설에도 외국에 있느라 못 쇠었는데 난 2010년, 2011년 설 모두 외국에서 보낸 셈이다.
아침에 이렇게 통화를 하고 종범이와 길을 나섰다. 오늘은 프라하 남부를 탐험하기로 하였다. 프라하 남쪽에는 프라하성, 및 까를교를 중심으로 구시가지가 펼쳐져있다. 프라하는 한때 프라하 출신 카를4세가 신성로마제국황제의 자리에 오르자 신성로마제국의 수도가 되기도 한다. 그 당시 프라하는 유럽의 중심이었다.
지금은 갈라졌지만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하나의 국가였다. 동구의 몰락과 함께 다른 민족으로 이루어져있던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갈라선 것이다. 현재 체코 또한 2개의 지역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보헤미아와 체코가 바로 그것이다. 체코를 보여주는 게 프라하라면 보헤미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체스키 크루믈로브이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속국으로 지내던 체코는 헝가리와 마찬가지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립하지만 역사가 다른 세 지방이 하나의 나라로 합쳐진 것이라 문제가 많았다. 이후 소련이 체코가 갈라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코는 체코슬로바키아란 이름으로 90년대까지 존속하였다. 공산주의 시대의 아픔이 드러나는 곳이 전날 둘러봤던 바츨라프 광장이라면, 체코의 중세를 보여주는 곳은 오늘 보는 남부지역이다.
저녁에는 또 다른 공연을 보기로 하였다. 프라하의 또 다른 특산인 그림자 공연이 그것이다. 우리는 그림자 공연을 보기 전 노천카페에서 저녁을 먹고, 정근혜에게 영상편지기술을 전수받아 헌수에게 영상편지를 썼다.
그림자극의 제목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의 또 다른 한 면’으로 엘리스를 성인극으로 각색한 듯하다. 마지막 엘리스의 노출신은 충격적이었다. 순수한 동심의 나라를 기대하고 봤는데 당혹스러웠다. 물론 성인 다섯 명이 본 공연이었지만 다들 아직 어렸기 때문인지 괜히 분위기가 어색해 졌다.
공연이 끝난 후 우리는 까를교로 가서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다. 프라하의 야경은 정말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