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3) - 체스키 크루믈로브
동유럽 여행에서 다시 가고 싶은 곳을 세 곳 꼽으라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할슈타트, 부쿠레슈티, 그리고 체스키 크르믈로브를 꼽을 것이다. 갔던 곳 모두 기억에 남고 하나같이 매력적이었지만 이들 세 곳은 접근하기 어렵다는 것과, 자연과 건축물이 너무도 잘 어우러져 있다는 점에서 세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곳이다.
전날 한림대 누나는 빈으로 떠난 터였기에, 정근혜와 우리는 셋이 아침 일찍 체스키 크르믈로브로 떠나는 버스를 탔다. 유명한 관광지였기에 버스는 만석이었다. 하지만 한국인은 우리 세 명이었다.
버스로 세 시간쯤 남쪽으로 내려가면 체스키 크루믈로브에 도착한다. 도착하면 별천지라는 말부터 나올 정도로 아름답다. 그날따라 날씨도 정말 좋았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일본인 여대생 둘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사진은 사진을 찍어본 사람이 잘 찍게 되어있다. 어지간하면 사진 찍을 때는 DSLR을 들고 있는 젊은 여행자들에게 찍어달라고 해야 사진을 잘 찍어준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똑딱이 들고 다니는 중년 남성, 중년여성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구도가 엉망이다. 특히 서양인에게 찍어달라고 하면, 서양인들은 대게 건물 중심으로 사진을 찍기 때문에 동양인들 입장에서는 더 마음에 안들 수 있다. 인물과 주위 환경의 조화를 중시하는 동양인, DSRL을 목에 걸고 있는 젊은 동양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면 만족할 만한 사진을 구할 수 있다. 같은 니콘 기종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
이들 일본인들은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여성들이었다. 화사하게 나온 이때의 사진은 정말 괜찮게 나왔다. 이후 우리는 체스키 크르믈로브 성과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고 쾌적한 시간을 보내었다.
하지만 너무 과욕을 부린 탓일까 우리는 너무 멀리까지 오고 말았다. 보헤미안들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체스키성 뒤의 언덕에 가서 뒷길로 내려오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남자인 우리들이야 힘이 넘쳤지만, 정근혜는 몸이 아파 몸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 되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은 나에게도 힘들었다. 3시간 버스를 타고 돌아오니 몸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