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공부해 봅시다
암 진단으로 내 세상은 암흑 속에 멈춘듯해도 배꼽시계는 시간 맞춰 울립니다. 암 환자는 잘 먹어야 한다던데,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많은 경우 담당의에게 묻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골고루 드세요.'와 같이 시큰둥합니다.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안다고 해도 3분 미만 진료에서 설명해 주기란 쉽지 않겠습니다. 의과 대학 홈페이지에 강의 커리큘럼을 찾아봤습니다. 식품학은 1과목에 불과했습니다. 의사 말대로 평소처럼 먹어도 괜찮은 걸까요?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다'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내 세포에 이상이 생겼다면,
내가 먹던 음식과 방식을 점검해 봐야 합니다.
현대인의 병은 못 먹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너무 먹어서 생긴다니, 웃지도 울지도 못하겠습니다. 고열량 저영양 식사가 대중화된 까닭이겠지요. 1인 가구가 크게 증가하며 레토르트 식품이 유행했습니다. 공장에서 껍질을 깎고 멸균 상태로 포장한 음식 섭취량도 덩달아 대폭 늘었습니다. 풍족하게 먹었지만 열량만 채운 채, 미네랄과 비타민은 한참 부족하다니 아이러니합니다.
그럼, 암 환자의 식사는 어떻게 챙겨야 할까요? 현재 본인 건강 상태에 따라 적절한 방향성을 잡고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암 환자가 100명이라면 100가지 식단이 있어야 맞습니다. 우리 모두는 전부 다르니까요. 게다가, 한 사람의 원칙도 고정불변이 아닙니다. 몸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제가 시도한 방법이 모범 답안이라 할 순 없지만, 필요한 방향을 잡으시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원칙은 무염식입니다. 암세포 특징을 공부하던 차, 세포 속 부종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포 내 나트륨 과다로 인해 삼투압 현상이 발생하고, 세포 속 부종으로 순환이 힘겨워집니다. 결국, 영양 공급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세포 변형을 야기한다는 내용입니다. 제게 아침에 붓는 일은 일상이었습니다. 피곤해서 그러겠거니, 아침엔 다들 그런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게 시그널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습니다.
1년을 목표로 두고 무염식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환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김치 세 조각을 물에 씻어 주는 남편이 야속했습니다. 안전한 무염식을 위해 1L가량 녹즙도 챙겨 마셨지만, 초반 적응 기간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다시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기력, 체력, 의지력, 기억력까지 모든 기운이 사라졌습니다. 마침내 무기력이 찾아왔을 때, 비상 상태임을 인지한 남편이 소화기로 급한 불을 끄듯, 미량 소금을 탄 물을 제게 건넸습니다. 나트륨 불균형이 얼마나 무서운지 똑똑히 배웠기에, 그 후론 몸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며 무염식을 이어갔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현미 채식입니다. 수많은 건강 서적과 암 치유 선배님들 말씀이 겹치는 점은 채식 식단이었습니다. 채식으로 단백질이 부족하지 않냐고 묻습니다. 저 또한 같은 질문을 했고, (1) 동물성을 배제하면 얻는 이익 (2) 채식으로 온전한 영양을 채우는 방법을 공부했습니다.
동물성 음식으로 단백질은 얻기 수월하겠지만, 소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 많아집니다. 그렇지 않아도 암세포는 비정상적 활동으로 기본적으로 정상세포보다 독소를 많이 만듭니다. 거기에 추가 독소가 발생하면 몸에 부담을 주는 것이고, 암 환자로서 치유력을 높이는 환경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물성 단백질 흡수율이 제일 높겠지만, 식물성 단백질이란 대안이 있었기에 채식을 선택하기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이왕 제외할 거라면, 집중 치병 기간에는 고기, 생선, 해산물, 달걀, 우유, 꿀까지 모든 동물성 식품을 끊어보기로 했습니다.
그럼 이제 채식만 하면 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