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ny Lee Dec 05. 2022

말띠 동기 모임과 테슬라 안전 점수

12월 첫 주일의 단상

주일 하루를 예배와 동기들의 런치 모임으로 가졌다. 70을 목전에 둔 말띠 동기들의 모임으로 (어휴!) 지금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동갑내기 모임이다. 오늘 무려 18 가정에 34명이 함께 모여 2022년의 마지막 식사를 나눴다.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동갑 말띠를 별로 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의 한 교회에서 이렇게나 많은 갑장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난 밀리고 밀려서 지금 2년째 동기모임의 회장직을 맡고 있다. 나만 원하면 종신제도 가능할 것 같다. ㅎㅎ


오늘의 식사 호스트는 석 달 전쯤 한국의 모친상을 당한 동기로 그때 장례에 참석하지 못하고 부조만 했던 이곳 친구들에게 답례로 밥을 산 것이다. 거리가 한국이고 미국이니 우리는 서로의 경조사에 참석 못하는 대신 조그마한 정성을 모아 우리가 함께임을 나누고 있다.


우리들의 나이를 먹다 보니 이제 한분, 두 분 앞 세대들의 떠나심을 목도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제 그 세대가 다 떠나고 나면 우리 차례가 되겠지. 그래서 지금 이미 퇴직을 했거나 앞에 두고 있는 친구들이 이와 같은 동기 모임을 더욱 애지중지하는지도 모른다. 결국 함께 하던 친구들밖에 남지 않음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된 탓일 게다.


그래서 오늘 모임은 더 화기애애했다. 두 시간 가까이 자리를 못 떠나고 있어 부득불 양해를 구하고 자리를 파해야만 했다.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차고에 주차하고는 충전을 시작했다. 지금 내가 시용하는 차는 금년 7월에 받은 테슬라 모델 Y다. 지난 8월에 한국에 한 달간 다녀오느라 운전하지 못한 관계로 약 3개월 조금 넘는 시간임에도 벌써 8,600 마일 정도를 타고 있다.


마침 앞서 타던 차가 이제 막 엄청난 메인터넌스 비용이 들기 시작하려 했었다. 거기에 우크라이나 전으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던 시점이었고 차후 은퇴를 대비한 저 예너지 차량을 검토하다가 테슬라를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사실 테슬라를 타기 시작하면서 말 그대로 꽤나 많은 연료 비용이 줄었다. 게다가 가솔린 차량보다 관리 비용도 많이 절감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테슬라를 주차하고 나면 내가 테슬라 앱에서 매번 확인하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안전 점수(Safety score)다. 오늘 그 점수가 96점에서 97점으로 상향되었다고 나온다. 내겐 정말 기분 좋은 변화다.



테슬라는 매번 운전 때마다 전방의 충돌 위험 여부, 급 브레이크 사용 정도, 급한 방향 전환이나 앞차에 무리한 따라붙기 등을 분석해서 점수로 보여준다. 이 점수에 따라 매달 자동차 보험료를 차등해서 부과하는 기준이 된다. 그래서 테슬라 자동차 보험료는 매달 변동이다.


앞서 한국을 다녀와서 운전을 다시 시작할 때는 점수가 99점까지 올라갔었는데 (아마도 그 기간에 운전을 안 해서?) 3개월 사이에 95점까지 내려갔었다. 그리고 자동차 보험료는 $74에서 $115까지 올라가고 말았다. 비율로 따지면 꽤 많은 변동이었다.


평소에 테슬라를 타기 전의 내 운전 습관은 사실 별로 좋지 못했다. 앞 차에 바짝 붙여 운전하거나 하이웨이에선 보통 80-90 마일로 달렸고 로컬도 60-65 정도로 운전하곤 했다. 특히 위험한 건 내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내 앞에 차가 천천히 진행하는 걸 잘 못 참는 버릇이다. 반드시 추월하거나 아니면 씩씩거리며 운전하곤 했다. 게다가 하이웨이에선 추월당하는 것도 별로 못 참아했다.


지난달 95점까지 내려가면서 내 생각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심각한 경고 사인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반드시 내 운전 습관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이는 보험료를 더 내고 안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마치 이 경고는 그 자체가 유의미한 것임을 깨달아 변화를 반드시 시도하라는 하늘의 뜻처럼 생각된 것이다.


그래서 테슬라의 점수 항목과 내 운전하는 습관을 유심히 관찰해 봤다.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는지 차간 거리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얼마나 자주 추월하는지 등을 포함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나의 경우,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앞차와의 충분한 차간 거리 유지였다. 달리는 내내 이 거리를 지키는 게 제일 중요했다. 천천히 가는 도로에서 갑자기 흐름이 빨라지면 나도 이를 따라가다가 급브레이크 밟곤 하는데 이게 제일 점수에 안 좋았다.


이외에도 방향을 바꿀 때도 너무 급하지 않게 시간을 갖고 움직이는 게 효과적으로 점수를 높이는 것임도 확인되었다.


이런 노력을 하면서 지난 한 달간 꽤나 많은 거리를 달려 점수 1 점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보름 전쯤에 96점이던 점수가 드디어 오늘 97점으로 올랐다.


지난 보름 사이에 난 거의 1,000 마일 정도 여행을 했었다. 땡스기빙 휴가로 버지니아에서 뉴저지의 어틀랜틱 시티를 다녀오는 등 장거리 운전을 했었다. 안전 점수를 많이 유의하며 운전했는데 이로써 내 운전 습관이 많이 좋아진 게 분명하다.


하이웨이에서도 거의 70마일 이상은 달리지 않았다. 전 같으면 누가 내 차를 추월하는걸 못 참았지만 이제 차라리 저속 차선에서 마음 편히 달리는 편을 택했다. 아내는 이런 변화에 너무 행복해한다. 너무도 단순한 아내! ㅎ




테슬라 앱을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필요한 앱 한 가지. 그건 우리의 생각이나 말, 매너 등에 대해 점수를 매겨 알려주는 앱이다. 우리의 긍정 점수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매너, 반응 등으로부터 분석하여 매일 보여주는 앱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앱은 어느 항목에서 더 개선할 수 있는지도 아울러 보여준다면 금상첨화겠다.


만약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부정적인 말이나 태도, 낙담, 실망, 좌절, 불신, 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등을 우리가 가진 긍정의 정도와 비교해 매일 점수로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부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지만 깨달아도 분명 우리에게는 큰 지침으로 작동하지 않을까?


이 앱에서 보여주는 긍정 점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경향이 아니라 바로 나 개인에 대한 특정적인 분석 결과로 나타나게 되므로 보다 용이하게 우리의 처지를 깨닫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을 것만 같다.


테슬라는 그 점수로 보험료를 결정하지만 이 경우, 그 긍정 점수로 인해 앞으로의 나의 삶에 나타날 수 있는 밝아질 삶의 모습이나 그 가능성도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는 분명히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만 같다.


어디 프로그램의 천재가 한번 만들어 보여주면 정말 감사하겠다.


사진 출처: Pixabay


#긍정 #긍정지수 #테슬라 #안전점수 #말띠 #동갑내기


매거진의 이전글 천 만불 보험 에이전시를 꿈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