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딸기 피클
미 동부의 늦봄은 딸기의 계절이다.
한국은 늦겨울부터 초봄 까지가 딸기 철이지만 뉴욕은 늦은 봄이 돼서야 딸기가 맛있어진다.
하지만 철이 되어도 미국산 딸기는 한국산에 비하면 당도가 현저히 낮고 맛없다.
한국에 너무 가고 싶은 이유를 말해봐라 한다면 그 안에는 분명히 한국산 딸기의 달콤함도 있다.
미국에서는 Tropical strawberry라 불리는 이 하얀 딸기를 한국에서는 설향 딸기라고 불린다.
중심적인 맛은 딸기지만 망고나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과일의 달달함과 약간의 향이 나며, 색은 분홍빛을 띠는 하얀색 딸기이다.
보통은 딸기 하면 디저트를 떠올린다.
딸기케이크, 딸기라테, 딸기찹쌀떡, 딸기잼.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딸기는 다양하게 요리되고 있다.
오리와 딸기의 만남.
사진 속 이 요리는 뉴욕 요식업 역사상 최연소의 나이로 미슐랭 2스타를 받아내셨던 셰프 Justin Boggle의 오리 플렛 브레드이다.
오리 스테이크와 함께 나가는 작은 손바닥 만한 크기의 사이드 메뉴이다.
먼저 칠리와 각종 향식료를 갈아 harissa 페이스트를 만들고 양파, 마늘, 올리브, 피스타치오, 민트로 만든 채수를 페이스트에 넣고 잘 섞은 후 곱게 간 오리고기 다리와 지방질이 많은 부위의 간 돼지고기를 넣어 속을 만든다.
그리고 감자퓌레와 밀가루로 쫀쫀한 반죽을 잡은 후 속을 채워 펜에 구워낸 것이 저 납작한 빵, 플렛 브레드이다.
플렛 브레드의 토핑을 보면 직접 발효한 요거트, 민트, 시실리안 피스타치오, 깨, 그리고 피클링 한 딸기가 올라가 있다.
이 요리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은 바로 딸기 피클이다.
북유럽 셰프들이 식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작된 다양한 재료의 피클링은 어느덧 딸기, 복숭아, 심지어 꽃까지 활용되고 있다.
밥 먹고 입가심으로 썼던 달달하기만 하다 생각했던 식재료들이 디저트에 쓰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의 옷을 벗고 먹는 예술가들의 손을 타 다양한 모습으로 밥 상 위로 올라갔을 때, 그 매력은 배가 된다.
셰프님께 어쩌다 오리와 딸기를 한 접시 위에 올리게 되었냐 물어보았다.
계절을 요리하는 사람은
그 계절의 선물을 먼저 생각한 후,
그것들과 어울릴 요리를 한단다.
나는 봄이니 오리 디쉬에 딸기를
올려볼까 가 아닌,
딸기와 어울릴 재료를 떠올렸고,
그렇게 완성된 플렛브래드 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