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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셰프 지선 Apr 15. 2024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

1. uzuki

새로운 목차인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작가로서 그리고 요리사로서 전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사계절은 이 책의 주요 카테고리입니다. 나의 작품과 여러 셰프님들의 작품을 계절별로 담은 소중한 요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을 장식할 목차인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는 셰프님과 그의 요리뿐만 레스토랑이 품고 있는 가치와 정서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따로 마련한 카테고리입니다. 때문에 ’ 먹는 예술‘이라는 책 안에서 소개될 음식점들은 뉴욕 맛집 소개와 같은 목차로 보는 것보다는 오너 셰프님들의 장인 정신과 그들의 가치관, 그리고 식재료에 대한 그들의 시선에 집중해 읽어주셨음을 이 책의 작가로서 바랍니다.

뉴욕은 다국적 이민자들이 많이 정착한 미국의 대표적인 주다. 그들은 같은 나라 사람들끼리 또는 비슷한 인종끼리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케이타운, 차이나타운, 리틀 이태리, 아스토리아 등 각자의 문화와 전통을 대대로 이어가고 있다. 그중 맨해튼, 퀸즈, 브루클린은 전 대륙을 한 번에 맛보기 좋은 뉴욕의 주요 도시들이다.


브루클린의 중심인 윌리엄스 버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화려한 뉴욕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밑으로 가면 갈수록 예스러운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아름다운 도시 브루클린에서 ‘레스토랑을 소개합니다’의 처음을 장식하게 될 식당은 창고가 많은 동네, 바로 그린포인트에 위치해 있다. 이 동네의 요식업 흐름을 유심히 보면 창고를 매입해 레스토랑이나 카페 또는 베이커리를 오픈하는 트렌드가 있다. 유럽, 아시안, 아메리칸, 베이커리, 카페 모두 서로 다른 문화와 재료를 요리한다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지만, 그들의 공간이 갖고 있는 투박함은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참 어려운 묘한 고급스움을 풍긴다.

내가 소개할 레스토랑은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국수 ‘소바‘를 전문적으로 하시는 셰프 Shuichi Kotani의 식당 uzuki이다. 그린포인트만의 정겨우면서 고급진 분위기와 따로 노는 느낌 없이 uzuki는 그 동네에 잘 스며든 식당이다.

출처 : instagram_   uzuki_ny

소바식당 uzuki의 오너 셰프 Shuichi Kotani는 일본에서 나고 자란 일본인이다. 처음부터 요리사라는 꿈을 꾼 것은 아니었다. 본인에게는 요리사가 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아주 어릴 적부터 올림픽 국가대표 선수라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달렸던 체육인이었는데, 어머니께서 암에 걸리게 된 후로는 비싼 치료비 때문에 가정 형편이 급격하게 어려워져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보게 된 건축가 관련 잡지는 그가 건축 디자이너라는 새로운 꿈을 갖고 무작정 도쿄로 이사를 가는 계기기가 되어주었다. 도쿄에 위치한 당시 가장 유명했던 건축가 사무실을 무작정 방문해 일을 배우고 싶다고 했지만 그에게는 건축 관련 경력도 학력도 없었기에 너무나도 당연히 거절을 당했고 그는 몇 날 며칠 사무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그곳의 건축가는 결국 Kotani를 무급 인턴으로 고용했고 그가 무급으로 인턴쉽을 하는 대신 도쿄에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의 친구가 운영하는 소바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Kotani가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어렸던 그가 넘어야 했을 힘들었던 인생이라는 산을 지금까지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넘게 해 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말한다.

메뉴는 매우 간단하다. 몇 가지의 냉메밀과 온메밀, 애피타이저 그리고 술. 생전 메밀로 만든 맥주는 본 적도 없어서 호기심에 주문했다. 맥주 맛은 그냥 가벼운 ipa. 그런데 이보다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맥주잔이었다. 도대체 뉴욕 어디서 이런 특이한 디자인의 도자기 컵을 구하신 건지 같은 맥주컵인데 저마다 일정한 모양새가 아니었으며 매우 특이했다. 아름다웠다.

애피타이저로 주문했던 셰프 Kotani의 첫 번째 음식은 재철 뿌리채소다. 이른 봄이라 그런지 연근, 우엉, 당근과 같이 익숙한 뿌리채소들로 이뤄진 음식이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정겨운 맛이었다. 달달하고 짭짤했던 조림은 입맛을 더 돋워 주었고 잠깐 일본의 어느 작은 식당에 있는 기분이 들게 했다. 화려함보단 본인의 문화와 재료 본연의 식감과 맛을 살리려 하신 장인의 가치관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첫째로 냉메밀을 받았다. 말차 매밀면과 우니, 미역, 생강, 연어알, 오쿠라, 시소, 얌, 와사비, 파 그리고 다시. 꾸밈이 없는 요리였다. 모든 재료들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바다 내음이 가득한 샐러드를 먹는 기분이었다. 간은 오직 다시로만 냈기 때문에 소바 위의 모든 재료들의 신선함이 돋보일 수 있었다. 바다의 버터 우니, 오독오독 씹히는 미역, 아삭한 파채, 그리고 특히 얌이 식감 측면에서 재료마다의 이음새를 만들어주었는데 그 덕분에 더 재미있는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중식과 일식이 한 접시 위에 그려진 따뜻한 오리 시호 소바이다. 시금치, 페퍼콘, 유자, 레몬, 베이징 덕, 다시마. 정말 맛있다. 유자와 레몬의 상큼함이 따뜻한 오리 육수와 만나 풍미가 장난 없었다. 셰프 Kontani는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 100% 메밀만을 사용해 손으로 직접 소바면을 만드신다. 뚝뚝 끊기는 식감을 예상했었는데 아니더라. 물론 밀가루가 보충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쫄깃함은 없었지만 너무나도 재미있는 식감이었다. 어떻게 100% 메밀만을 사용하여 면을 만들었는데 꼭 밀가루나 전분이 조금은 들어간 것 같은 식감을 낼 수 있는 건지 신기했다. 셰프 Kotani의 메리트인 손 100% 메밀국수는 그저 장인이 만든 국수라는 말 말고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두 가지 메밀국수의 사진을 유심히 보면 그릇이 굉장히 특이하다. 디자인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그릇의 한쪽은 높이가 낮고 반대편은 높이가 있는 편이다. 텐동을 떠올려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릇의 뚜껑을 텐동이 담긴 그릇에 꽂는 플레이팅을 본적이 몇 번 있을 것이다. 셰프 Kontani의 그릇은 뚜껑을 꽂아 서빙하는 플레이팅은 아니지만 그릇 자체 높이감에서 텐동 그릇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릇의 색감과 디자인 측면에서는 모든 그릇이 다르게 생겼었지만 그 높이감 부분은 공통적으로 강조되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궁금했다.


셰프님, 혹시 그릇 직접 만드시나요?


“네. 식당의 뒤쪽에 도자기 작업실을 만들어두었습니다. 6개월 전 한 공방에서 도자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재미있어 현재는 제 가게에 작업실을 구비해 그릇과 컵을 모두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던 소바 제면 기술로부터 뉴욕의 한 유명한 요식업가에게 스카우트를 받아 미국이라는 큰 땅, 그리고 요식문화로 가장 치열한 뉴욕에서 일본의 근본적인 식문화를 알렸다. 이름 있는 세계 각국의 셰프님들과 함께 요리하고 연구하며 그들에게 자국의 요식문화를 가르쳤던 셰프 Shuichi Kotani. 그는 그의 인생이라는 작품을 자신의 요리에 그려 넣었다.

출처 : instagram_  uzuki_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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