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앞 식당에서 처음으로 김치찜을 먹어봤다. 김치찌개 아니고 김치찜은 처음이었고, 찌개와 찜이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고, 단지 우리집은 참치를 넣는데 식당에서는 돼지를 넣는구나 정도였다. 밖에서 김치찌개를 한 번, 두 번 사먹고 김치찌개에 대한 타인의 인식을 알고나서는 김치찜은 국물이 거의 없고 김치랑 고기랑 비중이 비슷하구나 정도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쨌든 김치찜은 집에서는 안해먹는 요리였다.
혼자 청소와 빨래와 요리를 하게 되면서 집에서 김치찜을 해먹게 되었다. 남편은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나 또한 국 없이 밥 먹던 집에서 컸던 지라 요리는 점점 더 수분이 적은 볶음류로 바뀌었다. 그렇게 늘 먹던 김치찌개 또한 국물이 더 적은 김치찜으로 바뀌었다.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는 우리집 남자 구성원 덕분에, 또 김치볶음까지 가기에는 영 목이 메어서 밥을 못 넘기는 우리집 여자 구성원 덕분에, 우리집 김치 요리는 김치찜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얼마 전 엄마집에 가서 김치찜을 처음 해드렸는데, 본인이 양육한 방식과 다른 스타일의 요리가 나오자 엄마와 아빠는 신기해했고 또 맛있어했다. 그 뒤 엄마는 본인 스타일로 김치찜을 했으나 딸내미의 김치찜과 영 다른 물기 많은 스타일인지라 김치찜다운 맛이 없었고, 어느 순간 엄마집의 김치 요리는 엄마만의 맛이고 엄마 스타일인 김치찌개로 돌아가 있었다.
가스렌지를 오래오래 켜두어야 하는 김치찜과, 얼른 밥을 해내는 김치찌개. 배가 고픈 나의 퇴근길에 만들어 두어도 어차피 서너시간은 늦게 집에 도착하는 남편을 만난 덕분에 나는 휘리릭 하는 김치찌개보다 김치찜에 안착했다. 가벼운 찌개 국물보다 고기 기름이 잔뜩 포함되고 된장 한스푼의 깊은 맛이 알게 모르게 들어 있는 녹진한 국물의 김치찜.
오늘도 우리집 김치찜은 한 번 바그르르 끓고 난 다음 2번째 식구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냄비 안에서 여열을 가다듬으며 식사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흰 쌀밥과, 김치찜 그리고 김. 거기에 가끔 계란 요리가 한 두개 더해지면 내가 대학 시절 먹던 김치찜 정식이 된다. 오늘의 쌀밥은 버섯 향기를 그득 품은 버섯밥이 스페셜로 올라가고, 계란 요리는 짭조름한 맛이 조금 중화시켜줄 계란찜이 올라갈까 하고 있다.
요리와 식사 사이, 그 전에는 운동을 다녀오곤 했고 요즘은 전공 서적을 읽곤 한다. 그리고 때때로 이도 저도 하기 싫을 땐 이렇게 글을 끄적인다. 남편이 올 때까지 2시간 남짓 남은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오롯이 남편바라기가 아닌 나의 정체성 때문일게다. 찌개도 볶음도 아닌 어중간한 우리집 김치찜처럼, 완전한 혼자서도 온전한 둘이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갈팡질팡하는 나의 정체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