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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원 May 04. 2024

소설 쓰기는 고독한 마라톤 경주

나의 장편 소설 부활 프로젝트

'시간여행 + 연애 이야기' 조합으로 소설을 쓰겠다고 결정한 후, 처음에는 진도가 무척 잘 나갔다. 그런데 어떤 에피소드에 꽂혀서 한참 쓰다 보면 내가 만든 세계 안에서의 모순되는 지점을 만나게 된다. 예를 들면, 어떤 인물의 현재 행동이 과거 행동과 사실 관계가 다르거나, 아니면 동기 면에서 굉장히 이질적이거나, 아니면 단순히 시간 순서나 장소 배치 등이 모순되거나.


소설에서 나는 창조주였다. 신이 정말 세상을 만들었다면 이름 모를 땅의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를 모두 만들었어야 하듯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들, 장소, 시간, 인물, 사소한 소품까지도 내가 만들어야 했고 그것들은 모두 세계 안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했고 모순이 없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면 내가 만드는 세계의 복잡도가 점점 늘어나, 나중에는 나라는 사람이 혼자서 모든 것을 통제하는 것이 버겁게 느껴졌다. 가끔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장면이 이전에 쓴 장면과 심각하게 충돌하기 때문에 고민하다 이전의 장면을 모두 수정하거나, 아니면 현재 공을 들여 쓴 장면을 통째로 날리거나 그런 일들이 반복되었다.


그런 일들이 하루 이틀, 일주, 이주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정말 마라톤과 같았다. 그렇게 철저하게 고독한 작업이었다. 실제 마라톤에서는 페이스 메이커라고, 지치지 않도록 같이 뛰어주는 선수가 있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필요성을 공감했다.  


마라톤 선수에게는 좋은 페이스 메이커와 편안한 운동화가 필요하듯이 소설가에는 글을 쓰기에 좋은 공간이 필요하다. 보통은 주로 집에서 글을 쓰지만, 집안에만 있다 보면 지겹다. 가끔 장소를 옮겨 분위기를 바꾸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 오르기도 한다.



소설을 쓰다가 앞으로 진행이 안되고 이야기가 막히거나, 아이디어가 고갈되면, 뭔가 자극이 되는 장소를 찾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많은 생각들이 떠 오르고,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집에서 요코하마 바다까지는 꽤 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대중교통을 몇 번 갈아타기도 해야 했고.  


그러다가 요코하마 역 주변에 전면 통유리에 바다가 보이는 카페를 발견했다. 사실 바다가 보인다고 하기에는 약간 애매한 곳이다. 여러 건물이 바다를 가리고 있고, 게다가 해안가에는 항만 시설이 있어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그런 곳은 아니지만, 건물들 사이 틈으로 보이는 넓은 태평양 바다의 끝 자락은 나의 소설 쓰기에 동반해 주었던 친구였다.  

그래서는 이 카페를 나의 소설 쓰기 페이스 메이커라고 생각했다. 너무 고마운 것은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이 카페가 아직도 간판 하나 안 바뀌고 그대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4년 5월 연휴를 맞이해 다시 한번 둘러본 나의 페이스 메이커 카페.


나의 추억이 그대로 남아 있어 고맙고, 그래서 약간은 감동이고, 이 카페가 사라지기 전에 소설가로서 의미 있는 새로운 작품을 남기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게 하는 친구 카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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