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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원 May 25. 2024

러브 스토리

나의 장편 소설 부활 프로젝트

나의 소설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은 시간 여행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사실은 연애 소설이다. 황금가지 출판사 제1회 타림리프 소설 공모전에 당선된 후, 편집장은 나의 소설이 '건축학 개론'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는데, 나는 아직도 건축학 개론을 보지 않아서 뭐라 말은 할 수 없다. 



일정 시기에 비슷한 소재의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특정 세대가 감독 자리에 오르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비슷해서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건축학 개론은 2012년에 개봉되었으니 대략 기획은 그 이전에 완성되었을 것이고, 나의 소설도 출간은 2016년이었지만 탈고한 시점은 2011년이니 비슷하다. 그 감독도 나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했으리라. 


암튼, 나의 소설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에서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가 헤어진 첫사랑을 만나지만, 사실 내가 과거로 돌아갔다는 것을 제외하면 당시에 깔끔하게 마무리를 짓지 못한 첫사랑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시간여행이라는 형식 때문에 후반부에 복잡한 사건이 얽히게 되지만, 본질은 헤어진 첫사랑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주인공인 민혁은 첫사랑이었던 스테파네트 아가씨와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알지 못한다. 소설 속 이야기에는 나의 개인적인 연애 경험도 많이 녹아들어 갔지만, 나는 여자 친구들과 왜 헤어졌는지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이유를 알지 못해야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에 일단 설정은 그렇게 해두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왜 주인공 남자는 헤어짐의 이유를 모르고,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왜 민혁과 헤어질 결심을 했는지 개연성 있는 스토리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의 개인적인 연애 경험을 스토리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내가 소설이 아니라 일기를 쓰는 기분이 들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은 절대 넣지 않기로 했다. 


스토리 전개에 중요하면서도, 주제와도 밀접한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고민하던 차에, 엉뚱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전편에서 말했지만 소설 속의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내가 알고 있는 괜찮은 여자들의 장점들을 모아 놓은 일종의 합성 인간인데, 그런 지인 중 한 명이었던 친구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에 남자 친구를 만났고, 거의 7년 이상 잘 사귀었는데, 어느 날 그녀가 남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어머니 병원 문제로 한국에 방문했을 때 그녀에게 오랜만에 연락해 만났다. 영원히 예쁜 사랑을 이어 갈 것만 같았던 그녀, 매사에 착실하고 현명하고, 인품도 훌륭했던 그녀는 왜 전도유먕한 전문직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까? 


나의 질문에 그녀는 담담하게 자신이 남자 친구에게 결별을 선언한 이유를 말해주었고, 그녀가 말한 내용을 그대로, 소설 속의 스테파네트 아가씨의 입으로 말하게 만들었다. 주인공 민혁은 과거로 돌아가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만나 다시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거의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이르러서야 그녀가 이별을 결심했는지 듣된다.  


시간 여행을 통해 과거의 진실을 알게 된 남자 주인공은 다시 현재로 돌아와 성숙한 마음으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소설을 쓰면서도 과연 남자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소설을 탈고한 시점에서 훨씬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연애와 사랑이란 것이 정답이 있고, 수준이 있고, 좋은 결말 나쁜 결말로 나눌 있는 성질의 것인지 모르겠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소설 속의 한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연애란 것은 항상 그렇다.
시작할 때의 기억은 유리처럼 선명하고
시작과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흐릿한 간유리 같으며,
그 마지막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다양한 색깔로 빛이 나
그에 대한 해석이 하나일 수 없다. 

최재원,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찾아 헤맨 나날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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