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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내가 같은 언어를 쓴다면

왜 짖냐고 물으신다면 '말'하는 거라고 답할 수 밖에

by 쳄스오모니


왈왈! 왈왈! 할 말이 있다구요



한 훈련사가 그랬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진짜 문제는 문제가 아닌 것을 보호자들이 문제로 바라보는데 있다고.


집밖에 택배가 오는 것 같으면 킁. 엄마가 간식을 꺼내놓고 주지 않으면 왈. 혼내는게 억울하면 홍홍.


언뜻 들으면 왈왈, 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다 다르다. 그냥 '짖는개'가 아니라 사실은 강아지도 말을 하고 싶은거다.


처음 입양하고 나는 우리 강아지가 벙어리인 줄 알았다. 그러다 좀 지나니 본인이 수틀리면 (예를 들어 간식을 뺏긴다거나, 내가 심하게 혼낼 때) 한 두번 짖더라.


짖을 때 블로킹을 했는데, 어느 순간 깨달았다. 그냥 얘는 얘 나름대로 자기의 주장을 한거다. 소리의 차이가 뭔지를 알아야 정말 과도하게 짖는 문제행동도 구분할 수 있는 법.


왜 우리는 강아지의 말을 알아들을 줄도 모르면서 강아지들이 한 두번 왈, 짖는것도 난리치는 걸까. 사람처럼 손을 쓰지 못하니 그저 이 친구들은 입으로 앙앙하는거고 온 몸으로 자기 주장을 하는건데 우리는 인간의 기준으로 강아지들을 평가한다. 사실은 강아지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서로 언어체계가 다른 것 뿐이다.

가끔은 이렇게 숨어서 뾰루퉁한 표정을 짓기도.

너와 내가 같은 언어를 쓴다면



너에게 지금 한 마디라도 할 수 있다면 꼭 얘기하고 싶어.

엄마가 너를 혼내는건 네가 미워서가 아냐.

너를 그 어떤 순간에도 놓지 않을거야.

나도 네가 처음이라 함께 하는게 부족한 거였어.

원하는 거 솔직하게 말해줘

이건 놀고싶어서 그러는 거라고. 저거는 무서워서 그러는 거라고.

어떤 존재가 널 기쁘게 했고, 또 어떤게 널 슬프게한건지.

엄마가 일 나갔을 땐 무슨 생각 하는지. 누가 보고 싶은지.

내 형제들은 어디있는지 다 궁금하다고 말해줘.


그럼에도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등등 온 세상에 있는 무수한 말 중에 단 하나,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엄마한텐 이거 하나만 말해줘. 아플 때 아프다고.

그윽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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