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흙수저 밥그릇

비교하면 안되지만, 비교가 되는걸요

by 쳄스오모니


그 많은 밥그릇을 뒤로하고 일명 스뎅그릇이 당첨


반려스타그램을 하다보면 많은 '밥상' 인증을 볼 수 있다.

반려인들은 자기 강아지에게 얼마나 유기농 사료와 간식을 먹이고, 맛있는 걸 주는지 또 얼마나 예쁘게 플레이팅을 하는지 보여준다.


당연히, 아주 좋다.


그만큼 강아지들을 사랑한단 거니까.


또, 반려인의 자기 만족도 있지만 여러 사료나 간식을 섞어주다보면 강아지가 입맛이 도니 잘 먹는 것도 사실이다.


숱한 예쁜 '개밥상'을 보면서도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개춘기가 오지 않았을 때니까.

하지만 어느날부터 밥상을 뒤엎고, 밥투정을 하기 시작하면서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누군가 말해줬다. "밥그릇이 별로면 애들이 밥을 안먹는대"


그리하여 기존에 쓰던 사료 그릇을 버리고

높이별로 색깔별로 무게별로 하나씩 사모으기 시작했다.

값비싼 사료 그릇은 '오픈런'까지 해야했지만 뭘 좋아할지 모르니 주로 3~5만원대를 많이 샀던 것 같다.

그럼에도 고쳐지지 않는 식습관. 어김없이 엎어져있는 밥그릇.

또 새로운 걸 샀더니 1주일이 걸린다더라.

그동안 먹일 그릇이 없어 (기존에 샀던 그릇은 다 거부하니) 땡그랑 소리나는 스테인리스 통에 담아주니 웬걸 먹는게 아닌가.


아?

그 많고 많은 수십만원의 돈을 쓴 끝에 결국 제일 싸구려 그릇이 당첨됐다.



담긴 마음이 중요하지. 그릇이 뭐가 중요하겠니


니가 플레이팅을 아느냐

sticker sticker


예쁜 도자기 사료그릇을 사며 나는 간식, 사료도 사고 또 샀다. 왜냐고? 다들 예쁘게 먹이니까.

건식 습식 화식 동결건조, 여기에 츄르, 각종 영양제를 먹여서 예쁘게 인증샷도 찍고 우리애가 먹는 모습도 찍고 싶어졌다.


내가 얼마나 우리 강아지를 사랑하는지, 강아지에게 얼마나 좋은 걸 먹이는지 자랑하고 싶었으니까.


아, 그런데 해보니 종류가 흩어지지 않기그라데이션 형태로 담았더니 애기가 먹고싶은 것만 골라먹더라.


또 스테인리스, 그릇에는 뭘 해도 태가 안난다.

아무리 좋은걸 담아도 기승전스뎅.


텅텅 쟁반 소리가 값비싼 사료와 간식, 내 혼을 담은 플레이팅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그리하여, 나는 그냥 진짜 개밥처럼 주기로 했다.

여러가지를 넣고 얼추 은수저로 휘적휘적. 오히려 잘먹는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쳄스가 입맛이 완전히 돌아와서 사료를 섞지 않아도 다양하게 먹을때까지.


싸구려 스테인리스 그릇이 마음에 안들때까지 이 소비는 하지 않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고마워(?!)

돈 아끼게 해줘서

사랑하는 내새끼

sticker sticker
keyword
이전 06화좋은 보호자가 갖춰야할 자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