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문
산책 좋아하세요?
난 평일 오전 10시에 떠나는 산책을 좋아했어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아담한 동네 공원을 거닐다
아직 온기가 남은 벤치에 잠시 앉아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을
손에 쥐었다가 놓아보고
막 잠에서 깬 손녀딸을
보자기에 싸서 업고 있는 할머니의 골목 지나
그라인더를 돌리는
철공소 아저씨의 검붉은 얼굴에 맺힌 땀방울
확성기를 울리며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채소 트럭의 짐칸에 가득 실린 양파의 알싸한 향기
미용실 원장님이 방금 빤 수건들을
탈탈 털어 널때마다 나부끼는 물먼지
아침 손님들을 보내고
뒤늦게 식사를 시작한 해장국집의 된장 냄새
초등학교 담벼락을 따라 걸을 때 들려오는
2학년 3반 아이들의 책읽는 소리.
구름은 적당히 햇빛을 가려주고
바람은 머릿결을 살짝 흐트러놓고만 가던
다시 돌아가고 싶은
평일 오전 10시
2012년 어느 봄에 처음 쓰다
2020년 7월 31 고쳐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