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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이 누나 Sep 11. 2018

처음이도 우리 가족이다

처음에 관하여

  


  실제로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 하던 이는 따로 있었다. 서울에 사는 남동생이다. 동생은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했다. 엄빠의 성향 상 동물과 한 집에 사는 것은 일찍이 이룰 수 없는 꿈이라 단념했던 동생은 성인이 된 후에도 마음 한 켠에 동물을 그리며 살고 있었다. 그저 아직 실현되지 못했을 뿐. 이구아나에서 고양이까지, 동생이 키우고 싶어 하던 종류는 다양했다. 그런 동생에게 우리의 결정은 대단히 낯선 것이었다.



형제의 첫 눈맞춤



  그런 동생이 집에 온다고 했다. 명절이나 특정한 기념일이 아니고선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동생이 집에 오는 이유 중엔 처음이가 큰 부분을 차지를 했을 것이다. 형제가 처음 마주하던 날, 처음이는 자신이 일명 개냥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증명하듯 형님에게 먼저 다가갔다. 예의도 바르지. 집에 고양이가 있는 것도, 그 고양이가 생각보다 너무 작은 것도, 나머지 가족들이 고양이만 바라보는 것도 영 낯설기만 한 형님은 그래도 이러한 변화가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오랜만에 집을 찾은 동생을 위해 1박 2일의 여행이라도 준비해 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아빠는 잠시 생각하더니 앞으로 1년간은 1박 이상의 가족 여행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덧붙인 비장한 한마디, ‘처음이도 우리 가족이다.’ 엥! 나는 그렇게 악역을 맡았다. 그래도 다들 시간 맞추기 어려운데 기회가 될 때 여행은 가...야..지. 식구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내 의견은 소수의견에 불과했고, 우리 집에서 소수의견은 존중받지 못한 듯 보였다. 식구들은 서로 앞다투어 자신이 처음이와 집에 남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노랫말처럼 '처음인(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고.양.이.이었다.



  처음이는 그만큼 우리 가족 안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대부분의 가족이 모두 그렇겠지만, ‘우리’라는 결속력이 특히 강한 우리 가족 안에 처음이는 반년도 되지 않아 자신의 존재감을 새겼다. 더군다나 남의 식구(사위나 혹은 며느리 같은) 하나쯤은 가진 주변의 가족들에 비해 우리 집은 온전히 원.년.멤.버.뿐이다. 어느새 처음이는 오랜 시간 견고하게 쌓아온 우리 가족만의 생활과 습성을 깨트리고 오히려 변화까지 시키고 있었다.



형님 배웅 못해 미안! 우선 잠 좀 자고



  처음이도 남자 대 남자로 형님과의 놀이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누나들과의 나름 상냥한 놀이에만 길들여있던 처음이는 형님을 만나 사나이들의 세계로 한 발 내디뎠다. 처음이의 분홍빛 혀가 조금만 나와도 놀이를 중단하던 걱정 많은 누나들이었다. 형님은 누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180 이상(몸무게도...)의 거구인 형님을 따라잡기란 쪼꼬미 처음이에겐 역부족이었다. 이미 혀도 내밀만큼 내밀었다. 형님이 서울로 돌아가는 날, 에너지를 모두 소진한 처음인 형님이 가는 것도 보지 못하고 잠에 빠져 있었다. 이후에도 '형님 후유증'으로 하루를 꼬박 잠만 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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