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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이 누나 Sep 14. 2018

몫과 몫

처음에 관하여



D-day 병원으로 가는 길



  월요일은 평소보다 모든 것이 무겁기 마련이라지만 아픈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이러할까. 워킹맘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체험하는 중이다. 처음이의 중성화 수술이 예정된 월요일, 태어난 지 평균 5, 6개월부터는 중성화를 고려하는 시기라고 하지만 이 작고 어린것에게 우리의 편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 같아 자책이 들었다. 우리와, 인간과 함께 살기위해 엄마와도 헤어졌는데... 작은 고양이가 감당해야 할 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초코의 두번째 출산



  비슷한 시기 처음이의 친모, 초코는 또 한 번의 탄생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은 다행히 돌아왔지만) 가출 전 초파는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길을 떠났었다. 초파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초파는 새생명만들기에 동참만 했을 뿐 출산과 육아 모두 초코의 이었다. 적극적인 초파는 초코 외에도 밀크(초코, 초파와 한 집에 사는 아메리칸 숏헤어)와도 사랑을 나누었고, 그 결과 한 집에 두명의 산모가 공생하게 되었다. 얼마 후 둘은 순차적으로 사이좋게 출산을 해냈다. 초코의 새끼는 7마리, 밀크의 새끼는 4마리, 총 11마리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내가 엄마라니_밀크



  초코는 가히 Saint라 칭할만했다. 육아가 서투른 밀크를 대신해 자신의 새끼들 외에도 밀크의 새끼들까지도 하나하나 입으로 핥아주고, 물어주었다고 한다. 그것도 부족해 밀크의 산후조리까지 살뜰히 돌봤다는 후문이다. 사람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초코의 마음 씀씀이를 보면 매번 감동하지 않을 수가 없다. 처음이의 형제들이 주변에 분양되어 새로운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생활하는 것 또한 '선한' 초코의 사랑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으리라 믿는다.






  처음이는 예정대로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우리에게 '5시간'이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병원에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앉아있을 어쩌면 누워있을 처음이를 상상하니 다시 마음에 짠함이 차올랐다. 시간을 보내고 처음이를 데리러 간다는 아빠의 메시지에 걱정 많은 누나들은 처음이 상태를 꼭 알려달라고 부리나케 답을 남겼다. 아마도 아빠는 선생님과 약속한 시간보다 훨씬 전, 병원 근처에 도착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선생님과 약속한 5시간에 딱 맞춰 병원 문을 열었을 것이다.



  아빠는 처음이를 안전하게 집으로 데려오는 미션을 완벽히 마친 후, 각자의 공간에서 발동동하고 있을 누나들을 위해 처음이의 상태를 촬영해 보냈다. 분명 붕대를 잔뜩 감고 있겠지... 짠한 것! 하지만 내 상상은 너무 올드했다. 처음이의 몸엔 붕대는커녕 솜뭉치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그루밍에 열중한 모습이다. 그럼 실은 언제 빼? 이 질문 또한 올드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녹는 실로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처음이의 땅콩은 그렇게 처음이를 떠났고, 처음이는 한뼘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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