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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eldon May 09. 2022

미국 광고 대행사가 사람을 해고하는 이유

[미취광이 광고인] 광고 대행사 생활 (NEW YORK)


2022년 겨울, 제작팀(ceative department)에 칼바람이 불었다. 바로, 3명의 ECD를 포함한 수많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해고당했다. 최근, 심각하다고 하는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소위 말하는 c-suit 레벨들이 대거로 잘리는 일이 일어난 이유가 뭘까?


오늘은 미국 광고회사가 사람을 해고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광고 대행사의 구조를 파악해봐야 한다. 


옛날에 내가 대충 만든 조직도를 재탕했다. 대충 포토샵 한 거 이해해 달라.



보통의 대기업 광고 대행사의 경우에 CCO 1명

그리고 ECD 15명 남짓. (그들은 생각보다 많다)

그 밑에 수도 없이 많은 CD 및 GCD들, 대략 3-40명 정도 된다. 

그 밑에 Senior Creatives들이, 대략 3-40명 정도 되고,

그 밑에 Junior 및 Mid-level 들은 1-20명 정도 된다. (그들은 생각보다 적다)




'어?! 대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최근, 미국 광고 대행사에는 젊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정말 많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자기가 자기 자신을 Creative Director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즉, 한 대행사에서 오래 일을 하면서 성장하고 인정받고 팀을 리드한 게 아니라, 대행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하면서 LinkedIn에 본인을 Creative Director라고 소개하는 것이다. 보통 그들은 젊은 20대 후반 및 30대 초반이 많다. 그리고, 프리랜서 CD로서 짧게 짧게, 프로젝트 베이스로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하기를, 1-2년 즈음되면, 이미 낡을 대로 낡아버린 포트폴리오로 좋은 프리랜서 일을 구하기 힘들어진다. 그럼, 마이너 광고 대행사를 찾게 되며, 그곳에서 CD로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훗날 그 경력을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 광고 대행사의 문을 두드려서 운 좋게 다시 돌아가는 케이스가 있다. 따라서, 매니지먼트 능력 혹은 새로운 제작물에 대한 집념보다는 돈을 좇고 쫓아다니는 젊은 피터팬들이 많다.


두  번째, 광고 대행사의 구조적인 관습에 있다.


많은 경우, 광고 대행사가 클라이언트한테 돈을 청구하는 방식은 시간당으로 계산을 한다.


예를 들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시간당 지급할 비용이 1만 원이라고 치자. 그러면, 시니어 크리에이티브들은 시간당 5-6천 원 그리고 주니어 및 미드 레벨은 시간당 3-4천 원 이런 식인 거다. 


여기서, 똑똑한 대행사는 편법을 쓴다. 즉, 시니어 크리에이티브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만들고 더 높은 비용을 청구하는 것이다. 즉, 아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기에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쉽게 쉽게 CD타이틀을 얻다 보니 당연히 매니지먼트에서 엄청난 문제가 발생한다.


즉, 누군가를 매니지먼트하고, 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이 없는 젊은 크리에이티브들이 쉽게 CD타이틀을 가지게 되다 보니, 크리에이티브들 사이에서의 신뢰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것은 곧장 공정성에 논란을 끼치게 된다.

세 번째, '쟤가 CD라고? 레알?'


간단하게 말하면, '쟤가 CD라고? 레알?' 이런 생각을 하는 동료들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CD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고 못하고 팀을 리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더십의 문제는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제작물을 양산하게 된다. 시니어 크리에이티브로서 제작물을 제작하는 것에 집중했던 그들이 제작보다는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및 기획팀과의 소통 그리고 플래닝에 관여하는 비중이 확연히 늘다 보니, 제작물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고 이로 인해서, 어중이떠중이 광고가 탄생하게 된다. 이것은 그 CD를 위해 일하고 있는 훌륭한 시니어 크리에이티브들이 광고 대행사를 떠나게 만드는 또 다른 불상사를 초래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고인 물들이 있다.


정말 비슷한 광고를 한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꾸준히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있다. 보험, 은행 광고가 대표적인데 클라이언트가 딱히, 창의적인 광고를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작년에 이 광고 괜찮았으니, 이렇게 비슷하게 해도 괜찮아요~"라고 말하는 케이스다. 이에 대한 CD의 반응 또한 "그래요~ 적당히 하죠~"인 경우다. 어, 그러면 다 좋은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에, CMO(Cheif Marketing Officer)가 바뀌는 경우에는 여지없이 광고 대행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새로운 CMO가 오면, 반드시 새로운 광고 대행사를 찾아보게 된다. 왜냐하면, 새로운 CMO는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마케터인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에 창의적인 광고를 하고 싶다고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늘 하던 거를 하던 우리의 CD님은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많은 경우 클라이언트를 지켜내지 못하면서, 해고당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짜친 광고는 CD들의 해고를 부른다.



눈에 띄는 광고, 창의적인 광고가 아닌, 그냥 그런 광고는 광고 대행사 및 CCO의 해고를 부른다.


왜냐하면, 광고 대행사는 대외적인 평판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훌륭한 클라이언트(마케터)는 대행사를 선정할 때 "요즘 어디가 크리에이티브가 좋아요?"가 첫 번째 질문이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잘 알고 있다. 또한, 분명한 ROI가 있기 때문에 뚜렷한 마케팅 목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마케터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크리에이티브에 대해서 오래 고민한다. 왜냐하면, 울림이 없는 광고는 돈 낭비라는 걸 분명히 아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클라이언트: 제작물이 너무 짜쳐요... 다른 대행사 급구!



따라서, 클라이언트는 더 새롭고, 신선한 광고를 제작할 수 있는 다른 광고 대행사를 찾아보게 되고, 이는 비로소 기존 광고 대행사를 위협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오게 되면, CCO가 가장 불안해진다. 그는 광고 대행사의 얼굴이기 때문에, 클라이언트를 지켜내는 것뿐만 아니라 더 창의적인 광고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1년-2년 사이에 해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CCO님은 칼을 들고 직접 수많은 ECD와 CD 님들을 자르신다. 그리고 왜 잘랐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런 시련은 누구한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알아요, 정말 힘들다는 것. 하지만 우리는 내년에는 정말 더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해고당한 동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그래서, 광고 대행사가 사람을 해고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짜진 광고는 해고를 부른다.



전설에 의하면, 2020년에 오길비에 있던 ECD는 12명.

2022년 5월, 12명의 ECD는 0명이 됐고, CCO 또한 그만두고 없다.

어쩌면, 오길비 뉴욕을 떠날 때가 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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