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학교에 일하게 된 지 8년 차가 되던 해의 봄이었다.
누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는지.
교사에게는 3월이 잔인한 달이다.
정말 숨 돌릴 틈 없이 3월 1일부터 31일을 업무와 상담과 수업으로 가득 채우면 한 달이 사라져 있다.
아, 사실 시험 때문에 4월도 잔인하고 행사 때문에 5월도 잔인하고 6월도 시험이 다시 와서 잔인하다.
생각해 보니 잔인하지 않은 달이 없네?
모든 직장인들이 그러할 테지만 우리에겐 방학이 있으니 단거리 달리기를 하듯, 잠수를 하다 올라오듯 그렇게 일을 했었더랬다.
주변에서 알아주는 워커홀릭이라 늘 일을 열심히 했었다.
누가 일하라고 떠민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
3월부터 단거리를 달리듯 아이들을 위해 불살라가며 일을 하던 나에게 남은 건 노화와 번아웃이었다.
우울증이 처음 발병했던 2022년에는 유독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꼈었다.
일을 할 수 없다.
이런 느낌이 처음 든 것은 아니었다.
교직을 좋아하는 편이긴 했다.
아이들이 예뻤고 아이들이 힘들게 하더라도 타격을 적게 받는다고 생각했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가,
사람에게 상처를 받거나
힘들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늘 인간은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일이 힘들어서 징징대곤 해도 그만두고 싶다든가 일을 할 수 없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코로나로 업무가 많아지면서 그런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방학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며 나를 달래곤 했었다.
근데 달래지지 않았나 보다.
나는 내 몸이 불타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나를 연료로 써서 학교라는 공간에 열심히 나를 소진하고 있었는데 그 위기가 하필이면 근무 중에 찾아왔다.
그것도 학기 초에.
난 이미 계약을 맺어서 중단할 수 없는데 어떡하나.
나는 이미 재가 되어버렸는데 그 재를 가지고 기름을 만들어 태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왜 재가 되도록 일을 했는지, 재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른 채 증기기관차는 펄펄 끓으며 달렸다.
그리고 엎어지게 되었다.
우울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