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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강 Jan 22. 2024

Tomboy!

애들 꿈과 끼를 찾아줄 때 내 꿈부터 찾았어야 했는데, 쒯!

대학 수시를 쓸 때, 대학 3학년 때, 노량진에 있을 때, 애써 묻어두었던 진심을 슬쩍 꺼내봤다.

마음속 도사께서 깊은 우물 속에 던져 놨던 내 도끼를 건져서 내게 물었다.


김윤강, 이것이 진정으로 네가 원했던 교직이 맞느냐?


10대 때는 공부를 잘했고 고민이 없었다.

엄마는 여자에겐 교사가 최고의 직업이라며 엄마가 느낀 장점들을 설파했다.

맞다. 여자에게 교사는 좋은 직업은 맞다.

다만 내가 그걸 견디다 부서졌을 뿐.


사람을 만나는 게 좋고 공부를 하려는 무해한 아이들의 모습이 좋았다.

교생 실습에서도 대학 재단 소속의 시커먼 남고에 가서 아이들과 5월을 함께 했다.

그때도 좋았다.

체육대회 날 실습을 종료했던 나와 동기는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아이들과 헤어지는 게 슬퍼 엉엉 울며 언덕을 내려왔었다.


임용고시를 수 차례 떨어져도 교직이 좋았다.

맷집이 좋은 편인지 200번 300번을 떨어져도 나는 좌절할 줄 몰랐다.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의 마지막 장면처럼 나는 되뇌었다.


“I can do this all day!”


안타깝게도 나는 캡틴 아메리카가 아니었다.

꺾일 줄 몰랐던 내 의지는 기간제 교사 생활 중에 부러지고 만다.

중요한 건 꺾여도 계속하는 마음이래서 항우울제를 먹어가며 계속 일을 하고 있다.


몸이 망가지고, 마음이 부러지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심연의 도사에게 대답한다.


네,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틀립니다.
전 교사가 싫어요.




아이러니하게도 꿈도 끼도 잃고 방황하고 있는 김윤강이란 작자는 아이들의 꿈과 끼를 찾아주는 자유학년제 담당 교사이다.

멋 모르고 입학한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시험의 부담을 잠시 유보하고 마음껏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찾아보라는 시기인 자 유 학 년 제.

우리 학교는 올해까지 자유 학년제를 유지하기로 해 아이들이 꿈과 끼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1년 내~내 놀고 있다.


진짜 놀고들 있다.


코로나 때 온라인 수업만 듣던 아이들은 오프라인 수업에 대한 개념이 없다.

누워 듣던 버릇을 가지고, 유튜브 숏츠의 저급한 말을 그대로, 그대로 집에서 학교로 가져와 지금은 선생님 앞에서 그러고 있다.


'쌤!, ㅇㅇ가 ~~해서 지랄이라고 했는데 존나 때려요. 쟤 벌점 줘요.'를 쌩으로 듣고 매일 버텼다.


매.

일.

매일.


그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좋은 거 찾아보시라고 진상을 올리던 교사 김윤강은 깨닫는다.


‘아! 나는 학생을 좋아하는 거지, 아이들은 끔찍하게 싫어하는구나!'


내가 좋아했던 건 학생이었다.

애들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건 강의였다.

보육이 아니라.


나는 이 단순한 걸 청년의 나이가 넘어가는 30대 중반에 깨닫게 된다.

슬프게도 취업성공패키지 같은 건 나이가 많아 신청도 못하게 됐다.


엉. 엉.


후회 없이 달려왔다고 생각했던 반 칠십의 정체성을 부정하게 된다.


어찌하여 너는 네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느냐.

남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에 매달릴 때 너는 대체 너를 위해 무엇에 매달렸느냐.

그저 엄마가 좋다니까, 남들이 좋게 보는 직업이니까, 네가 해 온 게 있으니까,를 핑계 삼아 왜 한 번도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느냐.

서른이 넘어서도 왜 너는 네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모르느냐!


2010년에 태어난 애들도 모르는 걸 80년대 끝자락에 태어난 나도 모른다.

나도 그러니까, 애들과 같았다.


그냥,


나이만 먹은 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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