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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피터 Apr 09. 2022

1 더하기 1은 1이 되는 세계

음양사상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본질

[사상思想]은 [생각 사思]자와 [생각 상想]자가 결합된 말인데 [사유思惟]라고도 한다. 어떠한 가설이나 현상, 본질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일종의 '생각을 위한 툴킷'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 음양사상은 [음양]이라는 말과 그 속에 담긴 개념을 통해 세계의 본질을 탐구해보자는 제안이다.


1882년 발간된 미국 정부 도감 '해양국가의 깃발'에 실린 태극기 삽화


1883년 초 조선의 정식 국기로 선포된 이후 대한민국 국기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태극기太極旗에는 굉장히 독특한 디자인의 심벌이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태극太極 문양이 놓여있는데, 태극은 음陰(파랑)과 양陽(빨강)의 조화와 관계성이 우주만물의 생성을 가능하게 했던 근원임을 나타낸다. 사방 모서리에는 주역의 팔괘 중 하늘과 땅과 불과 물을 상징하는 건乾(하늘), 곤坤(땅), 감坎(물), 리離(불) 괘가 놓여있다. 하늘과 불은 그 작용과 양태가 양陽에 포함되고 땅과 물은 음陰에 포함되게 되는데, 결국 태극기의 상징물들은 모두 음양陰陽 사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음일양지위도 一陰一陽之謂道


공자의 저서로 알려진 <주역 계사전> 5장의 첫 구절이다. 하나의 음과 하나의 양, 그것이 바로 만물의 본질이다는 의미. 동북아시아 문명권의 옛 철학자들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의 본질을 음陰과 양陽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햇빛에 가려져서 어두워진 현상을 나타내는 음陰과, 반대로 태양이 환히 드러나 땅이 밝아진 현상을 나태는 양陽, 이 두 개의 한자가 결합된 음양陰陽은 표면적으로는 어두움과 밝음을 뜻하고 있다.


어두움과 밝음의 작용이라… 생각해보면 새벽이 되면 깜깜했던 세상은 점차로 밝아져 낮이 되고, 해 질 녘이 되면 세상은 다시 점점 어두워져 밤이 돼버린다. 인간과 주변 동식물들의 삶도 어두운 자궁 및 땅속에서 양생養生된 후 빛이 비치는 땅 위로 태어나고, 땅 위에서 일생을 살다가 다시 어두운 땅속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일상은 어떤가. 해가 떠올라 밝은 낮, 양陽의 시간이 되면 잠에서 깨어 집 밖으로 나가 활동한다. 그리고 다시 해가지고 어두워져 달이 뜨는 밤, 음陰의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와서 휴식하며 잠을 잔다.


이처럼 오래전 사람들은 매일 반복되는 자연과 생명의 현상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이 세계는 대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삶이란 무엇인가?’ 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말이다.


1 + 1 = 1


어두운 음陰에서 밝은 양陽으로, 그리고 다시 양陽에서 음陰으로. 살고 죽고, 활동하고 휴식하고... 이처럼 음양陰陽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1)서로 다른, 상반된 작용을 나타낸다. 그리고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전혀 다르지만 2)함께 공존/협력하며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게 하고, 자라게 하고, 활동하게 하고, 소멸하게 하는 작용, 즉 이 세계에 존재하는 3)생명현상을 일으키는 본질적 힘 또한 음양陰陽이라는 언어를 통해 말할 수 있다.


음양陰陽이라는 개념에서 음/양이 각각 개별적/독립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쌍으로 연결되어 함께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이기도 하고, 또 둘이기도 한 것인데, 음과 양 둘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다면, 그러한 상태는 이 세상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의 본질을 음양陰陽이라고 생각했던 옛사람들은 개인주의가 아닌 공동체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와 [너]가 만나야만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다. 그렇게 결합된 [나+너] 또한 그 관계의 경계 너머에 있는 또 다른 [나+너]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관계들이 연결되며 [우리]가 되어 간다.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은 음양陰陽처럼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일즉다 다즉일 一卽多 多卽一


대승불교의 중요한 경전 중 <화엄경> 또한 이야기한다.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곧 하나라고.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의 개인주의와 폐쇄적인 가족중심주의, 그리고 [나] 너머의 [너]와 [자연]을 타자화해 정복하고 개발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인간의 이기심을 바라보면 자연의 질서로부터 이탈해 서서히 붕괴하고 있는 인간사회, 인간 문명이 보이는 것 같다.


아무런 제한 없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는 우리들은 지구공동체 안에서 이미 암세포와 같은 존재가 돼버린 것은 아닐까? 2년 넘게 전 세계 인류를 두렵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쩌면 비정상적인 암세포를 처리하게 위해 지구에서 파견한 면역세포 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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