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뭘까?
‘사랑이 뭘까 어느 누구에게 묻지 않아도 언젠가는 나 스스로 잘 알게 될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지…’ 지고 - 내 마음 깊은 곳에 가사 中
종종 반려인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싸우고 나면,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이 뭘까? 사랑한다는 것은 어떠한 상태에 있음을 말하는 걸까? 우리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까?
연애도 해보고 결혼도 해봤으니 사랑에 대해 ‘뭐 잘 알고 있다’라고, 당연히 ’사랑하고 있다’라고 으레 짐작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겪어 볼수록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당신을 만났을 때의 설레고 짜릿했던 마음들은 ‘분명 사랑이었다’ 라고 확신했다. 항상 함께 있고 싶고, 문자로든 마음으로든 항상 연결되어 있기를 갈망하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기까지 했던 그런 마음이야 말로 사랑의 분명한 징후라고 생각했다.
연애의 기간이 1년 2년 늘어가고 결혼을 했을 때도 이러한 대담한? 결단과 실행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이라 역시 확신했다. 우린 분명 사랑하고 있다라고 말이다.
결혼 후 함께 사는 기간이 또 1년 2년 늘어가면서 우리의 관계도 조금씩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누구보다 편안하고, 관계 안에서의 안정감을 늘 경험하고 있지만, 연애 초반의 두근거림은 더 이상 발현되지 않는 것만 같다.
분명 관계의 끈은 더욱 든든해졌고, 서로를 더욱 깊게, 다면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지만, 종종 서로의 마음이 변했다 생각하고는 다투고 섭섭해 하기 일수다. 친구 같고, 가족 같고, 일종의 동지와 같기도 한 이 마음들도 역시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가끔은 농담 반 진담 반 ‘two love 할거야!’ 라고 외쳐대는 우린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까?
사주상담을 하다 보면 역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주제 중 하나도 궁합, 사랑인 것 같다. 명리학에서 말하는 잘 맞는 사주/궁합이 좋다는 것은 사실 얼마나 두 사람이 서로 다른지를 의미한다.
다르면 다를수록 궁합이 좋을 확률이 높다. 일종의 음양의 조화인데, 옛사람들은 모든 면에서의 ‘다름’을 음과 양이 상징하듯 그렇게 서로 타고난 기질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야 조화롭다 생각했다.
다르다는 것, 낯설다는 것은 우리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난생처음 보는 저 존재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고, 온몸으로 감각하고 싶다는 욕구도 이러한 생경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그러다 가시에 찔려 피가 나기도 하고, 서로 부딪혀 조각조각 깨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태를 역시나 사랑이라 확신한다.
음양의 다르다는 의미 안에는, 시작과 끝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호기심으로부터 비롯된 관계의 시작과 성숙, 그리고 그 관계도 영원이 아닌 결국 어떤 형태로든 끝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궁합이 좋다는 것은, 관계가 시작되고, 성숙해지고, 또한 끝맺음하는 이 모든 과정을 겪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니, 사랑은 이들 중 어떤 한 지점의 상태 만이 아닌, 시작에서 끝에 이르기까지의 총체적 과정이다. 그래서 사랑은 [삶]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쩌면 당신과 내가 겪어 나가고 있는 마음과 관계의 변화는 그러니 권태나 변심이 아닐지도 모른다. (혹, 우리의 관계 밖에서 또 다른 호기심과 애정의 대상이 생긴다 하더라도.) 오히려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더욱 생동감 있는, 그래서 진정 살아있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달밤에 사랑 타령하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사랑하며 살고 있다고.